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기독교ㅇ센터는 2018년 6월, 교회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설립 기자회견에는 센터 L 대표를 비롯해, 교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ㄱ상담소 C 소장도 참석했다. ㅇ센터는 ㄱ상담소 등과 함께 피해자 지원 단체를 구축해 법률·의료·상담 등 다각도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회발 '미투 운동' 지원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범한 ㅇ센터는 설립되고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처음 모습과 많이 바뀌었다. 출범 당시 사무국장을 맡았던 K 목사는 이미 센터에 출근하지 않은 지 오래다. 그사이 사무실도 옮기고 홈페이지도 바꾸었다.

ㅇ센터 L 대표는 <뉴스앤조이>에, C 소장과 K 목사에게 이용당했다고 호소했다. C 소장이 성폭력 문제 전문가로 소개하며 사무국장 자리에 추천한 K 목사가 자기 남편이라는 점을 숨겼다고 했다.

C 소장은 상담을 위해 ㄱ상담소를 찾은 L 대표에게 피해자 지원 센터를 세워 보자고 제안했다.

"담임목사에게 성폭력 피해" 호소
C 소장, 피해자에게 지원 센터 설립 제안
ㅅ교회 개혁파 지원받으면서 
이단 출신 드러내지 말 것 요구

이 사안을 이해하려면, 우선 ㅇ센터 L 대표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L 대표는 한국교회 대부분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ㅅ교회 출신이다. ㅅ교회 교인들은 담임목사의 비위로 양쪽으로 갈라져 수년째 분쟁 중이다. 

L 대표는 담임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2018년 4월 3일, ㄱ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그는 "상담차 방문한 자리에서 C 소장이 피해자 지원 센터를 설립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마침 ㅅ교회 담임목사 반대하는 개혁파 교인들도 관련 기관을 만들고 싶어 하던 때라, 양측은 논의를 시작했다.

문제는 누가 대표직을 맡느냐였다. L 대표는 "C 소장이 성폭력 피해자가 직접 위드유 운동에 동참한다는 상징성을 부각하려면 내가 적격이라고 했다. 내가 선뜻 나서지 않자, C 소장은 성폭력 문제를 잘 아는 전문가를 사무국장으로 불러서 같이 일하면 부족함이 보완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5월 4일, L 대표는 C 소장이 소개한 성폭력 문제 전문가 K 목사를 만났다. 대면한 자리에서 K 목사는, 사무국장에게 지급할 업무 활동비라며 문자메시지로 제안서를 보냈다. 사무국장인 자신의 사례비로 월 200만 원, 업무 활동비로 월 80~100만 원을 제시했다.

ㅇ센터 설립에 들어가는 돈은 ㅅ교회 개혁파 측에서 지원하기로 돼 있었다. 그럼에도 C 소장과 K 목사는 ㅅ교회 개혁파가 센터와 관련돼 있다는 걸 드러내기 꺼렸다. L 대표는 "C 소장과 K 목사는 ㅅ교회가 이단 출신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교계에서 세를 키우기 위해서는, 개혁파라도 센터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보다 '돈줄'로 느껴"
K 목사, 알고 보니 C 소장 남편
문제 제기하자 '묵묵부답'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었지만, L 대표는 교회 성폭력 전문가들 말이니 믿고 따랐다. ㅇ센터는 설립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업무를 시작했다. 재정은 전적으로 ㅅ교회 개혁파에 의존했다. 개혁파 소속 교인들이 정기 후원을 신청했고 그 돈이 ㅇ센터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구심은 커졌다. 피해자 지원 센터라고 이름은 걸어 놨지만, ㄱ상담소에 종속된 기관처럼 느껴졌다. L 대표는 "어쩌다 센터에 상담 전화라도 걸려 오면, K 목사는 아무 응대하지 말고 ㄱ상담소로 연결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그의 지시로 매달 50만 원을 ㄱ상담소에 후원했다.

