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민주적 정관과 재정 공개, 공동 목회로 한국교회에 모범 사례를 남겨 온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교회 강단에서,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의 논리가 그대로 설파됐다. 공동 목회자 4인 중 한 사람인 김광욱 목사는 1월 27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오늘날 '네오마르크스주의'가 사회를 무너뜨리고 교회를 파괴하기 위해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여러 영역에 침투해 있다며, 교회가 구별되어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욱 목사는 '믿는 것과 아는 일에'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본문은 에베소서 4장 1-16절이었다. 김 목사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존재라며, 그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하고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믿음이 각 삶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바울은 본문에서 사람의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에 빠져 온갖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다(엡 4:14). 김 목사는 이 구절을 인용하며, 그리스도인이 경계할 이념으로 네오마르크스주의를 언급했다. 그는 "네오마르크스주의라는 세속적 풍조에 많은 사람이 빠져들고 있다. 인권·환경·포용·성평등을 강조하며 마르크스주의보다 더 교묘한 형태로 사람들에게 접근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을 배제하는 사상이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네오마르크스주의가 성적 욕구를 중시하며 사회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는 성적 억압을 받는 사람들이 성적 가해자에게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이성애뿐 아니라 동성애를 느낄 수 있고 태생적으로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선천적 본능과 욕구를 억압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런 독트린에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교회여야 한다"고 말했다.

네오마르크스주의가 교회를 파괴하려 한다고도 말했다. 김 목사는 "네오마르크스주의도 교회가 방해되기 때문에 극단주의자와 연대해 교회를 파괴하려고 한다. 교회만 공격할 뿐 아니라 초·중·고, 정치, 경제, 예술 등에도 퍼져 있다"며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세속적 가치를 구별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회 구성원이 이러한 세속적 유혹에 빠져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선교100주년기념교회 주일예배 설교에 '네오마르크스주의'가 등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광욱 목사는 기독교 월간지 <월드뷰> 2019년 1월호에 실린 데이비드 라이머 사례를 소개했다. 1965년 태어난 데이비드 라이머는 생후 8개월에 의료사고로 성기를 잃었다. 그의 부모는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유명 성 전문가 존 머니 박사(임상심리학)에게 성전환 수술을 권유받고, 라이머를 여성으로 길렀다. 존 머니 박사는 당시 라이머 사례를 학계에 소개하며, 성이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결정된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라이머는 열네 살 때 성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남성으로 태어났다가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으로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목사는 "라이머는 남성으로 돌아갔지만 정신적 고통은 계속됐다. 결국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존 머니 박사가 라이머를 불행에 빠뜨린 이 실험을 통해 '젠더'라는 개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속임수를 써서 만들어진 젠더가 오늘날 진리처럼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존 머니의 독트린에 빠지고 흔들리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성결정은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이다.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잘못된 독트린, 세속적 가치관이 있다면 교회는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진리를 말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월드뷰> 1월호, 네오마르크스주의 특집
"젠더적으로 평등한 사회 수립이 목표
전체주의, 세속주의, 하나님 없는 사상
기독교적 가치 허물고 교회 파괴"

김광욱 목사가 설교에서 언급한 <월드뷰> 1월호에는 네오마르크스주의를 비난하는 글이 다수 실려 있다. 네오마르크스주의가 인권·환경·소수자 문제 등을 내세우며, 실제로는 사회를 무너뜨리고 교회를 파괴하려 한다는 것이다.

<월드뷰>는 '기독교를 위협하는 사상의 뿌리'라는 제목으로 이상원 교수(총신대)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교수는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 건설에 실패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새로운 사회변혁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중략) 이성애적 규범으로부터 해방되어 동성 간의 성관계를 포함하는 평등한 사회를 새로운 사회변혁의 모델로 설정하고 해방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신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젠더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수립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의 사회변혁 전략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했다.

소망교도소 소장을 역임하고 양병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심동섭 목사는 '마르크시즘에 포위된 교회'라는 글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네오마르크스주의라는 옷을 갈아입고 사회를 재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네오마르크스주의가 "인권, 인종차별 금지, 다문화, 포용, 관용, 인도주의, 환경보호, 노동자 권익 보호, 여성 차별 금지 등 여러 다양한 형태의 선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그 속에는 전체주의, 세속주의, 하나님 없는 유토피아 사상이 깔려 있고, 결국 기독교적 가치를 허물고 교회를 파괴하고자 한다"고 썼다.

