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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진 말도 견딜 수 있다,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 예배…일부 주민 "납골당 반대" 소란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4.08 16:23

"죽으면 산에 가야지. 산 사람들을 왜 괴롭혀!"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4월 7일 일요일 오후, 평화롭던 화랑유원지에 고성이 울렸다. 산책하러 나온 주민들이 화랑저수지를 지나던 중 노란 리본을 보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한두 사람씩 모이기 시작한 주민들은 금세 십수 명으로 늘어나더니, 단체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날 선 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화랑유원지는 안산의 심장이야. 납골당은 절대 안 돼."
"우리도 다 아프고 눈물 흘렸어. 그래도 이건 아니지."

이날 세월호 가족들과 기독교인들은 화랑유원지 내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부지에서 참사 5주기 기억 예배와 '세월호 순례의 길'을 진행했다. 세월호 순례의 길은 참가자들이 예배 시작 전 생명안전공원 부지를 둘러싼 7개 코스를 돌며, 희생자를 기억하고 참사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일부 주민들이 생명안전공원을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들은 예배 시작 전 생명안전공원 부지를 순례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주민들이 항의하러 모여든 곳은 화랑저수지와 가까이 있는 세월호 순례의 길 2코스다. 이곳은 세월호 참사를 회상하는 코스지만, 주민들은 노란 리본만 보고 몰려와 생명안전공원을 반대하는 소리를 쏟아 냈다. 자리를 지키던 교인들은 마찰을 피하고자 테이블과 입간판을 산책로에서 먼 쪽으로 옮겼다.

예배 시작 전 발생한 소란이었다. 가족들과 기독교인들은 혹여 생명안전공원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예배를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속에서 예배를 시작했다. 걱정은 다행히 기우에 그쳤다. 반대 주민 일부가 예배 장소에 나타나긴 했지만, 이들은 기독교인 600여 명이 예배하는 모습을 보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5주기 기억 예배에는 기독교인 600여 명이 참석했다. 예상보다 참석자가 많아 의자가 부족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성 아빠 문종택 씨는 생명안전공원이 건립될 때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 예배는 희생자 304명을 초대하는 순서로 시작했다. 세월호 엄마 아빠들은 각 반을 대표해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나머지 교인들은 각 반 대표의 호명이 끝나면 한목소리로 "여기에서 만나요"라고 외쳤다. 현재 세월호 희생자들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다.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도록 하루빨리 생명안전공원이 건립되기를 소망했다.

단원고 2학년 1반 지성 아빠 문종택 씨는 예배에서 현장 증언을 전했다. 그는 예배 전 있었던 소란을 언급하며 반대 주민들과 대화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지성 아빠는 "반대 주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왜 남의 집 마당에 납골당을 세우느냐'고. 하지만 우리도 안산시민이다. 내가 사는 이곳, 여러분이 서 있는 이곳은 우리의 마당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엄마와 아빠들은 지난 5년간 정부를 쫓아다니고 국회를 쫓아다녔다. 안산을 비롯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은 다 쫓아다녔다. 그렇게 해서 겨우 이 작은 땅을 허락받았다. 골방에 앉아 화랑유원지를 달라고 기도한 게 아니다. 쉬지 않고 전국을 다니며 기도한 것이다"고 말했다.

지성 아빠는 "하나님께서 이곳에 모인 여러분에게, 야곱에게 했던 것처럼 감히 여러분의 환도뼈를 요구하는 것 같다"며 생명안전공원이 온전히 세워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호성 엄마는 세월호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엄마, 아빠들이 각 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416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을 맡고 있는 호성 엄마 강부자 씨는 생명안전공원을 건립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세월호 가족들은 생명안전공원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모진 말도 견딜 수 있다. 5년 전 그날,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들을 구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 믿음 하나를 붙들고 배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라도 엄마 아빠들은 어떤 말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반대하는 분들은 묻는다. 왜 화랑유원지에 생명안전공원을 세워야 하느냐고. 세월호 참사는 나를 포함해 우리 대한민국 기성세대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돈만 좇는 욕심 때문에 썩어 빠진 배를 구입해 아이들을 수학여행에 보냈다. 아이들을 돈벌이에 활용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부패와 잘못을 아이들이 모두 떠안고 간 것이다.

이 참사를 계기로 우리 부모들부터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처절하게 반성했다. 그제야 대한민국에 참사로 희생된 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이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나. 이렇게 또 아무 일 없듯이 지나가면 결국 바뀌는 건 없다. 진정으로 희생자들을 달래고 참사를 기억하기 원한다면, 많은 시민이 찾아올 수 있는 이곳에 생명안전공원을 세워야 한다. 많은 사람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12년 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딸을 잃은 황상기 대표(반올림)도 이날 예배에서 연대의 말을 전했다. 황 대표는 많은 노동자 가족들이 세월호 가족들이 겪은 비슷한 아픔을 동일하게 견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를 우선하며 기업 편을 들어 줄 때, 거꾸로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희생을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삼성 반도체 공장뿐 아니라 영세 사업장에서도 많은 노동자가 희생되고 있다. 가족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경제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더욱 중요하다.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이런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특별수사단 설치 △구조를 방해하고 증거를 조작·은폐한 책임자 처벌을 위해 기도했다. 예배 이후에는 가족들의 안내에 따라 국민 서명과 국민 청원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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