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3월 6일과 13일, 서빙고캠퍼스 본당에서 진행하는 '교사 부흥 집회' 두 번째 시간에 창조과학선교회(ACT) 회장 이재만 선교사를 초청해 창조과학 강연을 연다.

교사 부흥 집회는 교회학교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매년 봄가을에 열리는 행사다. 이번 집회 주제는 '타협의 거센 바람'이다. 이재만 선교사가 펴낸 <타협의 거센 바람>(두란노) 제목과 같다. 온누리교회는 홍보 포스터에서 이 집회를 "기독 교사와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다음 세대들이 세상 속에서 창조 신앙을 바탕으로 올바른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기도하는 자리"로 소개하고 있다. '창조'를 주제로 집회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온누리교회가 초청한 이재만 선교사는 창조과학선교회 회장으로, 미국 그랜드캐니언 등을 탐방하는 '창조과학 탐사'를 19년 동안 진행해 온 창조과학자다. 그는 진화론을 허구라고 주장하며, 현대 과학계가 정설로 받아들이는 우주 나이 138억 년, 지구 나이 46억 년도 가짜라고 본다. 창세기 1장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다중 격변론', '유신론적 진화론' 등을 모두 '타협'으로 규정한다.

온누리교회와 이재만 선교사는 오래전부터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 양재(2018년)·서빙고(2011년)·대전(2009년) 온누리교회 등 국내 캠퍼스는 물론, 해외에 있는 동경(2009년)·뉴욕(2013년)·얼바인(2006년) 온누리교회에서도 '창조과학 세미나', '노아 홍수 콘서트' 등 다양한 주제로 수십 차례 창조과학 특강을 진행했다.

온누리교회 서빙고 본당에서 열리는 교사 부흥 집회 안내 포스터.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창조과학을 하나의 대안으로 가르치는 것은 교회의 자유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학부모에게 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학교교육을 전면 부정하고 학계 논의를 단순하게 취급하는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누리교회 교회학교 한 교사는, 집회 담당 부서에 이런 문제를 제기했으나 "창조를 주제로 삼는 것이 문제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창조와 창조과학 자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대화를 이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체물리학자 우종학 교수(서울대)도 2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교회학교 교사와 학부모에게 창조과학을 교육하려는 온누리교회를 비판했다. 우 교수는 "종교 단체에서 원하는 사람을 불러 무슨 강의를 하든 그들의 자유다. 온누리교회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심각한 책임이 따른다. 교회 교육으로 학교교육을 부정하는 일은 사회적 문제"라고 썼다.

강사로 초청된 이재만 선교사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우 교수는 "'지질학계는 지구 나이가 오래됐다고 결론 내렸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정도만 이야기해도 괜찮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무엇인가 숨기고 있고, 증거도 없이 지구 나이가 46억 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식의 음모론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과학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갖게 되겠나"라고 했다.

우종학 교수는 "큰 교회들 중심으로 외치는 젊은 지구론 때문에, 아이들이 교회에서 거짓을 배웠다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학교에서 배운 과학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문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 과학을 선택해 교회를 떠나거나, 젊은 지구론을 가르치는 교회를 선택해 과학을 적으로 삼게 되면 한국교회에 커다란 짐이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교회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 또한 다른 과학자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과학 논의를 매도하는 방식의 강연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창조과학의 약점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는데 교육과정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을 교회에서 강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듣는 이들에게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스스로 설득력 있는 논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한 선"이라고 썼다.

<뉴스앤조이>는 교사 부흥 집회를 기획한 온누리교회 차세대사역본부에 연락을 취했다. 수차례 전화 끝에 "메일로 질문을 보내 달라"는 답을 얻었다. 이에 △교사·학부모 대상 창조과학 강연을 진행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이재만 선교사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창조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보여 줘야 한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2017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이력이 논란이 돼 사퇴했다. 사진은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박 교수. 국회방송 갈무리

2017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이력이 논란이 돼 사퇴했다. 당시 여론은 과학계 정설을 부정하면서 "지구 6000년설을 믿는다"는 이에게 장관 자격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교회에서는 주류인 창조과학이, 사회에서는 '유사 과학', '사이비 과학'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큰 논란이 일었지만 여전히 창조과학은 한국교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한국창조과학회에 소속돼 '창조과학 선교'에 앞장서 왔다. 이재훈 목사는 지난해 4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창조과학 활동 자체를 비판하는 것을 '극단적인 지적 교만'이라고 표현했다. 이 목사는 "창조과학회를 비판하는 분들은 많은 지적 자산을 인용해 진화에 대한 반대 자체를 교묘히 불필요한 것으로 만드는 것 같다. 자신과 같은 견해를 지지하지 않으면 다 틀렸다는 신학적 교만은 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누리교회 양재캠퍼스 A 목사가 지난해 5월 주일예배에서 한 설교가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A 목사는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내용으로 설교했다.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사실을 무시하거나 변질해서는 안 되며, 진화론을 인정하면 성경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출처도 없이 주류 이론을 무시하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며 A 목사의 설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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