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강남 클럽에 잠입해 목격한 마약류 사용, 미성년자 성매매 실태를 소설로 풀어낸 주원규 목사(동서말씀교회)는 주요 일간지와 매체에서 주목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출판 시기가 '버닝썬 게이트'와 겹치면서,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오마이뉴스>, <시사저널>, 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KBS '오늘밤김제동' 등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소설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해 온 주 목사가 이번에 내놓은 소설은 <메이드 인 강남>(네오픽션)이다. 소설은 성매매 여성 5명과 강남에서 VVIP 멤버십을 갖고 있는 고위층 5명이 마약을 투약하면서 파티를 벌이다가 전원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대형 로펌이 200억 원 넘는 수임료를 받는 대가로, 경찰과 함께 하나의 사건을 전혀 다른 개별 사건들로 조작·설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실제로 주원규 목사가 클럽에 잠입 취재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 3월. 주 목사는 2012년부터 청소년 쉼터와 청소년 교정 시설에서 글쓰기를 지도해 왔다. 2015년 겨울부터 연락이 끊긴 가출 청소년을 추적하다 이들이 강남 클럽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들을 빼내려는 목적으로 클럽에 잠입하게 됐다. 낮에는 클럽의 조명 설비를 교체했고, 밤에는 주류배달원과 2차(성매매) 장소로 이동할 때 차를 운전해 주는 '콜카 기사'로 일하면서 실태를 확인했다.

버닝썬 게이트를 비롯해 <메이드 인 강남>에 나오는 실태를 기독교인은 어떻게 봐야 할까. 강남에서 성매매로 착취당하는 가출 청소년 문제를 놓고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3월 25일 서울 필동 카페바인에서 주원규 목사를 만났다. 주 목사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주원규 목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 연일 매체와 인터뷰하느라 바쁜 것으로 안다. 버닝썬 게이트 때문에 매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뷰 기사도 많이 나왔고 관련 보도도 쏟아지고 있는데, 당사자로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어떤 사안이 이슈화하지 않으면 여론의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낀다. 자칫 황색 저널리즘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일부 언론이 기사를 알리기 위해 무리수를 던지거나 자극적인 부분을 앞세우는 경우도 없지 않다. 버닝썬 게이트를 보도하면서 일부 연예인의 일탈이라는 부분을 더 선정적으로 부각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목도하고 공론화하자는 움직임은 바람직하다. 한국 사회가 밤에 강남 클럽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일들을 사회문제로 집중 조명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클럽 문화 자체를 비판하기보다, 클럽이라는 플랫폼으로 벌이는 음성적 산업 구조에 주목했으면 싶다. 청소년 성매매를 비롯해 불법 성 매수 문제, 강남 클럽 내의 배금주의가 사회적 의제로 다뤄지면 좋을 것 같다.

- 2016년 3월 강남 클럽에 잠입했다. 애초부터 소설을 쓰려고 잠입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2012년부터 청소년 쉼터와 청소년 교정 시설에서 글쓰기 지도를 했다. 말이 글쓰기 지도이지, 검정고시를 본다고 하면 책도 사 주고 같이 라면도 먹고 영화도 보는 모임이었다. 그런데 2015년 겨울부터 아이들이 한두 명씩 '자발적'으로 실종되더라.

어쩌다 한 명과 연락이 닿았다. 그 친구에게서 "강남 클럽에서 가드로 일하는데, 신도림·영등포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벌었다. 다른 여자아이들도 그럴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도 아닌데 어떻게 돈을 번다는 것일까 싶었다. 그곳 실태가 무엇인지 구조적으로 알아야 이들을 구제하거나 법적으로 보호하는 길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기획 취재를 시작했다.

주류배달원을 단기 아르바이트로 했고, 낮에 조명 설비를 교체하면서 클럽의 구조와 룸 위치 등을 파악했다. 환경 미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쓰레기에서 뭐가 나오는지 살피기도 했다. 강남 일대 유흥업소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2차 성매매를 위해 이동할 때 운전하는 콜카 기사 일도 조금 했다.

- 잠입해 보니 어땠나. 시간이 지나면서 심경의 변화도 있었을 것 같다.

일단 참담했고 자괴감이 들었다. 가출 청소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교류했던 친구들도 25명 넘게 만났고, 그 친구들 말고도 70~80명은 본 것 같다. 여자아이들은 '콜걸'(호출에 응해 성매매하는 여성 – 기자 주)이 돼서 성매매를 하고 있었고, 남자아이들은 호스트바에서 일하거나 클럽 일을 봐주는 가드가 돼 있었다.

