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우 목사의 이단 해제를 주도한 정동섭 목사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한기총 이대위원에서 사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 이단 해제를 놓고 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전광훈 대표회장)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유동근 위원장)는 3월 6일 "변 목사가 본질적으로 복음주의 신학의 범주에 속한다"며 이단 해제를 결정했다.

한기총 이대위는 이대위원 정동섭 목사(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가 작성한 '변승우 목사의 사랑하는교회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이같이 결정했다. 평가서에는 2016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이 추진하다 무산된 특별사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예장통합이 이단 사면을 시도했던 김기동의 성락교회, 이명범의 레마선교회, 고 박윤식의 평강제일교회, 그리고 변승우 목사의 사랑하는교회 가운데, 다른 집단은 이단 해제가 불가한 이단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나, 변승우 목사는 본질적으로 복음주의 신학의 범주에 속하므로 이단 해제와 사면을 받을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정 목사는 예장통합 특별사면위원회가 변승우 목사를 긍정적으로 봤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특별사면위원회는 장로교 신학 입장에서 변승우 목사의 신앙관을 쉽게 용인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한 에큐메니컬 정신에 입각해 신앙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복음 사역에 동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동섭 목사는 변승우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한 것과 관련해 "전적으로 실수였다"고 말했다. 정동섭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여론은 들끓었다. 예장통합·합동·고신 등 9개 교단이 잘못된 성경관과 계시론, 극단적 신비주의 신앙 형태 등을 이유로 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는데, 한기총이 면죄부를 줬다고 성토했다. 무분별한 이단 해제로 분열을 겪은 한기총이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평가서를 작성한 정동섭 목사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이단·사이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비난이 거세지자 정 목사는 3월 7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정 목사는 "변승우 목사의 자기 변증서 두 권을 이틀 동안 읽었을 뿐 연구 준비할 시간이 없이 회의 심사 과정에 가편可便 투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기총을 정화 개혁하기 위해 들어왔으나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했다. 다시 보니 변승우 목사는 전형적인 이단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구원파' 전문가 정동섭 목사는 2000년대 한기총 이대위 부위원장을 10년간 지냈다. 한기총이 금권 선거와 이단 해제 문제로 분열되자 떠났다가, 올해 다시 이대위원으로 복귀했다.

3월 8일 전화로 정 목사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정 목사는 전적으로 자신의 실수였으며, 이단 해제 과정에서 외압이나 회유는 없었다고 했다.

조사 3일 만에 이단 해제
변 목사에게 유리한 자료만 참고
"전광훈 대표회장이 분위기 조장"

- '변승우 목사의 사랑하는교회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

한기총 긴급 임원회가 열린 3월 4일 모임에 나갔다가 변승우 목사를 만났다. 변 목사가 자기를 변증하는 책 두 권을 주더라. 이틀간 열심히 읽었다. 책에는 주요 교단이 변 목사를 공격해 왔는데,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번 예장통합이 특별사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대상자를 평가한 자료가 있다. 다른 대상자와 달리 변 목사는 이단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평가가 맞다고 생각해 받아들였다.

- 이단 해제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사과 성명을 발표한 이유는.

나는 구원파와 지방교회 전문가지, 모든 이단을 연구하지 않는다. 9개 주요 교단에서 변승우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것만 알았지,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변 목사가 준 책과 특별사면 자료만 참고할 게 아니라, 왜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했는지 광범위하게 연구했어야 한다. 그저 긍정적인 자료만 가지고 (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거다.

혹시나 해서 변 목사 최근 설교를 들어 봤다. 자기가 요한계시록을 깨달았다고 하거나, 세계적 신학을 무시하는 발언도 했다. 설교하는 게 전형적인 이단의 모습이었다. 내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 이단 해제 과정에서 외압이나 회유는 없었나.

변승우 목사를 이단에서 풀어 주라는 압박은 없었다. 말한 대로 서두르다 보니까 충분히 연구할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변 목사에게 유리한 책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분들의 주장도 살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외압까지는 아니지만, 전광훈 대표회장이 (이단 해제) 분위기를 조장하기는 했다. 보통 이대위가 회의할 때 외부인은 동석하지 않는다. 그런데 전 대표회장은 처음부터 이대위 회의에 동석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변승우 목사(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이단 해제로 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단 해제는 전광훈 목사(사진 맨 오른쪽)가 주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전광훈 대표회장은 변승우 목사를 '젊은 스타 목사'로 내세우며 옹호해 왔다. 전 대표회장이 변 목사를 두둔하는 이유가 뭔가.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다만 전 대표회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이분이 이단 문제에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걸 느꼈다. 지금 한기총에도 몇몇 이단이 소속해 있다. 정리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걸 보고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신학적으로 제대로 분별하고 있구나' 생각하긴 했다.

- 현재 이대위 분위기는 어떠한가.

좋지 않다. 변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할 때 이대위 안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전광훈 대표회장이 추진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이 따랐다. 후폭풍이 거세다 보니 유동근 이대위원장도 사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자는 유동근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틀간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원래 이단이 득실거리는 한기총에 들어가 정리·정화하고,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단체로 복원하고 싶었다. 정치적인 부분은 전혀 없었다.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결과가 이렇게 됐다. 한국교회와 이단 사역자들께 송구하다.

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한 전광훈 목사는 한교연과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변승우 목사 이단 해제는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변승우 목사 이단 해제 문제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권태진 대표회장)과의 통합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한교연 관계자는 "한기총에 먼저 통합을 한 다음 (이단 해제를) 논의하자고 수차례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한기총과 통합할 명분이 없다. 전광훈 대표회장은 변승우 목사가 이단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통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밖에 안 들린다"고 말했다.

- 정동섭 사과 성명서 -

저는 한기총 이대위원장 유동근 목사의 권유로 이단의 온상처럼 되어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정화 개혁 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이단대책위원회에 가입했습니다. 

그러나 가입하자마자 한기총 회장은 서둘러 변승우를 해제하려는 뜻을 정하고 이대위를 소집해 졸속으로 해제 결론을 유도했습니다. 

저는 변승우 목사의 자기 변증서 두 권을 이틀 동안 읽었을 뿐 연구 준비할 시간이 없이 회의 심사 과정에 가편 투표 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다행히 아직 절차상 서류가 실행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아서 변승우에 대한 이단 해제 결의는 무효화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변승우를 이단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늘 20시 부로 한기총 전광훈 회장에게 탈퇴를 통보했습니다. 

또한 본인은 당시 이대위 회의에서 배포하였던 "변승우 목사의 사랑하는교회에 대한 평가" 내용을 철회합니다.

제가 물러나면 한기총 이대위 결의는 정족수 충족 요건 5명 미달로 인해 자동으로 무효가 됩니다. 

제가 선한 의도로 가입했다가 들러리로 이용당한 것을 후회하며 한국교회 앞에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바입니다.

저는 앞으로 더욱 더 이단 대처 사역에 정진할 것을 다짐합니다. 

끝으로 이단 사역하시는 동역자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하여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2019년 3월 7일
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총재 정동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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