심 목사는 네오마르크시즘에 있어 기독교는 "가장 먼저 폐기되어야 할 불구대천 적"이라고 했다. 그는 "서구의 전통적 가치를 떠받드는 것이 바로 기독교이기 때문이다. (네오마르크시즘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은 기독교가 강조하는 성 윤리 때문에 성이 억압되고 결국 불행하게 된다. 이제 기독교는 네오마르크시즘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순응하든지, 아니면 지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중략)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독교를 파괴해야 한다. 심지어 극단적인 이슬람도 기독교를 없앨 수 있으면 그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며 네오마르크시즘을 마치 교회를 파괴하려는 적으로 묘사했다.

반동성애 진영, 네오마르크스주의를
맥락 없이 '교회 파괴 이념'으로 묘사
존 머니 실험은 비판 대상
성 정체성 강요할 수 없다는 사례

어떤 거대한 세력이나 사상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교회를 파괴하려 한다는 주장은, 보수 개신교 중에서도 극단에 치우친 사람들이 퍼뜨리는 음모론에 불과하다. 네오마르크스주의 자체도 그들이 말하는 뜻이 아니고, 현재 다양한 인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네오마르크스주의자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외부에 절대 악을 상정해 놓으면 내부 결속은 쉽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그저 가짜 뉴스라는 데 있다.

네오마르크스주의는 전통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면서 1920년대 이후 유럽 학계를 중심으로 나타난 사조다. 유럽 지식인들은 전통 마르크스주의가 계급투쟁을 지나치게 부각하며 공산권 국가의 독재 체제에 이용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네오마르크스주의를 하나의 특정 이념, 사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전역에서 나타난 여러 사상의 공통된 경향을 집합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 인사들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빼고 마치 네오마르크스주의가 교회를 파괴하기 위해 등장한 이념으로 묘사해 왔다. 소강석 목사는 2015년 5월 31일 설교에서 네오마르크스주의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이 성 해방을 내세우며 동성애를 주요 담론으로 꺼냈고, 이와 함께 반기독교 정서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반동성애 강사 이정훈 교수(엘정책연구원)도 신마르크스주의자들이 문화혁명, 성 혁명을 통해 가정과 교회, 국가를 해체하려 한다며, 이는 사단의 전략이라고 얘기해 왔다.

보수 개신교는 네오마르크스주의가 교회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설파해 왔다. 이정훈 교수가 강의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존 머니 박사의 비윤리적 실험은 전 세계적으로 비판 대상이다. 이 실험은 생물학자 밀턴 다이아몬드 박사가 1997년 의학 전문지 <소아청소년의학아카이브>에 기고한 논문에서 처음 문제 제기됐다. 이들은 데이비드 라이머가 강제로 부여된 여성이라는 성별에 반발해 다시 남성으로 돌아간 사실을 폭로했다. 이 논문으로 전 세계 의학계가 충격에 빠졌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꾸려져 거의 20년 만에 조사가 실시되기도 했다.

라이머 사례는 '금세기 최고의 성 전문가'라고 찬사받던 유명 과학자의 부정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러나 '젠더'라는 개념이 라이머를 상대로 진행한 실험에서 만들어졌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존 머니는 라이머가 태어나기 10년 전인 1955년부터 생물학적 성과 역할로서의 젠더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70년 페미니즘이 확산하면서 젠더 개념이 대중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성 정체성을 둘러싼 주요 이슈 중 하나가 선천성 논쟁이다. 한쪽에서는 성 정체성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고, 훈련이나 약물 등으로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대쪽에서는 성 정체성이 학습·치료 등으로 바뀔 수 있다며, 성소수자에게 전환 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라이머의 삶과 죽음은 오히려 타인에게 성 정체성을 강요당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러나 라이머 이야기는 생물학적 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로 자주 사용돼 왔다. 라이머 이야기가 담긴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알마) 저자 존 콜라핀토는 후기에서 "라이머 사례가 성별의 생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이기는 하지만, 그의 사례를 단세포적으로 본성 결정론의 방증으로 격하하는 식의 해석은 거부한다"고 썼다. 그는 "라이머는 단순히 성 정체성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했던 인물이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 자신의 본모습을 지켜야 하고, 억압하고 조롱하고 억누르고 뒤흔드는 세상에 맞서 싸울 의무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김광욱 목사에게 '네오마르크스주의'를 설교하게 된 경위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김 목사는 교인을 대상으로 전한 설교를 놓고 언론에 해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취재를 거절했다. 그는 잘못된 이념과 세속적 풍조를 경계하라는 것이 설교 주제였다며, 특정 대상을 배척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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