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회장은 한때 기독교인이었다. 주춤하던 시기 한 교회를 출석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지난해 말 한국 사회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적 행각으로 떠들썩했다. 퇴사한 직원의 뺨을 무자비하게 내리치고, 직원에게 살아 있는 닭을 석궁과 칼로 죽이도록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그뿐 아니라 청부 살인을 교사하고, 직원을 성폭행했다는 폭로까지 나오며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겼다.

결국 양 회장은 특수 강간, 상습 폭행, 강요 등 6가지 혐의로 12월 5일 구속 기소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2월 말 재판을 시작했다.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실소유주로 알려진 양 회장은 불법 음란물 유통을 주도한 혐의도 받고 있어 추가로 기소될 수도 있다.

양진호 회장의 '슈퍼 갑질' 사건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회자됐다. 그가 한때 교회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양 회장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한 진실 탐사 그룹 <셜록> 박상규 기자는, 양 회장이 한 목사로부터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박 기자는 "목사는 양 회장에게 '당신은 돈을 벌 것'이라고 예언했고, 교회에서 신도들과 기도회까지 열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교회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그가 교회를 정기적으로 출석했다면, 목사는 왜 그를 신앙적으로 지도하지 못했을까. 수소문 끝에 지난해 12월 18일 당사자 A 목사를 경기도 모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는 예정대로 진행됐으나, 바로 기사화할 수 없었다. 그는 보도 자체에 상당한 부담을 가졌다. 조율 끝에 보도 시점을 3개월 정도 늦추기로 했다.

A 목사는 정통 교단 출신이기는 한데,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예언과 축사 사역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계기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권능'이 생겨 사람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 행각은 몰랐다고 했다. 양 회장에게 '파일노리'를 만들라고 제안하고 회사 고문을 맡기도 했으나, 돈 벌 거라고 예언을 해 줬다거나 그를 위해 기도회를 연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A 목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양진호 회장은 교회에서 기도하는 도중 재물과 관련한 환상을 보기도 했다.

- 양진호 회장은 어떻게 알게 됐나.

스승과 제자 사이라 할 수 있다. 진호와는 서울의 한 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진호는 학생이었고, 나는 전도사였다. 나이가 7살 정도 차이가 났는데, 친하게 지냈다. 진호는 성격이 나처럼 괄괄했고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리고 '촉'이 빨랐다. 1990년대 초 내가 경기도 모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연락이 끊겼다.

- 어떤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됐는가.

나는 2000년대 초 귀신 들린 한 청년을 치유한 뒤로 살면서 느끼지 못한 경험을 했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고 의식을 꿰뚫어 보는 직관력이 생겼다. 마치 용한 점쟁이처럼 사람들 앞일을 맞추기 시작했다. 소위 '권능'이 생긴 것이다. 소문이 퍼졌고 구름 떼같이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왔다. 나를 만나기 위해 1년에 3000명 넘게 교회를 찾았다. 교회에 들어오는 헌금도 매달 1300만 원이나 됐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진호도 이 시기 교회 문을 두드렸다. 내가 권능을 받았다는 걸 알고 직접 찾아온 것이다. 걔는 2005년 9월 세미나에 처음 참석했다가 뒤집어졌는데, 방언하고 난리가 아니었다.

-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진호가 교회에 한창 다닐 때 내가 '파일노리'를 만들라고 했다. 똑같은 거 5개 만들라고 했는데… 그랬다면 어마어마해졌을 것이다. 진호 회사는 계속 성장했다. 교회에 처음 왔을 당시 (2005년) 회사 매출은 6억밖에 안 됐다. 그런데 해를 거듭하면서 67억, 360억, 700억… 나중에 들어 보니 1000억까지 뛰었다고 하더라.

(위디스크를 운영해 오던 양 회장은 2007년 파일노리를 설립했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국내 웹하드 업계 1, 2위를 차지했다. 2017년 기준으로 두 회사 매출은 400억 원에 이르고, 회원 수는 1000만 명이 넘었다.)

- 양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 경영고문도 맡았는데.

교회 다닌 뒤로 회사가 잘되기 시작하니까 진호가 나를 경영고문으로 위촉했다. 매달 세후 300만 원이 들어왔다. 진호가 교회를 떠나기 전까지 지원받았다. 회사 매출이 700억까지 뛰었던 2009년, 진호는 교회를 떠났다.

-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헌금과 관련 있는 것 같다. 진호가 기도하는 중에 하늘에서 사과 하나가 떨어지는 걸 봤다고 하더라. (사과가) 딱 열리면서 알이 세 개 나왔는데, 그걸 30억 원으로 느꼈다고 했다. 헌금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까워서 안 한 거지. 그때 안 받은 게 천만다행이다. 만약 받았다면 나도 지금 문제가 됐을 것이다.

교회를 떠나고 3년이 지난 2012년경 다시 한 번 연락이 왔다.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의 지분 100%를 보유한 양 회장이 한국인터넷기술원 출자를 앞둘 때였다. 진호가 회사를 출자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바로 출자하더라.

(양 회장은 결과적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자본시장 정보 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인터넷기술원의 최근 5년간(2013~2017) 매출은 1548억 원에 이른다.)

- 공개된 영상을 보면 양 회장은 매우 폭력적이다.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교회 다닐 때 낌새 같은 건 못 느꼈나.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진호가 사업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공허했을 것이다. 남다른 특성이 있었지만, 사람을 해코지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 사건을 다루는 언론사들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람을 잡아도 어떻게 이렇게 잡나 싶다. (양 회장이) 비리 종합 백화점도 아니고 완전하게 프레임을 짜서 사람을 망가뜨렸다. 어떻게 보면 언론의 희생양이다.

어떤 보도에는 진호가 스님한테 갔다, 목사한테 갔다 그러던데 뭔 상관인가. 내가 진호를 위해서 부흥회 기도회 열어 줬다고 하더라. 완전 소설이다. 나는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 없다. 근데 마치 나한테 들은 것처럼 썼더라. 다 소설이다. 이때 언론의 무서움을 느꼈다.

- 권능으로 갑질과 같은 사회적 불의를 예방했다면 좋았을 텐데.

권능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고, 직관력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전처럼 외부인을 상대로 한 상담이나 세미나는 진행하지 않는다. 직관을 가지고 조언을 해 줘도 다 되는 게 아니다. 당사자가 내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한 내적 변화가 있어야 권능이 이뤄지는 것이다.

오랜 인연 때문일까. 사회적 논란에도 A 목사는 양 회장을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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