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신학을 바탕으로 한국교회를 분석해 온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28주년을 맞았다. 사진 제공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민중신학 연구 공동체'로 출발한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양권석 이사장)가 올해로 28주년을 맞는다. 차별과 배제 문화를 허무는 학술 작업을 하고, 사회적 고통에 주목해 온 연구소가 시대 변화에 맞춰 새 단장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연구소를 이끌어 온 김진호 연구실장 후임으로 정용택 목사(40)를 선임했다. 정 목사는 연구원으로 활동해 왔고, 현재 한신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구소는 기존에 없던 연구기획위원회를 설립하고 행정연구원 김윤동 목사(36)를 기획실장으로 세웠다. 세대교체를 통해 기존의 무겁고 고차원적이었던 분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연구소는 신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사회과학 등을 공부해 오면서 한국교회를 깊이 연구·분석해 왔다. 한국교회 고질적 병폐였던 성장·성공주의, 친미주의, 반공주의를 지적하고, 그 기저에 깔린 욕망들을 다뤄 왔다. 대형 교회 목사들의 정치 참여, 호전적인 선교, 이웃 종교에 대한 무례한 태도, 소수자를 향한 혐오·배제 문화 등도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사회적 문제가 되는 '가짜 뉴스'도 2015년부터 다뤄 왔다. 연구소는 당시 극우 개신교 진영을 중심으로 퍼지는 'fake news' 강좌를 열었다.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 뉴스를 분석하고, 신학적·성서적으로 반박했다. 연구소는 가짜 뉴스가 이슈가 되기 몇 년 전부터, 극우 개신교가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혐오를 조장해 결국에는 한국 사회 변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봤다.

연구소는 세대교체도 단행했다. 기획실장과 연구실장에 선임된 김윤동 목사(사진 왼쪽)와 정용택 목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세상은 빠르게 변해 가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교회의 변화는 더딘 편이다. 개혁과 통렬한 반성을 촉구하는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를 향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일각에서는 '급진 좌파 신학자들의 모임'으로 매도된다. 한편으로는 연구소에 대해 우호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어려운 언어로 설명해 보통의 교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있다.

새로 임명된 정용택 연구실장과 김윤동 기획실장은 2월 20일 기자와 만나, 신학이라는 범주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학문 영역을 넓혀 가며 세상과 교회의 합일점을 찾고자 노력해 온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의 정체성은 살리면서, 동시에 대중성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김윤동 기획실장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오래됐고 한국교회를 위해 해 온 일들이 있다. 다만, 내용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보니 대중성이 뒤떨어진 게 사실이다. 민중신학과 진보 신학은 계속 공부해 나가되, 연구소에 젊은 세대가 찾아올 수 있게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연구소가 마련한 사업은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우선 연구기획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진호 목사와 연구기획위원 유연희 교수(감신대 외래)가 1년간 성서학 강의를 진행한다. 이상철 목사(한백교회)는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주제로 기획 강좌를 하고, 정용택 연구실장은 오늘날 신이 되어 버린 '자본'을 주제로 강좌를 연다. 연구 집단 카이로스와 함께 주례 강독 모임도 마련했다.

한국교회를 분석해 온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주목하는 분야도 있다. 규모는 크지만 기존 대형 교회와 달리 정치적이지 않으면서 세련되고, 교양과 격식을 갖춘 또 다른 성격의 메가 처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용택 연구실장은 "이러한 메가 처치는 철저히 친자본주의적이며, 구조적 문제 앞에 함구한다. 사회적 고통에 무관심하고, 두드러지지는 않게 그러나 은근한 배제와 차별을 종용한다. 결정적으로 한국 사회 보수화에도 기여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들도 다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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