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의 숭실대 학력 의혹을 보도한 CBS가 돌연 기사 두 개를 삭제했다. 기자들은 기사를 삭제할 만큼 중대한 이유가 없는데도, 데스크를 맡은 종교부장이 일방적으로 내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사랑의교회 문제를 보도하고 있는 교계 언론사 CBS가 기사를 철회하자 사랑의교회는 반색했다.

CBS는 3월 15일 "오정현 목사, 합동 총회 정회원 자격 취득…학력 논란에는 '묵묵부답'"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오정현 목사가 1978년 2월 군에 입대했다는 병무 기록과 1978년 3월 숭실대(당시 숭전대)에 입학했다는 성적표가 시기상 맞지 않다는 내용이다. 성적표에는 숭실대 1~2학년 성적이 기록돼 있는데 어떻게 군 복무 중 수업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의혹을 제기한 전 사랑의교회 교인 황성연 PD 인터뷰도 실었다.

보도가 나가자 사랑의교회 관계자들은 3월 18일 CBS를 항의 방문해 오정현 목사의 학력 의혹을 해명했다. 이들은 오 목사의 학적부와 성적표를 CBS에 제시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오정현 목사는 1977년 강릉 관동대학교에 입학해 1학년 1학기와 2학기를 모두 이수했고, 1978년에는 숭전대에 편입하면서 동시에 군 복무(방위 14개월)를 했다. 실제 숭실대 학교생활은 1979년부터 시작해 1981년까지 2~4학년을 다녔다는 것이다. 

CBS는 3월 20일 자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숭실대 편입' 해명했지만…"독특한 성적표" 의혹"에서 교회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기사를 내보냈다. 대학 입학 연도와 관련한 의혹은 해소됐을지 몰라도, 오정현 목사의 성적표와 다른 숭실대 편입자의 성적표 양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를 보면, 오정현 목사의 성적표에는 관동대학교에서 이수한 1학년 과목과 성적이 모두 표기돼 있다. 그런데 CBS가 입수한 다른 숭실대 편입생 성적표에는 '전 대학 이수 학점'만 표기돼 있다. 기사는 유독 오 목사 성적표에만 전 대학(관동대) 성적과 학점이 모두 나와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CBS는 "남의 대학에서 관리한 과목을 넣어 준 독특한 성적표다"고 다른 대학 관계자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오 목사 학력에 의혹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CBS는 자사가 보도한 오정현 목사의 학력 의혹 기사를 지난 20일 갑자기 삭제했다. CBS 홈페이지와 포털, 유튜브 등에서 모두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그런데 두 기사는 3월 22일 삭제됐다. CBS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네이버·다음, 유튜브에서 모두 내려갔다. 현재 CBS 홈페이지에는 3월 15일 기사에 대한 사랑의교회 반론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학력 논란 진실 공방 가열" 기사만 남아 있다. 본문에 "CBS는 지난 15일 자 오정현 목사, 합동 총회 정회원 자격 취득…학력 논란에는 '묵묵부답' 보도에서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학력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는 내용이 있지만, 정작 본 기사는 지워진 것이다. 

기사를 쓴 송 아무개 기자를 포함해 CBS 종교부 기자들은, 조 아무개 부장이 임의로 기사를 삭제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송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사랑의교회와 숭실대 반론을 수차례 들으려 했고, 그럼에도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할 만했기 때문에 보도했다"고 말했다. 다른 CBS 기자는 "문제가 있으면 정정·반론을 하면 될 텐데, 사랑의교회에서 공문 하나 받았다고 기사를 그냥 지워 버린 것은 도를 지나쳤다"고 했다.

조 부장은 3월 26일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기사가 내려간 이유는 송 기자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다. 내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기사 삭제 이유는 보도 책임자인 부장에게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으나, 그는 "내부 얘기를 공식적으로 하기 어렵다. 내부적인 얘기가 사랑의교회로 흘러 들어가는 건 절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CBS가 보도했던 기사는, 사랑의교회가 해명하며 내놓은 성적표와 다른 편입학자 성적표의 표기 방식이 다르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사랑의교회는 <뉴스앤조이>에 이는 1995년 이전과 이후 성적 표기 방식이 달라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을 반영하는 대신, CBS는 기사를 지웠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CBS 노조 관계자는 "이 건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며 항의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그는 "내일(27일) 편성위원회가 열린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사과나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할 것이다. 만일 편성위원회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공정방송협의회 사안으로 다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정방송협의회는 CBS 노사 양측 대표가 협의하는 회의체로, 노조 의견을 모아 편집권 침해나 기사 삭제 등을 막고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노사 창구 역할을 해 왔다.

한편, 사랑의교회는 기사 삭제에 대해 "CBS가 오보를 시인했다"는 입장이다.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3월 25일 동서울노회 임시회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성적표를 가져가 보여 주니 자기들이 알아서 다 내렸다. (기사를 내리긴 했으나) 정정 보도도 요청할 것이고, CBS와 인터뷰한 황성연 PD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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