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학 입학 시기를 서로 다르게 말하고, 부산고·경희대 사칭 의혹까지 불거졌던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공식적으로 그의 출신 대학은 숭실대학교지만, 이제는 숭실대학교 성적·학적에서도 미스터리한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취재 결과, 오정현 목사의 성적이 당시 교육과정 및 학칙과 상당수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오정현 목사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대학에 대해 '숭실대 졸업'이라고만 표현해 왔다. 하지만 수년간 오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제기한 의혹을 <뉴스앤조이>와 CBS가 지난 3월 취재하자, 그제야 사랑의교회는 오정현 목사가 1977년 관동대학교에 입학한 후 2학년 때 숭실대(당시 숭전대)로 편입했다고 확인해 줬다. 

사랑의교회 측은 CBS가 오정현 목사의 병역 이행 기간과 대학 생활 기간이 겹친다는 점을 보도하자, CBS에 항의 방문했다. 이때 교회는 오정현 목사의 숭실대 성적표와 학적부를 공개했다. 이는 교회가 외부에 처음 밝힌 것이었고, 이미 드러난 오 목사의 숭실대 영문 성적표의 정보와 대체로 일치했다. 그러나 성적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상한 점들이 발견됐다.

숭실대 성적표에 관동대 성적 기록 
실제 관동대 커리큘럼 비교해 보니
이수 학점 다르고 과목도 없어

오정현 목사의 숭실대 영문 성적표(왼쪽)와 1977학년도 관동대학교 교육과정(오른쪽). 비교해 보면 거의 모든 과목의 이수 학점이 다르다. 존재하지 않는 수업을 들었다고 되어 있기도 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숭실대는 오정현 목사 성적표에 관동대학교에서 받은 1학년 성적과 학점을 기재했다. 일반 편입 학생의 경우, 성적표를 발급하면 1학년 성적 란에는 대부분 전 대학에서 몇 학점을 이수했다는 간단한 설명만 나온다. 사랑의교회 측은 수십 년 전 성적표 표기 방식이 지금과 다르다며, 오 목사 성적표에 있는 1학년 성적은 관동대에서 받은 게 맞다고 했다.

교회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오정현 목사의 1학년 성적과 실제 관동대학교 교육과정이 맞지 않는다. <뉴스앤조이>는 <1977-1978 관동대학 요람>을 입수해, 오 목사의 이수 학점과 성적이 기재돼 있는 영문 성적표와 비교했다. 성적표에는 1977학년도 관동대 교육과정상 존재하지 않는 과목이 기재돼 있거나, 그 과목이 존재했더라도 실제 학점과 이수 학점이 상이했다.

예를 들면, 영문 성적표에는 오정현 목사가 1977학년도 1학기에 '2학점'짜리 '국민 윤리'(National Ethics) 과목에서 A를 받았다고 기재돼 있다. 그런데 관동대 교육과정에는 당시 1학년 1학기에 국민 윤리 과목이 없다. 국민 윤리는 2학기에 있었는데, 그것도 3학점 과목이었다. 그가 1학기에 듣고 A를 받았다는 3학점짜리 '세계문화사'(History of World Civilization) 과목은 당시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유사해 보이는 '문화사' 과목이 있기는 했지만, 이것도 1학기가 아닌 2학기 개설 과목이었고 2학점 수업이었다. 

또 성적표에는 관동대에서 3학점짜리 '독일어'를 수강해 A를 받았다고 나와 있지만, 교육과정을 보면 제2외국어는 1학기와 2학기 각각 2학점씩 이수하게 되어 있다. '영어' 과목은 교육과정상 2학점이었는데 성적표에는 1학점으로 기재돼 있다.

이런 식으로 관동대 교육과정과 오정현 목사의 성적표에서 서로 다른 과목은 국민 윤리, 독일어, 세계문화사, 영어, 문학 개론(Introduction to Literature), 자연과학(Natural Science), 철학 개론(Introduction to Philosophy) 등 총 9개다. 오 목사는 1학년 1~2학기에 14개 과목을 수강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요람에 나오는 교육과정과 맞지 않는 것이다. 

