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오정현 목사는 사랑의교회에 2003년 부임했다. 한국교회 대표격인 사랑의교회에 옥한흠 목사와는 스타일이 다른 오정현 목사가 부임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여론도 있었다. 실제로 오 목사는 MB 정부 때 대운하 사업을 칭송하고 광우병 집회를 폄하하는 행보 등으로 뭇매를 맞았지만, 2008년까지는 비교적 안정된 목회를 해 왔다. 2009년, 서초역 앞에 초대형 예배당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오 목사를 향한 비판이 거세졌다.

<뉴스앤조이>는 2008년 4월 녹음된 것으로 추정되는 파일을 입수했다. 오정현 목사를 비롯해 평소 그와 교류하는 목사들의 일명 '형제회' 모임을 녹음한 것이었다. 이 모임에는 오 목사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에서 대형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와 부인 10여 명이 참여했다.

형제회 목사들은 2시간가량 각자 근황과 지역을 위한 사역, 선교 등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오정현 목사는 새 예배당 건축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고 목사들은 조언한다. 대형 교회 목사들의 여과 없는 대화에서, 이들이 예배당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

2008년, 오정현 목사와 예장합동 내 규모 있는 교회 목회자들이 모인 '형제회' 대화 내용을 입수했다. 목사들은 이 자리에서 예배당 건축, 정관 개정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모임 초반, 오정현 목사는 당시 새 예배당을 건축 중이던 ㄱ교회 A 목사에게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신도시에 위치한 ㄱ교회는 본당을 체육관으로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 테니스 코트, 농구장, 골프 연습장까지 갖춰 지역 주민들이 스포츠센터로 쓸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A / 주차장 전체 1000평을 다 팠어요, 지하 4층까지. 그리고 지상으로는 9층을 올렸는데, 그쪽에 테니스 코트, 농구장, 옥상도 그냥 두는 게 아니라 다리를 놓듯이 해서 그 위에다 인조 잔디 깔아서 풋살하고 골프 연습장을 쓰려고, 기상천외한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오정현 목사는 A 목사에게 "평당 건축비가 얼마 들었느냐"고 물었다. A 목사는 총 공사비가 200억 원 정도, 평당 300만 원대라고 했다. 오 목사는 "너무 잘 지었다"고 감탄했다.

A / 건축이 7월 중 거의 마무리될 거라고 보고 있는데 어쨌든 한번 와서 보면 교회를 이렇게 지을 수 있겠구나 하고 개념이 바뀌어요. 교회 짓고 있는데 동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저거 지으면 우리가 쓴다고.(목사들 웃음)

오정현 / 프레이즈 더 로드, 프레이즈 더 로드.

오정현 목사는 "1500억 들여서 교회 지으면 덕이 안 된다"고 했다. 건축을 감행할 경우 여론이 나빠질 것을 이미 알았던 것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사랑의교회 예산 700억
전 세계 탑 클래스
1년 예산 3배 정도는 건축 가능
맘먹으면 2000억짜리도"

2008년 교회 창립 30주년을 맞은 사랑의교회도 새 예배당 건축을 고민하고 있었다. 오정현 목사는 강남 예배당이 너무 좁다고 했다. 오 목사는 최소 5000석짜리 예배당을 지어야 하는데, 최소 1500억 원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사랑의교회가 이 돈을 들여 건축을 추진할 경우 비판이 나올 것은 오 목사도 알고 있었다.

오정현 / 우리 교회는 저지르면, 우리는 지금 최소한 1500억이 필요해요. 최소한 1500억입니다. 우리는 마음먹으면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한국교회 앞에 사랑의교회가 1500억 들여 가지고 교회 짓는다, 이게 덕이 안 된다, 이 말이야. 내가 일시적으로 한번 감수를 해, 그거?

여러분들은 내 가족들 같으니까 이런 얘기할 수 있지. 다른 분들에게는 말 못 하죠. 사실 우리 교회 예산도 다른 데서 말 못 해요. 왜냐하면 싫어해요, 사람들이. 싫어하고 뭐 젤러시(jealousy)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여러분들은 형제 같으니까 얘기를 합시다. 작년에 경상예산 결산이 618억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지금 뭐 국제제자훈련원이라든지 뭐 이웃사랑선교부까지 다 합쳐서 700억이 넘더라고. 이게 전 세계에서 톱클래스야.

