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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의 넘어 타자와 연대하는 복음
[사건과 신학] '스카이캐슬',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 성석환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03.05 17:52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위원회가 '사건과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시대적 요청에 대한 신앙고백과 응답을 신학적 접근과 표현으로 정리합니다. 매달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해 칼럼을 게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신학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입니다. 

종편 드라마로서 23.8%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20부작으로 막을 내린 '스카이캐슬' 신드롬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이들이 만든 패러디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고, 주제가였던 'We All Lie'는 현대사회의 거짓과 위선을 고발한다. 드라마의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은 예능, 방송, 뉴스의 소재가 되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으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가 대한민국 모든 학부형에게 던진 질문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학원 코디로 살인까지 하게 되는 김주영이 구치소로 면회를 온 예서 엄마 곽미향에게 "어머니는 혜나의 죽음과 무관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작가가 수험생 부모인 우리 모두에게 제기한 것이었다. 그 상황이 된다면 우리는 달랐을까. 왜곡된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으나, 우리 자신의 욕망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스카이캐슬'은 학벌에 좌우되는 한국 사회의 위계와 서열 구조를 고발했고, 피라미드 꼭대기를 욕망하는 부모와 그에 상응하는 학력 자본주의의 실상을 폭로했다. 과장하고 극화한 부분이 있겠으나, 자기 자식을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려놓기 위해 한국 부모들은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는 추측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발생한 숙명여고 사태를 빗댄 작가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우리 모두가 그런 불법을 감행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한국 사회 지도층은 소위 SKY 대학 출신들의 커넥션으로 짜여 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 주면서 그 사회적 지위를 유지한다. 법조계의 오랜 문제인 전관예우는 여전히 비공식적 수준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의료계는 생명보다 자본을 더 중시하려는 분위기다. 최근 법조계나 의료계가 자신들의 과오나 과실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며 기득권과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행태는 사람들에게 성공하려면 그 커넥션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스카이캐슬'이 만들어 낸 사회는 어떠한가. 최근 사법 역사상 최초로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어기고 사법 농단의 불법을 저지른 혐의다. 얼마 전 있었던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는 교육체계 근간을 흔드는 것이었지만 입시 제도는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유치원 비리를 두고서도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저마다의 캐슬을 향한 욕망의 표출이다.

그러면 우리는 달라질 수 있나. 극중에서 희생당한 혜나와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려 했던 이수임이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비인기·비호감 캐릭터였다고 한다. 또한 드라마는 한국의 비뚤어진 교육 욕망을 고발했으나, 오히려 고액 과외와 입시 코디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시청자들의 이런 반전 반응은 무엇을 말하는가. 비호감이라는 두 인물은 내부 고발자다. 내부 고발자를 배신자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 풍토를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시청자들 역시 숨겨 놓은 욕망을 들켜 버리자 그 인물을 비현실적이거나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한 것 아니겠는가. 이상과 현실 중, 철저하게 현실을 추구해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사회적 학습 효과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니겠는가.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서슬 퍼런 목소리로 몰아붙이던 최고 권력자는 수인이 되었으나 우리 모두 그런 생각을 내면화하고 있다.

'스카이캐슬'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이데올로기 중 하나는 '가족주의'다. '스카이캐슬' 홈페이지 갈무리

이 드라마에서 '캐슬'의 꼭대기를 향한 욕망을 부추기는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는 '가족주의'이며, 이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가족'을 우선하는 것이 한국인 정서에 녹아 있는 전통문화이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드라마에서처럼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오늘날 가족은 학벌과 위계를 통해서도 확장되지만 가장 강력한 토대는 혈연이다. 가족의 일원이 사회적으로 출세하는 것이 가문을 빛내는 것이고 가족들에게 명예가 된다.

'가족주의'는 오늘 한국 사회가 직면한 사회 의제를 관통한다. 한국인의 '순혈주의'는 타자와 이방인에 대한 심리적 저항 혹은 사회적 차별의 문제를 야기한다. 드라마의 캐슬에 사는 이들도 이러한 '순혈주의'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옹호하고 타자들에게 방어막을 친다. 얼마 전 난민들이 제주도에 정착하면서 다시 이방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보수적 태도가 드러났다. 이 '순혈주의'는 나보다 약한 이들에게만 적용된다. 나보다 힘이 있고 더 강력한 권력이 있는 이들, 예컨대 더 높은 캐슬에 살거나 서구인이거나 유명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여 오히려 자신들의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그들의 피에 접붙임 받으려 한다. 드라마 속 캐슬에 살던 이들의 '순혈주의'는 그렇게 이중적이었던 것이다.

이미 다양한 가족 형태가 사회화하고 있으며, 혈연에 근거하지 않는 가족의 다양성을 법적으로도 인정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여전히 혈연에 근거한 가족 '순혈주의'가 남성과 여성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며, '코리안 드림'을 찾아오는 빈국 이주자들을 혐오하게 만들고, 국내에 정착한 북한 이탈 주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미혼모들이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게 하고, 아직도 고아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보다 어쩌면 더 절망적인 진실은, 한국교회가 이런 배타적이며 이기적인 '가족주의'의 가장 강력한 저장소가 되어 그러한 반사회적인 주장과 이념을 지지하고 정당화하는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가 가장 강력한 '스카이캐슬'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독교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이를 형제와 자매로 받아들인다. 계층과 조건에 상관없이 그리스도인은 모든 이를 환대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성서는 끊임없이 요구한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와 같은 약자들을, 또 종이나 자유자나 유대인이나 이방인 모두를 복음 안에서 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왜곡된 기독교는 언제나 복음보다 가족주의를 부추겨 왔다. 내 자식, 내 교회, 내 구역이 다른 자식, 다른 교회, 다른 구역보다 앞서거나 커지는 것이 신의 축복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작가가 의도했든 안했든, 학력고사에서 만점 수석을 차지했고 병원장을 노리는 강준상과 그의 아내 곽미향이 딸을 서울대 의대에 보내야 하는 기원적 동기가 바로 강준상의 어머니인 윤 여사이며, 그녀가 교회 권사로 호명되는 장면은 비록 5초 정도에 불과했지만 결정적인 것이었다. 오늘 한국교회 현실을 폭로하는 함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님은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며 하시고, 둘러앉은 자들을 보시며 이르시되 내 어머니와 내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막 3:34-35) 하시며, 가족을 소중히 여기되 가족주의를 극복해야 하나님나라 일원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오늘 교회는 세상의 이 욕망에서 자유로운가. 오늘 교회의 관계망이 기득권을 유지, 확장하고 종교적으로 공인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으리으리한 예루살렘성을 바라보며 감격하던 제자들에게 성을 헐고 3일 만에 다시 쌓겠노라 하셨던 주님 말씀에 담긴 의미를 오늘 '캐슬' 속에 갇혀 버린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은 다시 깊이 되새겨야 한다. '교단·교파주의' 역시, 리처드 니버가 말했듯, 교회의 도덕적 실패다. 하나님나라의 가족은 담을 허물고 다리를 놓는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이 낳은 ‘가족주의’는 담을 다시 쌓고 다리를 허물어 버린다. 한국교회는 '교단주의', '순혈주의', '가족주의'를 넘어 타자와 건물 밖의 사람들을 하나님나라의 가족으로 초청하고 환대하는 선교적 삶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성석환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위원회 사건과신학팀,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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