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목사는 올해 70세다. 총회 헌법에 따라 75세까지 목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기총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정년이 되었으니 은퇴하라는 교인들을 '좌파'로 매도하는 목사가 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 총회장 이태근 목사가 시무하는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는 지난해부터 이 목사의 정년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일부 교인은 이태근 목사가 만 70세가 되는 올해 6월 강단에서 물러나든지,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정관에는 항존직 시무 기간이 70세로 되어 있다. 다만, 위임목사는 '교회가 원할 경우' 75세까지 시무할 수 있다.

이태근 목사는 공공연하게 75세까지 시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특히 지난해 4월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성령 대망회'에서는 공동의회 신임 투표를 해서라도 끝까지 시무하겠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성령 대망회에는 주로 지역장·구역장 등 충성도가 높은 교인들이 참석한다.

이태근 목사는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을 '좌파'로 규정했다. "드디어 좌파가 우리 교회에도 왔다. 몇몇 장로가 나에게 70세가 되면 그만두라고 한다. 나는 자존심이 있다. 공동의회 투표에서 (교인) 반 이상이 나가라고 하면 깨끗이 나가겠다. 여러분이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목사 정년을 75세로 규정한 기하성 여의도 총회 헌법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세상에 늙은 것도 억울한데 70세에 나가라고 한다. 우리 교단은 100세 시대니까 정년을 75세로 높였다. 서대문 총회는 아직 정년도 없다. 내가 서대문으로 가면 100세까지 할 수 있다. 그나마 75세에 끝나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다른 교단도 연령 제한이 없다. 천주교 교황도 나이 (제한이) 없다. 죽는 날 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우리나라 대형 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명성교회가 무너지면 좌파가 참 좋아한다. 박수 친다. 그래서 끊임없이 조(용기) 목사님과 이영훈 목사를 흔든다. 원래 이 이야기 안 하려고 했는데, 오늘 성령이 나한테 하라고 했다. 음모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담임목사를 비방하는 교인들이 있다면 그냥 넘어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목사는 "그런 말에 넘어가거나 묵인하지 말고, '장로님 정신 차려', '네가 나가', '누가 누구를 내보내려 하느냐'고 말하라"고 했다.

이태근 목사는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듯 말했다. 재단법인 여의도순복음연합에 편입돼 있었던 60억 상당의 유치원 건물을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재산으로 가져온 사례를 들었다.

"유치원 재산권 누가 가져왔는가. (원래) 60억짜리 재단 재산이다. 내가 조 목사님 때도 밀어 드리고, 골프 치러 갈 때 공도 갖다 주고, 불고기도 재워서 놔 드리고. 그러니까 목사님이 '야, 거기 있는 유치원 너 가져가'. 할렐루야. (중략) 여러분 공짜가 어디 있는가. 다 내가 뒷바라지한다. 내가 60억짜리를 가져온 거다. 나한테 보너스를 줘야 한다."

때가 되면 붙들어도 떠나겠다던 이태근 목사는 교회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내가 아니면) 누가 이영훈 목사님한테 가서 돈을 빌려 올 건가. 교회 드림센터도 해결해야 한다. 여러분이 가라고 하면 내년 6월 25일 그만두겠다. 그게 아니라면 연명이나 서명을 해서라도 입장을 보여 달라. 지역장, 구역장, 총무권사님들은 교인들을 잘 이해시키라"고 말했다.

이태근 목사는 설교 말미 자신을 둘러싼 논쟁을 시험에 빗댔다. 이 목사는 "이게 다 시험이다. 내가 흔들리면 교회가 흔들린다. 나를 흔드는 건 교회를 흔드는 것이다. 여러분 이건 좌파의 세력이고, 악한 세력이다. 하나님이 축복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는 2009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독립했다. 교인은 3000명에 이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에서는 이태근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을 중심으로, 이 목사가 75세까지 위임목사를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관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개정 작업은 흐지부지 넘어갔다.

이태근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를 연장하고 싶으면 교회 정관에 따라 신임 투표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로는 "임기가 올해 6월까지인데 담임목사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임기 연장을 원한다면 관련 절차를 밟든지, 그게 아니라면 후임 목사 청빙을 위한 작업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 측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정덕근 장로회장은 3월 19일 기자와 만나 "우리는 목사님이 75세까지 시무하기를 바란다. 다음 달부터 절차를 밟아 나갈 생각이다. 공동의회를 소집해 목사님의 시무 연장 건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출신인 이태근 목사는 2009년부터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담임을 맡고 있다. 출석 교인은 3000명, 1년 예산은 70억 원에 이른다. 이 목사는 조용기 목사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조 목사의 제자 목사들로 구성된 영목회 회장을 지냈다. 조 목사의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선교 헌금'을 거뒀다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태근 목사는 현재 기하성 여의도 총회장을 맡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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