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인가, 칼뱅인가. 외래어 표기 용례로는 '칼뱅'이 맞는데, '칼빈'이라는 표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식 표기가 한국 학문계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브루스 고든의 <Cavin>(Yale University Press, 2009년 출간)을 옮긴 이재근은 <칼뱅>(IVP)으로 번역했다.

이 저술은 칼뱅 탄생 500주년을 기념해 고든이 쓴 것이다. 2009년 당시 한국교회에도 다양한 칼뱅 전기가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2009년 한국교회에서 나온 책 중 잘 소개됐던 것은 헤르만 셀더르하위스의 <칼빈>이라고 생각한다. 칼뱅 출생 510주년에 맞춰 한국교회에 나온 것이 브루스 고든의 <칼뱅>이다.

칼뱅은 기독교 역사상 생애에서나 사후에 가장 많은 적을 둔 인물일 것이다. 지금도 칼뱅을 의심, 폄하, 폄훼하려는 연구자가 많다. 그렇게 많은 적이 있었는데도 칼뱅은 여전히 그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당시 작은 지역이었던 제네바는 지금 인류 역사의 중심에 서 있다. 파렐과 칼뱅이 그 초석을 놓았다. 질곡의 역사 속 한 가냘픈 프랑스 청년의 일대기, 그를 사용하신 하나님의 손길과 역사의 신비가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칼뱅> / 브루스 고든 지음 / 이재근 옮김 / 716쪽 / 3만 3000원

칼뱅의 초상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그의 방대한 글 자료(서신) 때문이다. 칼뱅이 다른 이들과 교류하면서 남긴 서신을 통해 다양한 이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건택 전 총신대 교수는 칼뱅이 1530년부터 1538년까지 쓴 편지를 묶어 <칼뱅 서간집 1>(크리스천르네상스)으로 출간했다. 베자가 샤를르 드 종비예르(Charles de Jonviller) 보조를 받아 칼뱅 사후 11년 만인 1575년에 칼뱅의 서신서를 라틴어로 출판한 뒤 여러 연구자가 서신 모음집을 출간했다. 브루스 고든은 서간집을 자료로 사용해 칼뱅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브루스 고든은 칼뱅 전기를 매우 섬세하게 전개했다. 사역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칼뱅의 감정선을 살려내려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고든은 칼뱅의 탁월성을 말하면서도 그의 기억 오류들을 제시하며 인간미를 드러냈다. 1541년부터 심한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영혼의 평안을 소유했던 존재로 제시하고, 사역의 다양한 결을 보여 주었다.

칼뱅이 1541년 제네바로 복귀하는 과정, 칼뱅 초청 세력이 그의 대적자로 돌아서는 과정은 21세기 한국교회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의 전형이 아닐까 한다. 칼뱅은 이 같은 갈등 속에서도 자기 사역에 정진했다. 목사회와 콩시스투아르(consistoire, 당회) 체계로 제네바교회를 말씀과 질서 위에 세웠다. 스위스 칸톤의 사역자, 유럽의 사역자와 갈등 및 동역하며 사역하는 모습을 서신 자료로 밝히면서 제시했다. 그래서 글 내용이 상당히 많고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브루스 고든이 묘사한 칼뱅의 모습은 '성경을 해석하는 인물'이다. 칼뱅의 신학 유산이 한국교회에 도착했다. 세계적 칼뱅 전기가 한국교회에서도 출판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고경태 /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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