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헌금 강요와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휩싸인 분당ㅎ교회가 가짜 학위 장사를 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돈만 내면 교육과정도 없이 미국 하와이에 있는 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것이다.

분당ㅎ교회 부목사 14명은 2016년 5월 11일, 동시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수여식은 미국이 아닌 분당ㅎ교회 예배당에서 열렸다. 부목사들은 미국 하와이에 있는 B신학대에서 학위를 받았지만, 정작 학교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학교가 하와이 어디에 있는지, 교수진은 어떻게 되는지, 학풍이 어떠한지도 몰랐다.

박사 학위를 받기 전까지 따로 받은 교육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교육기관이 박사 학위를 수여하기 전 검토하는 학·석사 학위나 이수 학점, 논문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 돈이었다.

분당ㅎ교회 부목사들은 학점, 논문 없이 350만 원만 내고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부목사들은 박사 학위를 받는 대가로 분당ㅎ교회에 350만 원을 냈다. 300만 원은 B신학대로 갔고, 나머지 50만 원은 학위 수여식 준비비 및 수수료 명목으로 쓰였다.

분당ㅎ교회 출신 부목사들은 이 아무개 담임목사의 강압에 못 이겨 원하지도 않은 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 아무개 목사는 2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6년 초 담임목사가 갑자기 부목사들에게 박사 학위를 취득하라고 말했다. 학점, 논문 상관없이 돈만 내고도 학위를 얻을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부목사들은 학위를 원하지 않았다. 담임목사가 무조건 받아야 한다고 말하니까,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 아무개 목사도 "담임목사가 시키는 일을 거역하면 교회에서 불순종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이 목사가 박사 학위를 받으라고 할 때도 부목사들에게 따로 의사를 묻지 않았다. 모두가 안 하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학위 취득에 필요한 350만 원은 부목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부목사들은 특별한 소득이 없었다.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는 부목사도 거의 없었다. 하 목사는 "부목사 대부분이 '주부'였다. 소득이 없는데 당장 350만 원을 어떻게 구하겠는가. 돈이 없어 학위를 안 받겠다고 하면 담임목사는 대출이라도 하라고 다그쳤다. 남편에게 사정사정해서 학위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지인들에게 돈을 꾸었고, 백 아무개 목사는 자녀 신용카드로 10개월 할부 결제했다고 말했다.

부교역자 10여 명은 2016년 12월 교인들과 교회를 떠났다. 교회 안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헌금 강요와 부당노동행위, 그리고 이 목사를 둘러싼 재정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담임목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학위 수여식은 미국이 아닌 분당ㅎ교회에서 열렸다. 사진 제공 분당ㅎ교회피해대책위원회

"분당ㅎ교회가 학위 필요하다고 먼저 요구"
부목사들, 이 목사 사기 혐의로 고소

가짜 학위 장사 의혹을 받는 B신학대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아무개 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에 선교비나 학교 발전 기금 명목으로 미화 3000불 혹은 한화 300만 원을 내면 박사 학위를 주는 제도가 있다. 분당ㅎ교회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학위를 줬다"고 말했다.

돈을 낸다고 해서 무조건 학위를 받는 건 아니라고 했다. 한 총장은 "신청자는 목사 안수 여부와 구체적인 사역 계획을 밝혀야 한다. 선교나 교육, 상담 등 어떤 영역에서 사역할지 이력서에 기술하면, 학교 이사회가 서류 심사 후 결정한다.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분당ㅎ교회 부목사들 중 떨어진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분당ㅎ교회는 특별 케이스다. 담임목사가 학위가 필요하다고 부탁해서 모두 받게 해 줬다"고 말했다.

학위를 받은 부목사들은 B신학대가 실제 존재하는지 의심하고 있다. B신학대는 홈페이지가 없다. 인터넷에 학교 이름을 검색해도 관련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 미국 하와이 한인회 주소록에 실린 주소가 유일하다. 하와이 호놀룰루 4층짜리 복합 건물에 사무실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곳은 한 총장이 시무하는 ㅎ교회 주소와 동일하다.

한 총장은 "홈페이지가 없다고 해서 학교가 없는 건 아니다. 미국 주 정부 정식 인가를 받았다. 교수진과 커리큘럼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대학교 모습을 생각하면 안 된다. 하와이에 있는 여러 교회를 빌려 강의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사 학위를 발급한 미국 하와이 소재 B신학대는 4층 복합 건물에 사무실이 있다. 사진은 복합 건물 모습. hawaii house 홈페이지 갈무리
부목사들이 받은 학위증.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는 가짜 학위 장사와 관련한 분당ㅎ교회 입장을 묻기 위해 취재를 요청했다. 담임목사 전화기는 꺼져 있었고, 강 아무개 행정기획국장은 전화를 받지 않고 질의 문자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이 목사를 지지하는 부목사들은 전화를 바로 끊거나, 즉답을 피했다. 최 아무개 목사는 2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를) 나간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학위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신학 박사가 아니라) 명예박사를 받은 거다. 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담임목사 강압에 못 이겨 학위를 취득했다고 주장하는 부목사 4명은 지난해 12월 3일 이 목사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 기사 정정(2019년 2월 14일 23시 48분 현재)

<뉴스앤조이>는 부교역자들이 받은 학위증에 적힌 'Doctor of Divinity'가 명예박사가 아닌 신학 박사를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나 'Doctor of Divinity'는 신학자에게 대학이 수여하는 명예 신학 박사 학위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이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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