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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 변화 사이에서
[예배당 건축 기행] 체부동성결교회 사례로 본 교회 건축의 역사적 의미
  • 주원규 (bay3135@hanmail.net)
  • 승인 2019.03.22 17:01

체부동성결교회는 1924년 6월 30일, 무교정교회(현 중앙성결교회) 누하동 지교회로, 한 교인 가정집에서 창립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1931년 체부동 교회당을 건립하기에 이르렀고, 일제강점기에 탄압을 받으며 건물을 찬탈당하고 강제해산의 아픔을 겪기도 하는 등 민족과 함께 교회도 수난을 겪었다.

해방 이후 다시 예배당을 돌려받은 교회는 오늘날 성결교회의 대표적 상징으로 발돋움한 신길교회와 신촌교회를 지원하는 등 성결교회의 분명한 가치를 심어 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던 체부동성결교회는 한 차례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된다. 교회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1994년 새로운 예배당과 빌딩 설립을 결의, 1997년 강서구 등촌동으로 이전하기에 이른 것이다. 교회 명칭도 영광교회로 변경한다.

소중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종로구 체부동에 있는 체부동성결교회는 이후 어떻게 된 걸까. 여기서부터 교회는 새로운 변화를 맞는데, 그 변곡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주목해야 할 체부동성결교회의 건축적 가치를 먼저 언급해 보기로 하자.

체부동성결교회 예배당 전경. 뉴스앤조이 박요셉

근대와 현대의 경계를 잇다

1931년 지어져 오늘까지 체모를 유지하고 있는 체부동성결교회 예배당은 근대와 현대 사이에서 경계를 이루는 건축사적 의미를 지닌다. 지금은 교회의 전형적 스타일로 자리 잡았지만 높게 솟은 십자가 첨탑과 조적으로 쌓아 올린 특징적 벽돌 예배당은 현재 사대문 안에서 보존 가치가 가장 높은 벽돌식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벽돌 예배당이 추구하는 방식에서 나타난 건축사적 의미는 근대건축 기법의 절묘한 융합으로 귀결된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투영하는 수용과 반영의 원리를 견지해 온 것이다.

특히 체부동성결교회 예배당은 프랑스와 영국의 근대건축 기법을 발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다. 여러 번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면서 왼쪽 벽은 프랑스식 조적 기법으로 한 단에 벽돌의 긴 면과 짧은 면을 번갈아 교차해 보이도록 마감했고, 오른쪽 벽은 영국식 조적 기법으로 단을 구획으로 나눠 한 단에는 긴 면, 다른 단에는 짧은 면이 보이도록 쌓아 놓았다.

1920년 기도실로 시작해 1931년, 교인들 모금으로 신축된 벽돌 예배당은 건축사뿐 아니라 역사·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는데, 건축가 김원은 그 문화적 배경을 짚어 낸다. 그는 체부동성결교회가 오래전부터 양반 마을인 북촌에 있었다면 뾰족한 십자가 탑은 세워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교회가 위치한 서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인이 모인 지역의 개방적 문화 축적이 낳은 절묘한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왕궁의 엄격함, 보수성이 자리 잡은 왕궁 옆에 교회가 들어설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러한 개방적 문화의 축적이 있다고 봤다.

체부동성결교회 예배당은 서촌에 위치해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체부동성결교회 예배당에는 프랑스와 영국의 근대건축 기법이 녹아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체부동성결교회는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흔적을 여러 곳에서 여실히 나타낸다. 남녀가 유별하다는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유교적 풍습을 따라 교회 예배당 동쪽 벽에는 건축 초기 만들어진 남녀가 따로 출입하기 위한 별도의 출입구 흔적이 남아 있다. 지붕을 목조 트러스 구조로 된 근대 건축양식 그대로 복원한 점 역시 한국 근현대사를 건축사적으로 지탱해 주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기도 하다.

공간 보존과 유지의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후에 예배당을 관리하게 된 서울시는 리모델링 공사 중 1930년대 민가에서 사용하던 꽃담이 한옥에서 발견되자 복원 작업을 거쳐 원형이 보존되도록 했다. 벽돌 쌓기의 변화를 보여 주는 외벽과 목조 트러스를 유지함은 물론, 193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시대 흐름을 따라 건축물이 변화된 축적 방식의 형태가 그대로 보이게 하기 위해 트러스를 있는 그대로 노출했다.

이렇듯 체부동성결교회는 19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내려온 한국 근현대사의 기념을 공간적으로 구축해 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그 전통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건축사적이며 문화적 의미로서의 교회 전통은 지속되고 있지만, 개신교회로서의 가치는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으로 남아 있는 듯 보인다.