숭실대 사학과 편입 후 영문과 전과
학사 내규에는 "편입생은 전과 금지"
3학년 2학기 22학점, 규정보다 1학점 초과

당시 숭실대는 편입생의 전과를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오정현 목사는 사학과로 편입 후 영어영문학과로 전과했다고 학적부에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오정현 목사의 숭실대 편입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오 목사 국문 학적부에는, 그가 1978년 3월 숭실대 사학과에 편입해 영어영문학과로 전과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당시 숭실대는 편입생 전과를 허용하지 않았다. 1978년 발행된 <1977-1978 숭전대학교 요람> 서울캠퍼스 학사 내규 '전학·전적·전과에 관한 규정' 제2조를 보면 "편입생 및 동일 계열 무시험 입학자는 전학과 전과를 허가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과 금지 조항은 1979년 발행된 <숭전대학교 80년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숭전대학교 80년사>에서는 숭실대가 1973년 실험 대학으로 선정된 후 개정한 학칙 일부를 소개하는데, 여기에도 편입생 전과 금지 조항이 나온다. 이 규정은 오정현 목사가 숭실대를 졸업한 해인 1982년 발행된 <1982 숭전대학교 요람>에도 있다. 그런데도 오정현 목사는 사학과에 들어가자마자 영어영문학과로 전과해, 2학년부터 영문과 전공 수업을 들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상한 부분은, 오정현 목사가 1980년 3학년 2학기에 총 22학점을 이수했다는 점이다. 당시 학사 내규는 "직전 학기 성적 평점이 3.7 이상인 자는 21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정현 목사 3학년 1학기 성적은 3.7에 미치지 못하고, 성적이 되더라도 22학점 이수 자체가 불가능한데 성적표에는 22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숭실대 학적부에는 오정현 목사가 전과했다고 되어 있다. CBS 갈무리

<뉴스앤조이>는 왜 오정현 목사의 관동대 성적과 당시 교육과정이 맞지 않는지, 편입생은 전과할 수 없는데 오 목사는 어떻게 전과할 수 있었는지 등을 사랑의교회에 물었다. 교회 관계자는 4월 3일 "그것은 학교가 입장을 밝혀야 하는 부분이지, 교회가 말할 것은 아니다. 40년이나 지난 일을 이제 와서 다룬다는 것은 매우 답답하고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숭실대와 관동대는 오정현 목사와 관련한 언론들의 취재에 대해, 개인 정보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뉴스앤조이>가 이런 의혹들을 제기하며 다시 한 번 숭실대와 관동대에 문의하자, 학교 관계자들은 확인 후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보도 후 4월 4일 저녁 7시 30분, 숭실대학교에서 대외협력실장과 교무처장을 만나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사랑의교회가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를 보내와, 황준성 총장 지시로 오정현 목사의 수기 학적부·성적표 원본을 가지고 왔다. 

<뉴스앤조이>가 육안으로 확인한 학적부·성적표에는, 오정현 목사의 신상을 비롯해 1974년 7월 검정고시 졸업, 1977학년도 관동대학교 입학 등의 기본 정보와 각 학년 성적이 담겨 있었다.

먼저 1학년 1~2학기 성적이 관동대학교 커리큘럼과 다른 데 대해, 숭실대 교무처장은 "1학년 성적표에 기재된 과목은 다 우리 학교 과목이다. 관동대에서 이수한 유사 과목을 우리 과목으로 인정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학점도 숭실대에서 새로 매겼기 때문에, 관동대 요람에 나오는 교육과정과 다른 것이라고 했다.  

오정현 목사가 편입생 자격으로 사학과에서 영어영문학과로 전과한 것에 대해서는 "규정상 편입생 전과를 허가하지 않으나, 소속 대학장과 학과 주임의 허가를 받아 본인 청원서를 포함해 총장에게 제출하고, 총장 품의를 통해 일부 시행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4일 오후 10시 50분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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