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 이진용 지음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펴냄 / 256쪽 / 1만 5000원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 보면, 앞뒤에 있는 두 피사체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진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사진의 중심이 바뀌면서 전체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 삶도 그런 듯싶다. 어느 사람의 경우, 환경은 달라진 게 없는데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그 사람의 삶과 생활이 재해석되는 것을 보곤 한다.

특히 신앙이 그렇다. 하나님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비방하다가 하나님을 만나게 돼 삶을 대하는 태도나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본다. 자기가 속한 터전이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 책 저자가 그렇다. 그의 신앙 연수는 2년이 채 안 된다. 게다가 대학에서 지질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하나님을 만나고, 그는 자신의 학문을 재해석하게 된다. 지금까지 공부하고 연구하던 학문 자체를 버린다거나 그 학문을 다르게 대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학문을 새 안경을 끼고 새롭게 본다. 이전에 흐릿하게 보이던 것을 교정하고 제대로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기고만장하고 자기 자신이 삶의 중심이었던 저자가 어느 순간 극심한 우울증으로 무너지고, 그 속에서 구원을 갈망해 스스로 하나님을 찾아간다. 다메섹 도상에서 사울이 바울로 변화했듯, 저자는 이전과 전혀 다른 태도로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연구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과거 자기 모습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까지 한다.

달라진 저자가 간증과 함께 자신이 연구하는 지질학과 과학에 대해 담아낸 것이 이 책이다. 지질학자이기에 그가 이제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지질학을 바라봤을 때, 지질학과 하나님의 창조가 어떻게 조화될지 흥미로웠다.

우리는 교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창조과학과 진화론의 대립을 본다. 교회에서 창조과학 강의를 듣고 아멘으로 화답하고, 그랜드캐니언으로 창조과학 투어를 가서 노아의홍수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할렐루야로 화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이 현장 가운데서는 도전도 받고 힘을 얻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학교나 일반 사회로 돌아가면 창조과학이 비과학적이라며 친구와 교사에게 비판을 받거나 맹목적 신앙을 갖고 있다고 조롱당하기도 한다.

강사나 목회자의 믿음에 찬 이야기가 일부 교회, 몇몇 신앙인 사이에만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문제는 일반 은총을 너무 쉽게 특별 은총으로 풀어내려고 무리수를 두는 데서 오기도 하고, 교수와 같은 지식인이지만 자신이 공부하지도 않은 전공을 풀어내는 것에서 오기도 한다.

창조과학이 과학적 체계를 갖추고 있고 증거가 충분하다고 하지만, 이를 주장하는 창조과학회 학자 중 전공자는 별로 보지 못했다. 이는 이미 과학적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심지어 지적 설계와 관련한 학자 중에도 비전공자가 적지 않다. 그래서 창조과학과 노아의홍수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회심했다고 해서 저자가 갑자기 과거 학자로서 학문을 대해 왔던 태도를 바꾸지는 않는다. 다만 신앙인으로서 바라보자, 신앙의 증거가 되지 않던 학문이 오히려 신앙의 증거가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저자는 젊은 지구론이나 그랜드캐니언이 노아의홍수의 증거라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이런 주장의 붕괴가 신앙적 토대를 허무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지질학자로서 신앙과 과학을 어떻게 조화할지 풀어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저자가 신앙으로 과학을 대한 것이 아니라 과학을 먼저 대하고 신앙을 가졌기에 과학 그 자체를 신앙의 눈으로 재해석하게 된 것이다. 모호하게 보던 세상을 신앙의 눈으로 분명히 보게 된 저자가 신앙의 깊이를 더해 가면서 과학에 대한 신앙적 해석을 더 깊이 있게 해 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한다. 비록 신앙인으로서 자기 학문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첫 성과물을 드러낸 것만으로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책 제목 <지질학에서 하나님을 만나다>(CLC)에서 나타나듯, 지질학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창조를 증명하기 위해 과학을 논하는 과학서에 머물지 않고, 한 과학자의 간증으로만 머무는 것도 아니며, 이 둘을 하나로 엮는 독특한 재미를 준다. 저자의 다음 책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문양호 /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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