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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4·3 유족 앞에서 사죄 "교회 이름으로 죄 없는 사람 학살"
유족 대표 "진정한 화해와 용서 위해 4·3특별법 개정 필요"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4.04 18:26

"제주 4·3 사건 당시 서북청년단은 온갖 잔인무도한 짓을 자행했다. 이 비극적인 역사에서 우리 기독교가 엄청난 죄를 범했다. 그리스도 안에 한 몸으로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제주 민중 항쟁은 국가권력의 학살에 저항했던 의거였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김성복 이사장(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이 4·3 사건 희생자 유가족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도민들을 상대로 학살극을 벌인 서북청년단 출신 중에는 목회자도 있었다며, 그들을 대신해 제주 모든 영령 앞에 참회와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정의평화위원회와 인권센터는 4월 4일 광화문광장에서 4·3 71주년을 맞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한 개신교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에 참석한 기독교인 100여 명은 한국교회가 부끄러운 과거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설교를 전한 김성복 이사장은 4·3 사건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희생자들은 자주독립을 지향하는 이들이었다. 우리의 주권을 행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사람들이 벌인 정당한 궐기였다. 이제 진실을 드러내고 4·3에 '제주 민중 항쟁'이라는 이름을 붙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4·3 사건에 대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갖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성복 이사장은 교회의 이름으로 학살을 자행한 이들을 대신해 사죄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전진택 목사(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는 희생자를 위한 추모 기도에서 "71년 전, 이 땅의 교회는 힘없는 백성에게 날 선 칼이 되어 광기 어린 살인을 저질렀다. 우리의 허물을 자백한다"고 말했다. 그는 "억울한 죽음과 희생으로 가득한 이 사건의 진상이 온전히 밝혀지고 슬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구한다"고 했다.

민숙희 사제(교회협 여성위원회)는 4·3 사건을 외면했던 교회의 모습을 놓고 회개했다. 그는 "우리는 죽은 어머니의 젖을 무는 어린 생명의 울음과 육신을 농락당한 여인들의 슬픔을 돌아보지 않았다. 죄 없이 희생된 사람들, 영문도 모른 채 고문당한 이들, 죽음을 피해 난민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도민들을 돌아보지 않았다"며 "교회의 이름으로 죄 없는 사람을 죽인 죄를 씻기를 원한다"고 했다.

참석자들도 참회하는 심정으로 공동 기도문을 읽었다. 이들은 "수난의 역사 앞에서 침묵으로 일관해 온 우리의 모습을 회개한다. 우리의 굳은 심령을 녹이고 부끄러운 역사 앞에 참회하길 원한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용서하고 회개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했다.

희생자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개정된 4·3특별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독교인 100여 명은 참회하는 심정으로 기도회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진우 위원장은 진정한 화해와 용서를 위해 4·3특별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진우 집행위원장(제주4·3범국민위원회)은 기독교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유족 대표로 기도회에 참석한 박 위원장은 "4·3 사건은 통일된 나라와 친일 부역자 처단을 요구하고 이승만 정권의 반인권적 탄압에 저항하는 운동이었다"며 기도회에서 4·3 사건을 바르게 조명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4·3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했다. 그는 "20년 전 만들어진 4·3특별법은 진상 조사를 위해 제정된 법이고, 이번 개정안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내용이다"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영락교회를 중심으로 한 서북청년단과 군경 모두 시대를 잘못 만난 피해자다. 4·3특별법을 개정해야 이들의 위패도 도민들의 위패와 함께 4·3평화공원에 봉안할 수 있다. 가해자와 희생자가 모두 한곳에 모일 때,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4·3특별법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교회협은 앞으로 한국교회가 현대사의 비극을 재조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홍정 총무는 참석자들에게 "교회협이 화해와 상생을 주제로 역사 연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내년에 진행할 '4·3과 기독교'다. 한국교회가 유족들이 갖고 있는 한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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