대개 이런 얘기합니다. 자기 교회 1년 예산의 3배 정도는 건축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그런 얘기를 해요. 예를 들어 500만 불 예산·결산하는 교회면, 1500만 불 정도의 교회는 지을 수 있다. 그건 큰 무리는 없다. 한국도 비슷하지 않겠어요? 우리 교회 같으면 뭐 맥시멈 2000억짜리라도 할 수 있는 거지요. 어려움은 없는 거지요, 사실 마음먹으면.

B / 농협에서 계산한 거는 (결산의) 4.5배까지 건축 가능하다.

오정현 / 아, 그렇습니까? 와우! 일을 저질러? 어떻게 해야 되나, 이거?

B / 저질러야지요.

오정현 / 옥 목사님은 대형 교회 하는 거는 반대거든, 옥 목사님은.  

B / 그런데 옥 목사님은 반대인데 제가, 저는 이제 오정현 목사님한텐 죄송한데 '왜 하나님이 저분을 한국에 보냈을까?' 남가주사랑의교회 잘하고 계시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올 이유가 없죠. 오정현 목사님을 보면서 느낀 게 한경직 목사님의 마음이 오 목사님에게 있는 것 같아요. 내 개인적인 느낌이 그래요. 한경직 목사님이 김창인 목사님이나 김치선 목사님보다 설교가 안 되잖아요.  (그렇지만) 그 마음 자체에 남과 북에 대한 복음화, 민족 복음화가 강하게 있는데. 내가 봤을 때는 (하나님이) 앞으로 오 목사님을 한국을 위해서 쓰시려는 모습이 보이는데 '하드웨어가 너무 작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 가지고 한번 (건축) 저질러 놓고 해야 될 것 같은데, 그런 과정에서 약간의 소리는 들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소리는 꽉 막고 주님만 바라보고 나가야 될 것 같아요. 

오정현 목사는 옥한흠 목사가 교회 건축에 반대한다고도 말했다. 사랑의교회가 건물 때문에 한국교회와 사회에서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오 목사를 비롯해 동료 목사들도 알고 있는 바였다.

오정현 / 그런데 이제 지금 걱정은 뭐냐면. 옥한흠 목사님은 "오 목사, (건축) 이후 어떻게 할 거냐?" 그래서 내가 옥 목사님 보고 "걱정 붙들어 매세요" 그랬는데, 벌써 원로목사님하고 나하고 스타일이…. 나는 일을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고, 나는 딱 일을 놓고 될 걸 찾고, 옥 목사님은 뭐가 문제가 될까 찾는 분이고. 근데 그건 나쁜 게 아니야. 그러니까 옥 목사님은 실수를 안 하셨지. 큰 건물을 짓는다 그러면, 나는 '이 큰 건물을 통하여 얼마나 또 파워풀한 일이 될까?' 생각을 하고, 옥 목사님은 '이 건물 유지비가 어떻게 될까?' 생각하지. 나쁜 게 아니야. 그러니까 옥 목사님이 늘 "나는 대형 교회 할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대형 교회를 주셨다"고 얘기를 하셨는데, (새 예배당 건축은) 시대적 요청이겠지요. (중략)

C / 그런데 안 지어야 은혜와 존경이나 이런 거는 좀 더 받아요. 지금 사랑의교회가 예배당을 크게 지으면 힘은 빠져. 현재 사랑의교회가 갖고 있는 한국교회의 정신적인 리더 역할 같은 것은 그 예배당 건물을 크게 지음으로써 강화되고 극대화되기보다는 약화될 확률이 있죠.

오정현 / 그러니까 봐요. 지금 목사님 말씀대로 원로목사님은, 지금 어떤 면에서 명예가 더 중요한 거야. 나는 지금 본당에 들어오려고 영하 10℃ 될 때, 영하 10℃, 15℃일 때 1시간씩 밖에서 벌벌 떨고 서 있는 동태 되는 우리 교인들 있잖아. 이메일 와서 "목사님, 제발 교회 좀 지어 줘요. 우리 동태 되겠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너무 가슴 아픈 거야. 그리고 우리 지금 1만 2000명 아이들이 완전히 도떼기시장이야. 한번은 화장실 고장 나서 3000명이 화장실 2개 썼어요. 난리가 났어, 한번. 근데 또 우리 당회원들 중에 애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어딨나? 거의 다 컸지 이제. 그러니 어전시(urgency)가 없어. 긴박성이 없어. 나만 고민하는 거지.

