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파리열방교회 사태는 송영찬 목사가 아들을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영상은 지난해 12월 23일 밤에서 24일로 넘어가는 시점에 촬영된 것으로, 교회 건물 3층 사택에서 벌어진 일이 찍혔다. 송 목사가 각목으로 인정사정없이 아들을 때리고, 그의 아내는 소리를 지르며 송 목사를 말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영상을 계기로 송영찬 목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송 목사의 자격, 폐쇄적 교회 운영 방식 등에 의문을 품던 교인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들은 신천지로 몰려 쫓겨났고, 이러한 교회 대처에 실망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났다. 인터넷에서는 교회를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들의 공방이 시작됐다.

송영찬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송 목사가 아들을 때리는 영상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 목사가 얼마나 가정적인 사람인지 증언하는 '간증문'이 여러 개 올라왔다. "내가 본 우리 목사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다", "목사님의 아들로 태어난 게 부러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프랑스 법원은 3월 1일, 송영찬 목사에게 아내· 아이들과 접촉하면 안 된다는 '접근 금지명령'을 내렸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2월 말 프랑스 현지를 방문해 송 목사의 아내 H와 아들 L을 만났다. 삼고초려 끝에 성사된 만남이었다. H는 송영찬 목사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오랜 기간 폭력에 노출됐던 그는, 자신의 증언이 또 다른 물리적 보복으로 이어질까 걱정했다.

두 사람은 송 목사가 가정 폭력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외부인에게 처음 털어놓는 것이었다. 이들은 살던 집을 떠나 지인의 집에 며칠씩 머무르는 방법으로 거주지를 옮겨 다니고 있었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이들은 그날 오후에도 집을 옮겨야 했다. 어렵게 만났지만, 처음부터 대화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에게 송 목사와의 일들은 되짚기 힘든 기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꼭꼭 숨겨 둔 기억이 떠오르는 듯 말문이 트였다.

송 목사 아내 "결혼 초부터 폭행,
교회 위해 참아야 하는 줄" 
아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맞아"

H는 결혼 전부터 최근까지의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손찌검 정도로 시작된 것이 나중에는 몸 구석구석을 직접 가격하는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큰딸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송영찬 목사와 가족들은 떨어져 살기 시작했다. 송 목사는 신학 공부, 교회 개척 등을 이유로 파리에서 지냈다. 주말에만 릴(Lille)에 있는 집으로 와 가족들과 생활했다.

아들 L은 "아버님이 집에 오는 게 싫었다"고 말했다. 그는 송 목사를 '아버님'이라고 불렀다. 송영찬 목사는 아내에게는 자신을 '목사'라 부르라고 했고, 자식들에게는 '아버님'이라고 부르게 했다. 그는 "아버님은 나와 동생을 주로 때렸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맞았다. 소리 질렀다고 맞고, 말대꾸했다고 맞았다. 교만하다고 맞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그렇게 맞으면서도 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을까. H는 "때리고 난 뒤에는 오히려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했다. 자신은 원래 굉장히 좋은 남편이고 목사인데, 사모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나 때문에 사역이 힘들다, 사역에 전념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은 H는 정말 자신이 잘못해서 맞은 줄 알았다.

H를 더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송영찬 목사가 가족들을 때린 뒤 잘못했다고 빌기도 했다는 점이다. H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이가 설마 저렇게 얘기하고 또 나와 아이들을 때리겠나 싶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아이들을 때리는 것도 아니었다. L은 "릴에 오시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그냥 맞았다. 우리를 때리다가 엄마가 말리면 엄마를 때리는 식이었다. 딱히 뭘 잘못해서가 아니었다. 눈빛이 맘에 안 들거나, 대답을 똑바로 안 했거나, 말대답했다는 이유로 맞았다. 다른 사람은 다 나에게 배우고, 내 말을 잘 듣는데 왜 우리 애들은 내 말을 안 듣냐고 하면서 그냥 때렸다"고 말했다.

L과 그의 동생은 반복되는 폭력이 싫으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다고 했다. 엄마도 교회를 지키기 위해 맞고 사는데 자신들이 반항하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H와 L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다. 폭력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걸 보면서, H는 아이들이 저렇게 맞다가 잘못될까 두려웠고, L은 엄마가 소리 없이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프랑스 법원은 송 목사의 아내와 아들의 진술,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 등을 고려해 지속적인 폭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프랑스 법원, 폭행 영상 증거 채택
"모든 요소 고려할 때,
가정 폭력 습관적이라 볼 수 있어"

H와 L은 송영찬 목사를 2월 3일 가정 폭력으로 파리 경찰에 신고한 뒤 2월 5일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24일 찍은 영상과 녹음 파일을 제출했고 경찰 조사도 받았다. H는 송영찬 목사에 대해 △H와 세 아이에게 접근 금지 △무기 소지 금지 △양육권 박탈 △매달 양육비 지급 등을 프랑스 법원에 요청했다.

H와 송 목사는 2월 27일 법원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송 목사는 H와 L의 증언은 전부 거짓이며 자신이 오히려 가정 폭력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증거가 남아 있는 12월 24일 폭력 사건 한 차례만 인정했고 그것도 모두 상대방이 계획한 것이라고 했다. 송 목사는 가족과 얼마나 관계가 좋은지 증명하기 위해 주변인 5명에게 진술서를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중에는 송 목사 최측근 류 아무개 전도사도 있었다.

프랑스 파리 법원에서 가정 문제를 담당하는 델핀 슈발리에(Délphine Chevalier) 판사는 경찰이 제출한 H와 L의 진술, 영상 등을 바탕으로, 송영찬 목사가 가족들에게 접근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3월 1일 발부된 '보호 명령서'는 "이 모든 요인을 종합해 볼 때 가정 폭력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폭력은 습관적이었고 H와 자녀들에게 위협적이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판단에 근거해 법원은 H의 요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송영찬 목사는 최소 6개월 동안 H는 물론 세 자녀와 어떤 형태로든 만나서는 안 된다. 또 자녀들이 송영찬 목사의 행동이 위험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H에게 단독 양육권을 부여한다고 판결했다. 송 목사는 H에게 양육비로 월 600유로(약 73만 원)를 매달 지급해야 한다. 소송비용도 전부 송영찬 목사가 부담해야 한다.

접근 금지명령의 유효 기간은 6개월이다. 경찰은 접근 금지명령과 별개로 가정 폭력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 송영찬 목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한(15일)을 다 채우고 3월 15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송영찬 목사는 "전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현재 교회에 남아 있는 교인들도 그렇게 믿고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 후 법원이 증거로 채택한 영상마저 "앞뒤를 자르고 조작해 2배속으로 돌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송영찬 목사는 3월 28일 교회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발표해 "목회자로서 가정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H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송 목사는 지난해 말, 나에게 자기 잘못을 시인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교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입장을 바꿨다. 심지어 법원에서는 나를 앞에 두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며 "송 목사 말을 믿는 교인들은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려도 믿지 않는다. 더 많은 피해자가 증언해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기사 정정(2019년 4월 3일 10시 25분 현재)

<뉴스앤조이>는 송영찬 목사가 법원의 접근 금지명령에 항소하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송 목사는 3월 15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법원은 3월 26일 이를 송 목사 아내 H에게 통보했습니다. 이에 기사 일부를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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