처음에는 이들을 데리고 나오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지만, 취재를 계속하면서 이 친구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보니 데려오는 게 문제가 아니더라. 조금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들을 여기서 나올 수 없게 만드는 산업 구조가 있다는 현실과 마주했을 때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웠다. '밤 문화'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과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어 또 한 번 놀랐다. 마약류를 화장실 같은 곳에서 일상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항상 윤리적 딜레마가 있었다. 나도 소돔과 고모라 같은 곳에서 빨리 나와야 한다는 식으로 일갈을 외치고 교훈을 주는 것을 목사다움이라고 가르침 받아 왔다. 그런데 이 친구들 생존 방식을 보고 그렇게 강요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윤리적 딜레마를 느꼈다. 아이들이 구조적으로 희생양이 되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희생양이 된 친구들에게 윤리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 먼 이상처럼 느껴졌다.

2016년 3월부터 시작했지만, 내가 하는 다른 일들도 있으니 매일 잠입할 수는 없었다. 기자가 아니다 보니 취재에 한계를 느꼈고, 정체가 드러날 것 같아 결국 6개월 정도 하고 잠입을 그만두게 됐다. 클럽 일대를 계속 돌아다녔는데, 조금씩 소문이 나는 것 같더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가출 청소년들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포괄적으로 자료를 조사해 취합하고 나서 먼저 언론사와 접촉하고 경찰에 제보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에세이나 르포를 쓰려 했는데, 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취재형 소설을 쓰면, 여론을 환기하고 근본적 문제도 진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설을 썼다.

- 버닝썬 게이트는 대한민국의 성 윤리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교회는 "악은 모양이라도 버리라"는 성경 말씀 외에 별다른 해법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기독교인은 버닝썬 게이트를 비롯해 강남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악은 모양이라도 버리라"는 식의 원론적 이야기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구조의 하부에서 신음하는 희생양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강남에 많은 교회가 포진해 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그 구역 안에서 여전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추상적으로 성경을 인용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먼 행동이다. 현실을 바닥에서부터 고민하는 상황적 윤리가 필요하다. 선과 악을 나누는 이분법적 잣대만 들이대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교회가 인프라를 많이 갖고 있지 않나. 평일에 예배당을 개방하고 문화 센터를 운영하는 등 인력 창출을 위한 허브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 가출 청소년을 설득하는 것까지는 하지 못해도, 교회가 이런 일은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는 생기지 않을까. 복음의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가출 청소년의 성매매가 자발적 착취 문제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해, 지나치게 터부시하고 혐오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연예인에 대한 꿈을 볼모 삼아서 청소년을 묶는 자발적 착취 구조를 봐야 한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내가 강남이 아니면 어디에서 뭘 할 수 있겠느냐"였다. 사회구조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지나친 낭만화도 경계해야 한다. 이들이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고 범법행위를 하면서 움직이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무조건 이들이 피해를 봤다고 낭만화하는 것도 곤란하다. 구조적 접근이 더욱더 치열하게 일어나야 한다.

- 한국교회가 소통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가 청소년을 대할 때 자세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에게 "하지 마"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교회가 할 수 있는 청소년 사역 아닐까. 내가 취재한 3년 전보다 지금이 더 구조적으로 취약해진 상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여유가 없어졌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먹고살기 바빠졌다. 교회는 원론적 교훈을 남발하는 데 급급하다. 현실이 악진화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가출 청소년들을 보면, 그들 자신이 답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윤리적 길라잡이가 되지 않아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에 공분해야 하는지, 기성세대 잘못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들과 대화해 보면, 거친 말들 속에서 솔루션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화할 때 윤리적 딜레마가 있을 수 있는데, 조금은 유연하게 봤으면 좋겠다.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목사님들은 나에게 "왜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게 그냥 두었느냐"고 말한다. 대화의 벽을 느낀다.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고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법이나 종교적 잣대를 들이미는 행동을 최대한 지양하고 먼저 듣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 목사님은 청소년들과 대화를 잘 나누는 것 같다. 이들과 잘 대화하기 위한 팁이 있다면.