오정현 목사가 부임한 후 처음 열린 특별 새벽 기도회 현장. 오 목사는 교인들이 "우리 동태 되겠다. 예배당 지어 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오정현 목사는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 건축을 위한 '무브먼트'를 해 달라고 목사들에게 부탁했다. 강남 한복판에 큰 예배당을 지으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D / 사랑의교회가 작은 교회나 어려운 교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시설을 갖추라는 거죠. 강남 땅값 비싸니까 밖으로 좀 나가는 거예요. 여기에 마련해서 뭘 하려 해도 비싸니까. 교인들을 위한 시설은 상대적으로 약화하고 "한국교회 전체를 향해 우리 교회를 내놓습니다. 민족을 섬기려고 합니다"라고 하라는 거죠. 관리상 불편함이 있어도 좀 참고.

E / 평수를 넓히기보다는, 흩어진 모든 사람들이 와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차원이면 좋겠어요. A 목사님 같은 경우는 교회 지으니까 지역 사람들이 오잖아요. 교회를 짓는다면, 기왕 크게 저지르는 거 어려운 지역에 사는 분들이 한 번씩 와서 기대고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하면 긍정적일 것 같습니다.

오정현 / 그러면 이게 일이 되려면 지방 교회들이 요청을 해 주셔야 돼요. '사랑의교회가 건물이 교회가 아님을 보여 달라'고, '사랑의교회가 이제는 한국교회 전체를 위하여 건물을 지어 달라'. 좀 무브먼트를 만들어 해 주시면, 그거 좀 잘해 주면 우리는 당당하게 건축할 수 있지.

F / 그냥 교회 짓는다고 한다면 지금 안 그래도 기독교에 대해서….

오정현 / 안 돼, 안 돼. 유일하게 (사랑의교회) 마지막으로 남았는데,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그럼 우리가 거기에다가 지금 말씀한 것처럼 봉사와 섬김의 개념으로 완전히 센터를 봉사와 섬김, 한국교회 전체 봉사 섬김 센터를 아예 만들지 뭐. (중략) 여러분들이 '사랑의교회가, 정말 한국교회 이미지를 쇄신하고 대표할 수 있는 봉사와 섬김과 헌신의 센터로 만들어 달라. 서울에 만들어 달라'(고 해 주면 돼요).

한 목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학사관을 먼저 지어 교인들 마음을 산 후 예배당을 지으라고 추천했다.

G / 근데 이제 우리 같은 경우는 예배당이 일단 조립식이고 비전센터를 먼저 지었잖아. 비전센터를 먼저 아주 멋있게 짓고, 예배당은 조립식인데. 이번에 OO교회에 대한 자극을 받고 내가 교인들한테 그랬어요. "우리도 학사관 먼저 지어 가지고 원불교가 뿌리내리고 있는 이곳에 하자." 그랬더니 굉장히 여론이 좋고 분위기가 좋고. 나는 그랬어요. "나는 예배당 안 짓는 게 아니다. 학사관을 먼저 짓고 그 다음에 예배당 짓겠다." 했는데 아주 다들 좋아해요.

그런데 사랑의교회도 전략적으로 그동안 우리가 한국에 가난한 농어촌에 있는 학생들 위해서 한 거 없는데, 학사관 멋있게 짓고 땅 넓게 잡은 다음에, 그 다음에 예배당 지으면 되지. 사람은 마음을 좀 얻어야 돼, 일단은.

오정현 / 근데 우리는 장난이 아니야. 땅 1만 평 하려면 땅값만 2000억이야. 앳 리스트(at least). 땅값만 앳 리스트. 최소 땅값만 2000억이야.

G / 아니, 아까 OOO 목사님 얘기 못 들었어요? 아, 좋은 일을 위해서 쓴다고 하면, 사람 감동받으면 하는 거야.

오정현 / 그런데 학사를 위해서 2000억을 한다면 말도 안 되는 거지. 3000억 드는 거지.

사랑의교회는 입당식 때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날 대화가 오정현 목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모임 후 약 1년이 지난 2009년 6월, 사랑의교회는 현재 서초 예배당 부지를 1139억 원에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건축비까지 합치면 3000억 원이 넘는 헌금이 서초 예배당 건축에 투입됐다.

2008년 '형제회' 모임 녹음 파일 입수①: 예배당 신축 고민하던 오정현 목사 "옥한흠 목사님은 반대인데…저질러?"
2008년 '형제회' 모임 녹음 파일 입수②: 그들이 '장로 임기제' 하는 이유 "좋은 장로 10명 있어도 꼴통 하나 못 당해"

2008년 '형제회' 모임 녹음 파일 입수③: 오정현 목사 "예배당 신축은 어쩔 수 없어…옥한흠 목사도 반대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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