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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 주민의 아픔에 공감하며 세워진 교회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삼척제일교회
  • 이근복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03.08 11:03

2월 23일 실린 <한겨레> 인터뷰 기사가 감동을 주었습니다.

"최근에 낸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보면 조선 때 중종이 백성들이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데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지방 관리를 쫓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죽음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우리 사회가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는 기자의 말에, 앳된 얼굴의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의 응답은 이랬습니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하나의 패턴이 있다. '너만 힘드냐? 나는 더 힘들다.' 서로의 고통을 겨루는 '고통 올림픽'이 매일매일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모두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고통에 감정이입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아니까. 다만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자신이 던진 돌이 얼마나 아픈 돌인지 아는 것, 우리한테 부족한 것은 그런 것 같다."

또 김 교수는 "나는 교수라는 기득권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김용균 씨의 죽음은 내 책임이기도 하다"고도 말하였습니다.

인구 유입이 잦은 경인 지역과는 달리 소도시에서는 교회가 지역사회와 깊이 공감하지 않고서는 역사를 이어 갈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삼척제일교회가 어떻게 107년의 긴 역사를 이어 왔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공감이라고 봅니다. 신사참배에 끝까지 저항하다 순교한 삼척 구역의 최인규 권사를 주목하게 된 것은 이분의 기독교 입교 동기가 바로 공감이었기 때문입니다.

"1910년 망국의 설움 속에서 아내마저 사별하고 나니 마음 붙일 곳 없어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3·1 운동이 터져 송정리마을 사람들도 북평교회 권사 김원대를 중심으로 거사를 준비하다 발각되어 삼척 헌병대에 끌려가 가혹한 고문에 시달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조국의 현실과 자신을 되돌아보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 역사 문화 아카데미, <동해·삼척 지역 기독교 유적 답사 자료집>, 29쪽)

최 권사는 3·1 운동과 임시정부 참여, 신사참배 거부와 창씨개명 반대 등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이수정 선생에게서 영향을 받습니다. 구약성서 속 아브라함의 굳은 신앙, 모세의 열정적 동족애, 예레미야의 애국정신, 출애굽 해방의 이스라엘 역사에서 소망을 발견하고 조선 민족의 해방을 확신하며 사명감을 품게 되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통해 민족의식이 더욱 견고해져 황국신민화 정책에 단호하게 맞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1940년 5월, 삼척경찰서장이 보낸 한국인 고등계 형사에 체포돼 가혹한 고문을 받았지만,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 외에 왕은 있을 수 없으며 인간 천황에게 절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저항했습니다. 일제는 창피를 당해 보라고, 최 권사에게 똥통을 지우고 동네 집집마다 끌고 다니면서 "내가 예수 믿은 최인규입니다"라고 외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주님의 십자가 고난에 동참한다는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 앞에서 부끄럼 없이 기쁘게 끌려다니자 저들의 술수는 역효과를 냈습니다. 그 광경을 본 주민들은 일제를 원망하고 최 권사를 동정했다고 합니다. 그는 강릉구치소로 이감됐다가 함흥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아 2년형을 언도받습니다. 대전형무소로 전감한 최인규 권사는 그곳에서 황국 신민 서사와 동방 요배, 일장기 경례를 거부했습니다.

최 권사는 계속되는 구타와 고문, 회유에 맞서 금식을 단행했고 결국 1942년 12월 16일 별세합니다. 그분의 순교 기념비가 삼척제일교회 마당에 서 있고, 주보(2019년 2월 17일)의 교회 소개란에도 자랑스럽게 적혀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역사의 깊은 뿌리를 지역사회에 내리고 있습니다. 순교·순국하신 최인규 권사의 뜻을 받들고, 많은 믿음의 지사들이 아름다운 사랑의 열매를 맺은 곳입니다. (하략)"

강원도 복음 전도는 하디(Robert A. Hardie) 선교사가 미 남감리회 선교부 소속으로 1898년 원산에 거주하면서 본격화했습니다. 강원도는 태백산맥이라는 지형적 특성도 있고 문화적 배타성이 강해 어려움이 컸지만 선교사들과 전도인들의 꾸준한 노력과 인내로 열매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삼척제일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삼척제일교회는 김한달이 문중의 냉대를 받으면서도 5년 동안 전도해 1912년 4월 19일 기도처를 정하고 12명이 예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1920년 김한달 전도사의 장남인 김기정 전도사가 부임해 가난한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헌신적으로 사역했고, 1925년 삼성유치원을 설립해 영동 지역 선교를 활짝 열었습니다.

1937년 부임한 홍성주 목사는 새로운 사역을 통해 일제 박해로 위축된 교회를 활성화했습니다. 그러나 1944~1945년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 등으로 핍박이 더욱 거세져 관제 교회만 남게 됐을 때, 삼척제일교회는 폐쇄의 길을 택했고 일제는 예배당을 '강원도토목관구사무소'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한기모 목사는 교회를 지키며 통분의 기도를 드리다가 많은 고초를 당했습니다.

오늘날 삼척제일교회가 주로 토박이 교인들로 구성된 것은 지역사회와 공감하며 성장한 공동체임을 보여 줍니다. 장로 10명 중 7명이 삼척 출신입니다. 김은수 여성 장로는 설립자의 고손녀이고, 나머지 3명도 이곳에 수십 년 거주한 분들입니다.

2010년 부임한 박신진 담임목사님은 삼척은 물론, 지역 목회자들과 공감하며 사역하고 있습니다. 3월 5일 만난 박 목사님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삼척제일교회의 존재 가치는 균형 있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전해 주는 기관이라는 점으로 선거 때나 원전 이슈 등이 터질 때 지역의 여론을 반걸음쯤 앞서 이끄는 편입니다. 그리고 지역 교회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을 모으고 아우르는 중심 역할을 하며 목회자 독서 모임, 교회 연합 행사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목회 철학 덕분에 우리 크리스챤아카데미는 2017년 6월 말, 다양한 교파의 목회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영동 지역 목회 아카데미'를 옥계 한국여성수련원에서 1박 2일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삼척 가까운 곳에서 목회하는 여춘명 목사의 도움으로 처음 방문한 죽서루는 생각보다 컸고 아래에 흐르는 푸른 시냇물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단원 김홍도의 죽서루 그림은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죽서루 앞에서 시작된 삼척제일교회는 민족, 삼척시민들과 공감하는 교회로서 죽서루처럼 더욱 아름답게 서 있을 것입니다.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는 매월 2차례 업데이트됩니다.

이근복 / 목사,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거쳐 현재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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