어른들과 기성세대가 먼저 자신들이 '꼰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나는 다른 꼰대들과 달라. 너희들을 다 이해해"라는 말은 거짓이라고 본다. 그들 문화 안에는 기성세대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이를 처음부터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현장을 목격해도 조금 유보하고 넓은 마음으로 기다려 주라. "술이나 담배 사 주면 이야기할게요", "한 달만 방 잡아 주면 내가 다 이야기할게요"라고 말할 때가 있다. 이때 고민이 생기는데,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게 한 달 방 잡아 주고 했을 때, 내가 유도하지 않아도 나중에 그 친구가 스스로 '내가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되지' 하면서 윤리적 고민을 하더라.

또래 아이들이 고민을 들어 줄 때 느끼는 안정감과 어른이 고민을 들어 줄 때 느끼는 안정감은 차원이 다르다고 하더라. 남북문제처럼 최소한의 대화는 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다음으로, 청소년들과 대화하다가 화를 내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아이들끼리 하는 대화를 들어 보면, 어떻게 저렇게 이야기할까 싶을 정도로 못 들어 본 욕이 많다. 그리고 아이들 문화가 너무 남성 중심적이다. "나는 여자 친구를 써드(third)까지 뒀다"고 말하기도 한다. 왕의 개념으로 자신을 비유한다. 그런 것도 일단 다 들어야 한다.

<메이드 인 강남> /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펴냄 / 192쪽 / 1만 3000원. 뉴스앤조이 장명성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강남 사회의 구조와 한국교회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한국교회 성장은 자본주의 성장과 궤를 같이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성장을 곧 하나님의 축복과 동일시하게 됐다. 이를 가장 세련되게 표출하는 곳이 강남의 대형 교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하나님께 선택받은 자녀라는 자부심이 형성되면서, 자본주의에 물든 교회의 행태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주일에는 교회에 와서 죄를 회개하고 면죄부를 받는 데 집중하지만, 주중에는 자신들이 축적해 놓은 자본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강남 교회 모습이, 강남 사회가 '빛으로 은폐돼 있는 어둠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는 바로미터가 아닌가 진단하게 된다. 교회와 클럽이 강남에서 하나의 랜드마크인 것 같다.

강남 클럽 안에 있는 VVIP 네트워크도 단순히 쾌락만 즐기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 (강남 대형 교회처럼) 그들만의 정보 공유를 위해 모이는 교양 공동체이기도 하다. 이들은 강남 이외의 다른 지역을 국가로 보지 않더라. 다른 곳을 '쓰레기하치장'으로 지칭하기도 하고 "강남만이 공화국이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교회도, 우리들은 천국에 가고 다른 사람들은 지옥에 간다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가. 동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것을 지속하는 교양을 유지하려는 측면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 <메이드 인 강남>을 읽으면서, 표현 방식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는 분들도 있었다. 남성 주인공의 심리 묘사, 여성에 대한 표현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던데. 이 같은 비판은 어떻게 보나.

그런 지적을 많이 들었다.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본다. 나로서는 최대한 정제해 묘사하려 노력했다. 콜걸의 연령대를 모호하게 처리하기도 했다. 이벤트 묘사도 소설보다 현실이 훨씬 더 고통스럽고 상상을 초월한다. 많이 정제했지만, 취재형 소설이기에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물론 다음 작품을 쓸 때 반영하고 개선해야 할 지점도 있다고 본다.

- 이렇게 소설을 쓰고, 인터뷰를 해 온 것을 고발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활동을 통해 사회가 바뀔 수 있을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지만, '이런 문제가 있구나' 인식하고 현실 그 자체를 대면할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고발과 폭로의 목적은 여기에 있다. 그다음 대안을 고민할 수 있다. 고민할 때 여러 가치관이 충돌할 수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이를 조정해 가야 한다.

강남 클럽의 문제는 여성 혐오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하다. 3년 전 취재나 최근 들은 정보에 따르면, 양지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존경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성 매수를 한다고 들었다. 낮에는 철저하게 자신들의 펜스룰을 지킨다. 성차별하지 않고 갑을 관계도 만들지 않는다. 민주적으로 세련된 교양의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런데 밤에는 극단적 여성 혐오, 계급 차별, 극우 성향을 파괴적으로 나타낸다. 낮의 문화를 답답해하니까 밤에는 돈 주고 여성들을 사서 마음대로 하려는 것이다. 고발과 폭로를 통해 남성 중심주의, 왜곡된 유희주의를 공론화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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