[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명성교회(김하나 목사) 불법 세습 사태는 지난해 9월 이후 일단락되는 듯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103회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을 불법이라고 천명했다.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에 근거를 마련한 총회 헌법위원회·규칙부 해석을 받지 않고, 김하나 목사 청빙을 용인한 재판국 판결도 거부했다. 세습 반대 측은 총회 재판국이 세습을 취소하고 서울동남노회가 정상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총회 재판국은 103회 총회 이후 7개월째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한 심리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총회 임원회는 3월 12일, 서울동남노회를 사고노회로 지정했다. 세습에 반대해 노회장직을 승계하지 못했던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를 중심으로 신임원회가 구성됐지만, 총회 임원회가 노회장 선출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직무를 정지하고, 서울동남노회수습전권위원회(수습전권위·채영남 위원장)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김수원 목사는 서울동남노회를 사고노회로 지정한 총회 임원회 결정에 "직권남용이자 노회 침탈 행위"라고 했다. 그는 "103회 총회에서 총대들의 중론은 '세습을 용인할 수 없다'였다. 총회 임원회와 재판국이 법에 따라 조치하면 모든 사태가 끝나는 건데, 도리어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원 목사는 4월 1일부터 무기한 금식에 들어간 상태다. 그는 총회 재판국이 빠른 시일 내에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심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수습전권위가 서울동남노회 신임원회 자격을 인정하고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일째 금식 중인 김수원 목사를 4월 9일 경기도 광주 태봉교회에서 만났다. 목양실에 들어가니 김 목사는 바닥에 앉아 성경을 읽고 있었다. 그는 외부 활동을 멈추고 평소 목양실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목양실 한쪽 벽에는 '재심 재판의 조속하고도 바른 판결을 위한 무기한 금식 기도'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 목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김수원 목사는 9일째 금식 중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외부 활동을 멈추고 무기한 금식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서 회원들과 1년 6개월 동안 명성교회 세습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103회 총회에서 그 결실을 거두는 것 같았다. "세습은 불가하다"는 총대들 뜻은 명확했다. 그런데도 총회 임원회와 재판국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서울동남노회 상황은 계속 어려워졌다. 이 사태를 하나님께 호소하기 위해 일체 활동을 멈추고 금식 기도를 시작했다.

금식 기한은 총회 재판국이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에 대한 재심 기일을 확정할 때까지다. 총회 재판국이 사안을 끌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103회 총회 결의가 있고, 세습금지법의 위헌성 다툼도 끝났다. 답은 이미 나왔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통과된 73회 정기회를 주재한 이가 최관섭 목사다. 총회 재판국은 지난해 3월, 최 목사가 불법으로 노회장에 당선됐다고 판결했다. 노회장이 아니었던 사람이 회의를 주관해 불법 사항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청빙 결의는 원천 무효다. 총회 재판국이 이제 판결만 하면 되는데, 왜 계속 미루는지 모르겠다.

- 수습전권위가 4월 8일부터 노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신임원회는 출석을 거부했는데.

우리는 총회 임원회가 서울동남노회를 사고노회로 지정한 건 직권남용이자 노회 권리 침탈이라고 보고 있다. 노회가 정기회에서 후임 노회장을 세우지 못하면 그 즉시 사고노회가 되는 건 맞다. 그러나 서울동남노회는 75회 정기회에서 노회장을 비롯한 임원 4명을 선출했다. 노회원들이 옥신각신하긴 했지만 절차는 제대로 밟았다.

명성교회 편에 섰던 남삼욱 목사는 75회 정기회 이후 신임원회를 상대로 선거 무효 소송과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소를 제기한 이상 임원 선거의 적법성 여부는 총회 재판국만 따질 수 있다. 그런데 남 목사가 3월 8일 갑자기 소를 취하했다. 남 목사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임원 선거와 관련한 법적 다툼은 종결됐다. 선거 무효 소송과 당선무효 소송은 재심도 없다.

서울동남노회가 사고노회를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총회 임원회의 설명도 인정할 수 없다. 명성교회 세습을 지지하는 구임원회는 지난해 75회 정기회 이후 총회 임원회에 세 차례 수습전권위를 파송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이들은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서울동남노회가 정식으로 사고노회를 요청했다고 보기 어렵다. 신임원회는 총회 임원회에 이러한 문제점을 여러 차례 알렸지만, 일언지하에 거부당했다.

- 채영남 수습전권위원장은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한다.

위원장께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따져 줬으면 좋겠다. 신임원회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를 막은 게 누구인가. 신임원회는 지난해 75회 정기회 이후 임시회를 소집해, 노회 행정을 정상화하려고 했다. 그런데 총회 임원회가 이를 막았다.

해결 방안은 간단하다. 총회 임원회가 신임원회의 자격을 인정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 끝난다. 굳이 사고노회로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신임원회가 활동할 기회를 막아 놓고 이제 와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말이다.

서울동남노회 신임원회는 총회 재판국이 103회 총회 결의에 따라 조속히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수습전권위는 이미 가동된 상태다. 채 위원장은 신임원회와 면담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습전권위 구성 자체에도 우려가 크다. 수습전권위원 중 한 분인 총회 규칙부장 신성환 목사는 지난해 10월 19일 C채널 좌담회에 출연해, 103회 총회 결의가 불법이고 세습금지법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인 총회 헌법위원장 이현세 목사는 최근, 103회 결의가 무효이고 세습금지법을 '은퇴한' 목사의 직계비속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세습에 찬동하는 이들이, 세습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동남노회를 수습하겠다는 건 인정하기 어렵다.

수습전권위가 정확히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만약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바로잡겠다면 협력할 생각이 있다. 그러나 노회 임원회 구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헌법 시행 규정에는 "수습전권위 활동 시한은 최종 판결 전까지이며 최종 판결 즉시 자동 해체된다"고 나와 있다. 임원 선거와 관련한 분쟁은 이미 총회 재판국이 기각하면서 종결됐기 때문에, 수습전권위는 자동 해체되는 게 맞다.

신임원회는 이러한 입장을 총회 임원회와 수습전권위에 충분히 전달했다. 위원들께서 찾아오신다고 들었는데, 도리어 그분들에게 세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고 싶다. 거룩한 노회장 직무와 불법 세습은 거래나 화해 대상이 될 수 없다. 103회 총회 결의는 준엄했다. 총대들은 총회가 법을 어긴 자를 치리하고 명성교회를 건강하고 바르게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노회와 교회를 동시에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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