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조용기 원로목사의 제자 이태근 목사(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는 2013년 1월 스승 조 목사를 위해 '선교비' 예산을 책정했다. 교회 예산 항목인 기타 전도비에 '원로목사님 국내외 선교비 지원'을 만들었다. 선교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조 목사에게 매달 1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안건은 이태근 목사 지시에 따라 반대 의견 없이 그대로 처리됐다. 당시 재정분과위원장, 장로회장, 총무국장 등은 '원로목사님 국내외 선교비 지원에 관한 건'이라는 제목의 품의서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었다. 결의에 따라 교회에서는 매달 1000만 원이 지출됐지만, 곧바로 조용기 목사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교회 총무국장이 현금 1000만 원을 이태근 목사에게 전달하면, 이 목사가 직접 조 목사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이었다.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총무국장을 지낸 A 장로는 "전임 총무국장에게 인수한 대로 2013년 품의서를 근거로 매달 1000만 원을 인출해 이태근 목사에게 가져다줬다. 지출한 금액에 대한 영수증은 따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 장로는 이태근 목사가 2018년까지 조 목사 선교비를 받아 갔다며, 지금까지 나간 돈만 7억 2000만 원이라고 했다.

A 장로는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의했기 때문에 선교비 지출 자체가 문제 될 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선교비가 온전하게 조용기 목사에게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몇몇 교인이 선교비가 제대로 지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회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B 장로는 이태근 목사를 3월 22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지금까지 관례에 따라 총무국장이 매달 정기적으로 현금 1000만 원을 이태근 목사에게 줬지만, (조용기) 원로목사님에게 전달이 됐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교회에 증명할 만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자료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는 2009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독립했다. 이태근 담임목사는 2013년 조용기 목사를 위해 선교비를 책정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핵심 관계자들은 조용기 목사 선교비와 관련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3월 26일 교회에서 만난 장로회장, 총무국장, 전 총무국장은 2013년 결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장로들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조용기 목사에게 지급하는 선교비도 없다고 했다.

정 아무개 장로회장은 "2013년 품의서가 있는 것을 보니, 아마 그때만 조용기 목사님에게 선교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선교비로) 나가는 돈은 없다. 매달 1000만 원을 지급할 정도로 교회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고 말했다.

1000만 원을 조용기 목사에게 가져다주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장로들은 이태근 목사가 매달 '목회 사역 대외 지원비'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선교비를 유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017년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외부 회계감사 자료를 보면, '목회 사역 대외 지원비'는 2억 3000여 만 원으로 전체 예산의 3.1%를 차지했다.

정 장로는 "목회 사역 대외 지원비는 목사님이 국내외를 오가며 성회를 인도하거나, 사역할 때 사용한다. 증빙 서류도 대부분 제출한다. 간혹 어려운 분들에게 현금을 줄 때가 있는데, 이때는 영수증을 받지 못한다. 대신 수첩에 따로 기록해 두신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태근 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교회에 직접 찾아가도 만날 수 없었다. 정 장로회장은 "선교비는 해당 목적에 사용됐다는 게 목사님 입장이다. 고발된 상황이기 때문에 기자를 만나 입장을 밝히는 건 곤란하다. 목사님의 연임을 반대하는 일부 교인이 음해하고 있으니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분당경찰서는 이태근 목사의 배임 혐의 등을 조사 중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는 2017년까지 십수 년간 조용기 목사를 수행해 온 이 아무개 장로에게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선교비에 대해 물었지만, 이태근 목사가 매달 찾아온 기억도 없고 두 목사가 돈을 주고받은 것도 못 봤다고 말했다.

이 장로는 이태근 목사가 돈을 줬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제자라고 해도 누가 매달 조 목사님에게 돈을 가져다주겠나. 이영훈 목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독립한 제자 교회가 조 목사님에게 선교비를 줘야 할 이유가 없다. 목사님이 소송 중일 때 제자 교회 목사들에게 도움을 받은 적 있지만, 매달 누군가에게 현금을 받는 건 못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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