예배당과 연결된 부속 건물인 한옥. 우측에 꽃담이 보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보존 가치를 선택하다

1997년 교회가 이전 설립한 뒤 남게 된 체부동성결교회는 새로운 담임목사가 부임하면서 안팎으로 재정비를 이루려 했다. 하지만 8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체부동성결교회를 둘러싼 안팎의 지형학적 환경은 너무나 많이 변해 버렸다. 경복궁 옆 하천은 없어졌고 금천교도 매몰됐다. 하천 자리에 아스팔트가 깔린 건 결정적인 지형 변화다. 교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금천교시장도 그 이름이 '세종마을 음식 문화 거리'로 변경되었다. 관광 지역화하려는 종로구청의 의지가 담긴 변화였다.

급변하는 주변 환경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건 원주민 이탈과 주거 시설 기능의 쇠퇴 현상이다. 이를 두고 보면 체부동성결교회는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의 직격탄을 맞은 게 분명하다.

상권이 발달되면 땅값이 오르고 땅값이 오르면 임대료가 치솟는다. 원주민들이 계속해서 상가 건물로의 전환이나 웃돈을 얹고 매매를 유도하는 투자자들 유혹에 못 이겨 집을 팔고 떠나는 현상이 가속하는 것이다. 체부동성결교회에 남아 있던 교인들도 그곳 원주민인데, 원주민들이 하나둘 떠나자 교인 역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날부터인가. 교인들이 줄기 시작했고, 교회는 재정적으로 더 이상 예배당을 유지할 수 없는 잠정적 파산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던 중, 중국 사업가라며 고액을 제안하며 교회 건물을 매각할 것을 제안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교회는 결국 일반 사업가들이 제안한 액수보다 파격적으로 낮춘 가격을 받고 서울시에 매각하는 것을 결정하게 된다. 체부동성결교회 예배당을 역사적으로 보존하는 조건하에서 말이다.

서울시는 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적, 사회 문화적 가치를 지니거나 국가의 건축 문화 진흥 및 지역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건축물, 공간 환경, 사회 기반 시설을 '우수 건축 자산'으로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 체부동성결교회는 서울시가 지정한 첫 번째 우수 건축 자산이다.

지금의 체부동성결교회 예배당은 서울시에서 일정 부분을 리모델링해 생활 문화 지원 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민, 지자체 주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자유롭게 오픈하고 있다.

예배당 측면.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당 실내. 생활 문화 센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남아 있던 교인들은 다른 장소에서 그 역사를 이어 간다고 알려졌다. 이런 교회 입장에 대해 교계 관계자는 교회 존립 가치와 의미를 분석했는데, 건물의 건축사적 의미로 미루어 보면 충분히 보조하고 지켜 나가야 하겠지만, 교인들은 직접 예배에 참여해야 하는 고충이 있기에 교회 이전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간의 보존이 아니라 정신의 보존, 정신의 계승을 지속한다면 체부동성결교회가 없어졌거나 팔렸다고 확언할 순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의 길목에서 필자는 묻고자 한다. 과연 이 같은 보존이 최선이었을까. 이 질문에 답을 내린다면, 절반의 긍정과 절반의 아쉬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새로운 과제,
교인 수와 헌금에서 벗어나려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교인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거리 전체가 관광지로 변하면서 체부동성결교회가 더 이상 교회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론으로 읽힌다.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다른 대안이 없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아쉬움은, 한 교회가 건축물로서 가치가 있는 예배당 보존과 관련해 내린 소중한 결론을 존중하는 일과 무관하게 한국교회 전체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과 해법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체부동성결교회 예배당은 이제 서울시에서 관리한다. 서울시가 최초로 지정한 우수 건축 자산이기도 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교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은 예전과 친교, 선교로 집중된다. 케리그마를 강조하는 개신교 전통에서는, 설교하는 목사와 교인의 상호 관계를 교회 공동체 존립 기반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교인 수 감소는 교회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거기에다 한국 개신교는 각 개교회 중심으로, 각자도생을 요구받고 있다. 교인 수 부흥과 적극적 헌금 참여가 이뤄질 때는 재정 운영에 어려움이 없지만,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지면 교회 운영이 어려워지는 게 현재 개신교회의 현실인 것이다.

체부동성결교회의 오래된 역사, 그 역사 속에서 개신교회가 갖는 역할에 대한 확장성 고민을 좀 더 치열하게 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고민이 이 지점에서 생긴다. 교회가 케리그마의 필요조건을 논할 때 교인 수 운집에만 무게중심을 두지 않았으면 한다. 지역사회, 공동체 문화 활동, 시민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복합 플랫폼 용도로 확장하는 방법도 고려하는 고민이 요청된다고 본다.

교인 수와 헌금, 이 두 축이 교회 존립 근거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 비중에 대한 분산 배치를 고려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것이 가나안 교인이 늘어나고 출석 교인이 줄어드는 한국 개신교 교회 현실에 필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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