K 목사는 사무실에 늦게 출근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는 작년 6월부터 10월까지 사례비와 업무 활동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씩 받았다. 여름휴가비, 명절 경조사비도 따로 받았다. L 대표는 "K 목사가 교계 NGO 단체들은 그렇게 받는다고 했다. 다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L 대표는 주로 돈을 관리하거나 포럼에 참석자를 동원하는 일을 맡았다. 기자회견·포럼 등 행사가 끝난 후 K 목사가 누구에게 얼마를 보내라고 문자로 지시하면 그대로 했다. 2018년 10월 열린 한 포럼에는 ㅅ교회 개혁파 소속 권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L 대표는 "K 목사가 사람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며 교회 사람들을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ㅇ센터는 그동안 기자회견, 포럼, 탄원서 작성 등에 참여한 C 소장에게 별도로 20만 원씩 지급했다. ㄱ상담소에서 지원하는 피해자의 변호인 자문료도 ㅇ센터에서 50만 원씩 세 차례 지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L 대표는 ㅇ센터에서 개혁파와 자신의 역할은 '돈줄'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시기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우연한 기회로 L 대표는, K 목사가 C 소장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C 소장은 사무국장으로 자신의 남편을 추천하면서 그가 자신과 부부 관계라는 점을 L 대표에게 밝히지 않은 것이다. K 목사도 마찬가지였다. 또 C 소장은 K 목사가 성폭력 문제 전문가라고 소개했지만, 그가 예전에 ㄱ상담소 사무국장이었다는 이력 외에는 성폭력 문제와 관련한 어떤 이력도 찾기 힘들었다.

L 대표는 ㅇ센터 설립 당시 이름을 올렸던 이들에게,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당시 실행위원으로 참여한 정 아무개 목사와 이사로 참여한 주 아무개 목사 모두 "K 목사가 C 소장과 부부라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완곡하게 부탁해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L 대표는 C 소장과 K 목사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부부라는 사실을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때부터 L 대표의 전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C 소장은 10월 28일, ㅇ센터에 300만 원을 송금했다. 그동안 ㅇ센터가 후원금 명목으로 ㄱ상담소에 입금한 액수와 같다. L 대표는 "대화와 해명을 요청해도 아무 반응 없더니 돈만 보내왔다. 너무 괘씸했다. 만나서 해명만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C 소장은 일반 언론에서도 교회 성폭력 전문가로 대우를 받는다. 지난해 한 포럼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는 C 소장.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폭력 피해자가 지원 센터 대표?
"내담자에게 필요성 주입, 문제 있어"
C 소장, 계속된 취재 요청에
"L 대표 일방적 주장, 법적 대응할 것"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자 지원 단체 대표로 세우는 일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2월 1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런 사례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본인이 이미 치유 과정을 겪고 난 뒤 다른 피해자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나설 때 가능한 일이다. 성폭력 상담을 한 사람이 내담자에게 그 필요성을 주입하고 대표로 세우는 모습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ㄱ상담소는 교계에서 오래된 여성 단체의 부설 기관이다. 이 여성 단체 A 사무총장도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자 지원 단체 대표로 세운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것은 잘못된 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사무총장은 C 소장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C 소장 주장이 L 대표 말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2월 19일 기자와의 대화에서 "나도 L 대표의 연락을 받고 C 소장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C 소장이 해명하는 걸 들으니 L 대표 주장이 전혀 맞지 않았다. 그래서 C 소장에게, L 대표에게 연락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C 소장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C 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기자가 수차례 전화를 걸어도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겨도 응답이 없었다. 그러다 2월 19일, C 소장은 질문을 이메일로 보내라는 짤막한 답변을 보냈다. 기자는 이메일로 △피해자에게 센터 설립을 제안하게 된 경위 △K 목사가 사무국장을 맡을 정도로 성폭력 전문가인지 여부 △사무국장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 △L 대표에게 해명 없이 300만 원을 재송금한 이유 △L 대표와 만나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지 않은 이유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C 소장은 "모두 L 대표의 일방적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며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자료도 가지고 있다. 일방적인 주장에 기초해 허위 보도가 이루어진다면 <뉴스앤조이>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L 대표에 대해서도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할 예정임을 알린다"고만 답변했다. 이에 기자는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만나서 자료를 보면서 이야기하자고 요청했지만, 이후로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 기사 수정(2월21일 1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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