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돔 형식 예배당에 한국어 찬양이 울려 퍼졌다. 파리열방교회는 오르세미술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복음주의침례교회(Église Évangelique Baptiste) 건물을 빌려 사용한다. 2월 24일 오후 1시 30분 예배에 참석한 인원은 100명 남짓.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절반 이상 줄었다.

예배가 시작되고 송영찬 담임목사가 단상에 올랐다. 프랑스어로 말씀을 읽은 그는 같은 구절을 한국어로 읽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송 목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급기야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울음에 객석 여기저기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담임목사의 울음으로 시작한 예배는 내내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송 목사는 설교를 마친 뒤 통성으로 기도하기 전, 목사 말을 믿지 않고 다른 사람 말을 믿고 교회를 나간 사람들에 대해 언급했다. "목회자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을 수 있느냐. 믿음이 그것밖에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의 말투는 격앙돼 있었다. 프랑스와 아프리카 선교를 외치며 파리에 자리 잡은 지 20년, 파리열방교회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교회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건 1월 30일 수요 예배 때다. 예배를 마친 뒤 이 아무개 전도사는 "2019년 1월 8일 우리 교회는 신천지 이단 사이비의 교회 성도 간 불화를 조장하는 행위가 발생하였으므로 향후 교회 안전을 확보하고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며 성장을 위해 출교를 발표한다"고 말했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6개월 정도 교회를 다닌 사람 8명이 호명됐다. 이 중에는 심지어 송영찬 목사의 조카도 있었다.

출교자 명단에는 송영찬 목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한 이도 있었다. A는 과거 송 목사와 외부 일정을 나갔다가 그곳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A는 괴로웠지만 고민 끝에 교회에 남았다. 그는 기자에게 "문제를 제기하자 송 목사가 회개하고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나도 교회에서 주요 사역을 담당하고 있었던 터라 손 놓고 떠날 수 없었다. 그만큼 교회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A가 다른 교인들에게 성폭력 사실을 이야기하기로 결심한 것은, 송영찬 목사가 자기 아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 때문이었다. 올해 초 교인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영상에는, 송 목사가 아들을 도구를 사용해 마구 때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송 목사 아내는 이를 말리면서 "당신이 사람이면 OO한테 용서를 구해. 당신이 걔 인생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잖아"라고 말했다.

A를 비롯한 교인들은 기자에게 "송영찬 목사와 OO의 관계는 이전부터 많은 사람이 남녀 사이로 의심하는 관계였다. 그런데 사모님까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두 사람 사이가 일반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 목사가 자기 아들을 심하게 폭행한 것에도 충격을 받았다. 고민 끝에 A는 자신이 겪은 성폭력과 교회 사역을 담당하면서 느꼈던 교회 운영의 문제점을 송 목사 조카에게 이야기했다.

사실 그동안 송영찬 목사와 관련한 성 추문은 여러 차례 있었다. 소문이 퍼질 때마다 교회에서는 사실무근이라며 목회자 말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한 번도 피해자가 직접 나서지 않아, 소문은 금세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A가 친한 교인들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자, 교인들은 송 목사의 성 추문뿐 아니라 가정 폭력, 폐쇄적인 교회 운영 방식 등 평소 느꼈던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교회의 대응은 '신천지 몰이'였다. 교역자들은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A가 신천지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했다. 송영찬 목사와 류 아무개 전도사는 각종 모임에서 A가 신천지인 이유를 설명했다. 신천지는 목회자에게 여성 문제로 누명을 씌우고 가정과 교회를 파괴하는데, A의 행동이 신천지와 똑같다는 것이다. A에서 시작한 낙인찍기는 그를 돕던 이들에게까지 옮겨 가 최종적으로 1월 말 8명이 출교됐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의문이 풀리지 않거나 환멸을 느낀 이들이 집단으로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 남아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교회 공식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의문을 제기하면 그 역시 신천지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교회는 1월 중순부터 집중적으로 신천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취재 도중 송영찬 목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이를 한 명 더 만날 수 있었다. B는 수년 전 교회를 떠났지만 자신이 당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는 않았다. B는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 이 문제를 비밀로 간직하려 했지만, 최근 파리열방교회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보고 진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B는 기자에게 자신이 수개월에 걸쳐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송영찬 목사가 자신을 자동차에 태워 시 외곽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성폭력이 시작됐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성행위를 요구하던 송 목사는 내가 알던 목회자가 아니었다. 성인 동영상을 보며 왜곡된 성행위에 중독된 사람이었다"고 했다. 계속된 성관계 요구에 지친 B는 교회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도망치듯 교회를 떠났다.

