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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훈련, 멤버십 주는 수준 아니라 예수의 풍모가 나타날 때까지 반복해야"
옥한흠 목사 사역 보존·계승하는 '은보포럼' 출범 "시대 한계 뛰어넘어 새로운 모델 만들자"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9.02.19 23:00

은보포럼이 18일 창립총회 및 발기인 대회를 열고, 옥한흠 목사의 제자 훈련을 시대에 맞게 계승·발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은보포럼 박정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고 옥한흠 목사 사역을 보존·계승하고 그가 남긴 '제자 훈련'을 새 시대 현실에 맞게 새롭게 적용하자는 취지로 모인 이들이 은보포럼(배창돈 대표)을 출범했다. 은보恩步는 옥 목사의 호다. 은보포럼은 2월 18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밀알학교(홍정길 이사장)에서 창립총회 및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옥한흠 목사는 1984년 <평신도를 깨운다>(두란노)를 통해 한국교회 내 제자 훈련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사랑의교회를 담임하며 제자 훈련을 적용해 많은 교인과 목회자를 교육했다. 옥 목사가 별세한 지 9년이 지났지만, 그는 각종 설문 조사에서 여전히 '가장 존경받는 목회자' 1위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옥한흠 목사의 제자 훈련이 결론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옥 목사가 후임으로 오정현 목사를 지목했고, 이후 사랑의교회는 사회적 지탄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옥한흠 목사 사역을 보존·계승한다는 이 모임에, 현재 사랑의교회와 오정현 목사가 연관되지 않은 것도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옥한흠 우상화 경계하고
제자 훈련 새 시대 맞춰 발전시켜야"

'제자 훈련'은 실패했는가. 이날 창립총회에 앞서 열린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목회자들은, 제자 훈련을 '실패'로 단정해 폐기하지 말고 시대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모델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국교회 제자 훈련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발표한 김명호 목사(대림교회)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13년까지 사랑의교회와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제자 훈련 관련 실무를 맡았던 사람이다. 그는 제자 훈련을 1.0, 2.0, 3.0 등 셋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옥한흠 목사가 제시한 제자 훈련은 그가 살아온 세대의 산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대마다 역사적 강조점이 있고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는 그 시대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았고 최선을 다해 목회했다. 그가 남긴 뜻을 이어 가되, 그가 부딪혔던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다음 세대의 몫이다. 한 사람을 우상화하고 그의 뜻이 아닌 형식을 따르려는 교조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반대로 신앙 선배들의 약한 부분만을 지적하며 그들의 업적을 지우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김 목사는 제자 훈련이 한계에 봉착하는 이유로 △확고한 목회 철학 부재 △준비되지 못한 지도자들의 인도 △목회자부터 제자의 삶을 살지 못하는 제자도 상실 △직분 부여 수단으로서의 거래적 제자 훈련 △교회 대형화와 외부 사역 증가 등에 따른 제자 훈련 변질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한 성급한 제자 훈련 △개교회 봉사 중심에 머물게 하는 수준의 제자 훈련 등을 꼽았다.

그는 '제자 훈련 3.0'의 원칙으로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제자도로 △개교회주의에서 벗어나 하나님나라 공동체로 △내부 지향성에서 벗어나 선교적으로 △피상적 교육에서 벗어나 전인적 훈련으로 △이원론에서 벗어나 삶의 모든 영역으로 △경쟁적 관계에서 벗어나 네트워크로 나아가야 한다는 6가지를 제시했다.

'교회 위한' 제자 훈련에서
'지역과 공동체' 위한 제자 훈련으로

이어 '폐기되어서는 안 될 제자 훈련 - 기독교의 생존 전략'을 주제로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가 발제했다. 김형국 목사도 1999~2000년 사랑의교회 부교역자를 지냈다. 사역 기간은 짧았지만 옥한흠 목사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 역시 제자 훈련을 실패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자 훈련은 옥한흠 목사의 고유 브랜드가 아니라, 초대교회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온 기독교의 생존 방식이었다고 했다. 다만 김형국 목사는 대학 캠퍼스 선교 단체를 통해 알려지고 대형 교회가 발전시킨 '1세대 제자 훈련'은 넘어서자고 말했다. 제자 훈련이 한국교회에 크게 이바지한 점은 인정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노출된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만들자고 했다.

김형국 목사는 이를 '하나님나라 복음에 기초한 제자 훈련'이라고 정의했다. 기존 제자 훈련은 목회자 중심이고 재생산되지 않으며 교회 공동체 내에서만 활용 가능하다는 약점을 지녔다면, 하나님나라 복음에 기초한 제자 훈련은 교회 공동체를 세워 세상에 침투하고 교인을 재생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인들에게 멤버십을 부여하는 수준의 일시적·단기적 '리더십 트레이닝'으로서의 제자 훈련이 아니라, 최소 7~10년의 과정을 통해 '예수의 제자 같다'는 풍모가 나타날 정도까지 반복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제자 훈련의 삶을 살아 낼 공동체, 그리고 이를 선명하게 하는 가르침이 필요하다."

논찬을 맡은 이문식 목사(광교산울교회)는 "옥한흠 목사의 제자 훈련은 개인 인격 중심, 교회론 중심이었다. 왜 세상 속에서의 총체적 제자도, 시민사회 변혁에 기여하는 제자도를 실천하지 못했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앞서 김명호 목사와 김형국 목사가 말한 새로운 방식의 제자 훈련에 대해 "교회와 지역사회 공동체가 연결돼야 한다. 사회·정치·경제·문화·노동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나라 가치를 '비종교적'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를 전한 홍정길 목사는 "옥한흠 목사를 흉내 내려 하지 말고 배우라"고 주문했다. 사진 제공 은보포럼 박정현

이찬수 "옥 목사의 사명·부담감 이어받자"
홍정길 "흉내 내려 말고 배워라"

포럼 이후 이어진 창립총회 예배에서는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가 설교를 맡았다. 엘리사가 엘리야에게 '갑절의 능력을 달라'고 요구한 본문을 주제로 설교한 이 목사는 "엘리사가 엘리야의 무거운 사명과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을 물려 달라고 한 것처럼, 우리도 옥 목사님에게 건물을 달라거나 단체를 달라고 할 게 아니라, 그분이 갖고 계셨던 사명과 보여 주신 근본정신을 물려 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홍정길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김삼환 목사가 교단과 한국교회가 그렇게 (세습을) 반대할 때 '나를 이렇게 염려해 주는구나'라고 생각하고 회개했다면, 한국교회가 사회에 어떤 충격을 던졌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옥한흠 목사를 흉내 내지 말고 배우라"고 주문했다. "옥한흠 목사와 함께 중국에 갔을 때, 그가 전화로 (주보에 낼) 설교 제목을 6~7번씩이나 바꾸던 기억이 난다. 한 가지 일을 놓고 언제나 되씹고 곱씹으며 최선의 지혜로운 결론을 내려 노력하던 모습을 곁에서 많이 봤다. 그를 흉내 내려 하지 말고 배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은보포럼은 이날 총회에서 배창돈 목사(평택대광교회)를 대표로 세웠다. 홍정길 목사와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 이근수 목사(서울홍성교회 원로)가 고문을 맡았고 2월 17일까지 사랑의교회 출신 목회자들과 교인 등 총 203명이 발기인으로 등록했다.

은보포럼은 이날 발표한 설립 취지문에서 △옥한흠 목사 기념 사업 △제자 훈련 사역 계승 △제자 훈련 컨텐츠 개발 및 보급 △한국교회 갱신과 연합 운동 지원 △옥한흠 목사 정신을 이어 가는 건강한 교회 계승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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