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연합감리교회(UMC·United Methodist Church)의 특별 총회가 2월 23일부터 4일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서 열린다. 이번 총회는 '인간의 성'과 관련한 안건을 다룬다.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힌 사람에게 성직자 안수를 허락할 수 있는지, 목사가 동성 커플 결혼을 주례할 수 있는지, 교회가 동성 결혼을 인정할 수 있는지, LGBTQ를 교회 멤버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등을 논하는 자리다.

현행 UMC '교리와 장정'에서는 동성애, 동성 결혼과 관련한 모든 것을 금하고 있다. 사회생활 원칙 162조 C항은 "우리는 혼인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규정짓는 일반 사회의 법률을 지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161조 G항에서는 "연합감리교회는 동성애 행위를 용납하지 않으며, 이 행위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특별 총회에서는 이 문구들을 그대로 둘지 아니면 동성애를 금하는 모든 단어를 삭제할지 논한다. 총회에서 논의할 여러 종류의 플랜에는 동성 결혼 허용을 교회의 결정에 맡기자는 '하나의 교회 플랜'과 '단순한 플랜'이 있고, 동성 결혼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전통주의 플랜'이 있다. 감독들은 주로 '하나의 교회 플랜'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가 가까워질수록 LGBTQ 교인, 목회자를 수용한다고 발표하는 교회도 증가하고 있다. UMC 내 성소수자 지지 그룹인 '화해목회네트워크'(Reconciling Ministries Network)는 LGBTQ 지지를 공식 표명한 교회의 명단을 매일 공개한다. 현재 교회 971곳, 교인 3만 5727명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특별 총회에 맞춰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거나, 총회가 열리는 장소 밖에서의 활동을 예고했다.

성소수자 지지 그룹은 2016년 총회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UMC 뉴스 서비스 갈무리

UMC 소속 한인 교회들은 교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인 교회는 반동성애 일색인 한국교회와 정서가 비슷하다. 한인 총회 대안위원회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교인, 목회자를 대상으로 특별 총회의 이슈와 관련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에는 한국어 사용 교인 391명, 한국어 사용 목회자 164명, 영어 사용 교인 26명, 영어 사용 목회자 23명이 참여했다.

설문 조사 결과는 동성애, 동성 결혼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교인, 목회자 그룹에서는 동성 결혼을 금하는 현 교리와 장정을 적극 지지하거나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70%를 상회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교인의 응답에서는 수치가 조금 낮아지지만 여전히 현행 교리와 장정을 그대로 두자는 입장이 우세했다. 영어 사용 목회자 그룹에서나마 현 교리와 장정 지지 47.8%, 반대 43.5%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교단이 성소수자 목사 안수와 동성 결혼을 허용한다면 지금 출석하는 교회와 교단을 떠나겠다고 응답한 이들도 다수였다. 한국어 사용 교인의 69.7%와 한국어 사용 목사의 55.8%가 교단을 떠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들에 비해서는 적었으나 떠나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사람이 더 많았다.

응답자들은 이번 총회 결과에 따라 교단을 탈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현행 교리와 장정을 보면, 목사 파송제를 따르는 UMC 교회는 교단을 떠날 때 교회 재산을 가지고 나갈 수 없다. 그럼에도 교회 재산 유지 여부와 관계없이 교단을 탈퇴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이 다수였다. 한국어 사용 교인 65.8%, 목사 49.4%는 교회 재산을 포기하더라도 교단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동성 결혼 가능성을 열어 둔 PCUSA는 한인 교회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교회 재산권을 놓고 노회와 법적 다툼을 벌이다 최종적으로 패소해 건물을 포기하고 교단을 탈퇴한 대형 교회도 있었다. UMC도 지금 규정대로라면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짙다. 그렇기에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전통주의 플랜' 채택을 바라는 이들은 교회 재산권 유지 조항을 교리와 장정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인 총회는 이번 특별 총회 결과를 보면서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2월 23일 시작하는 특별 총회는 24일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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