교회를 떠나 송 목사와의 일을 잊고 살려고 했던 B는, 교회를 떠난 사람에게 들은 말에 충격을 받았다. B는 "송영찬 목사가 과거에도 여성 교인들에게 집적거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송 목사 휴대폰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문자를 수차례 보냈지만 그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고 수개월간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송영찬 목사는 1998년 프랑스 지방 소도시에서 교회를 다니던 중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며 북부 대도시 릴(Lille)로 이주했다. 2000년경, 그는 릴 근처 작은 도시 후베(Roubaix)에서 교회를 시작했다. 약 2년이 지난 뒤에는 파리에도 교회를 세워 양쪽을 오가며 목회했다.

파리열방교회는 2005년경 한 차례 분열을 겪었다. 당시 교회를 다녔던 교인들 증언에 따르면, 송영찬 목사는 교회에 출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학생에게 집착했다. 여학생을 교회로 인도한 친구 C를 비롯한 교인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C는 "함께 아프리카로 선교를 다녀온 뒤부터 송 목사는 자주 친구의 집을 찾아왔다. '보고 싶다', '만나 달라', '사귀자'는 문자도 자주 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실이 교회에 알려지면서 교인들이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송 목사 측근이었던 집사들이 주일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를 찾은 여학생에게 교회를 떠나 달라고 주문했다. 잘못된 소문 때문에 교회를 떠나거나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는 이유였다.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6년 뒤 2011년, 교회는 또 한 번 분열을 겪었다. 이때도 송영찬 목사의 여성 문제가 주된 이유였다. 당시 교회를 떠난 한 교인이 교회 카페에 공개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송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언급이 직접적으로 담겨 있지는 않으나 "하나님은 담임목사님을 통해 제 몸을 시험당하게 하셨다"는 표현이 적혀 있었다.

담당자가 확인한 뒤 서둘러 해당 글을 지웠으나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교회 측은 "글을 올린 사람이 정신이상자였다"고 해명했고, 이를 믿지 못하는 교인들은 떠났다. 누구보다 송 목사를 믿고 그와 가족처럼 지냈던 D는 혼란에 빠졌다. 그러던 중, 오래전 갑자기 교회를 떠난 이에게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그 사람 역시 과거 송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D는 기자와 만나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송 목사를 개인적으로 만나 해명을 요청했다. 그는 해명하려는 의지도 반성하는 기색도 없었다. 다른 이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고 나간 사람들이 정신이 이상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목사로서 이런 의혹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함께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해 교회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들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송영찬 목사는 교회에서 절대적 위치에 있는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피해 교인들에게 접근했다. 데이트·식사 등으로 친분을 유지한 뒤 나중에는 점차 성적 행동까지 요구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뉴스앤조이＞는 파리 방문 전, 송영찬 목사에게 만남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기자는 2월 24일 파리열방교회에 찾아가 재차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송 목사는 "작은 교회 일을 왜 기사를 쓰려고 하나. 기사를 쓰면 누구에게 유익이 되겠나. 기사 쓰지 말라. 지금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옆에 있던 송영찬 목사 누나이자 교회 사역팀 일원인 송 아무개 선교사도 이 일을 기사화하면 안 된다고 거들었다. 송 선교사는 "저들이 하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 만약 반론 없이 기사를 쓰면 명예훼손으로 소송하겠다"고 말하며 대화를 막았다.

＜뉴스앤조이＞는 송영찬 목사와 파리열방교회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류 전도사에게 △송영찬 목사가 여러 교인에게 성폭력을 가한 의혹과 이 사실이 교회 분열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을 인정하는지 △부인한다면 이 같은 소문이 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했으나, 두 사람은 기한만 연기할 뿐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