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쯤 망고 맛 아이스크림이 유행할 때가 있었습니다. 지인 중 한 분이 동남아 여행을 다녀와서 망고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씨가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잘 익은 노란 과육은 당도가 상당히 높으며 특유의 달콤한 향을 낸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진짜 망고를 먹으며 그분의 설명이 떠올랐습니다. 사진과 설명, 그리고 망고 맛 아이스크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망고의 실체를 몸소 경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 그때 들었던 그 말이 이런 뜻이었군' 하고 되뇌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여기, 목자와 양의 관계를 체험적으로 아는 목자 출신 평신도 사역자의 시편 23편 강해가 있습니다.

그는 두 부류의 목자(큰 카테고리로 선한 목자와 삯꾼 목자)가 있음을 말하고, 그에 따라 양들이 어떤 결과를 맞을 것인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실제 목자를 하면서 세밀한 관찰을 토대로 파악한 양들의 습성과 성향을 설명하면서, 시편 저자가 목자와 양에 빗대어 하나님과 신자의 관계를 표현한 것이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인 비유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양과 목자 - 한 목자의 시선으로 본 시편 23편> / W. 필립 켈러 지음 / 김만풍 옮김 / 생명의말씀사 펴냄 / 408쪽 / 1만 4000원

저자의 설명이 생동감 있고 더욱 설득력을 얻는 것은 당연히 이론뿐 아니라 경험이 글 전면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시편 23편을 한 구절 한 구절 살피며, 때로는 목자 시각에서 때로는 양의 시각에서 접근합니다. 이 시편 저자 다윗도 목자 출신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누구보다 목자와 양을 알고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쓰였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양이라는 동물은 기독교 신앙을 설명할 때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의 문지방과 설주에 발린 어린양의 피, 제사에 사용한 제물인 흠 없는 어린양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뿐 아니라 우리 주님과 그분의 백성들을 설명할 때도 선한 목자와 양의 비유를 사용합니다. 양은 철저하게 목자에게 의지해야 살 수 있습니다.

목자는 양들에게 좋은 꼴을 먹이려고 계획을 세우고, 기생충이나 해충을 막기 위해 털을 깎는 등 위생 관리를 합니다. 때로는 목숨을 걸고 맹수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새벽에 우는 양의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간의 목자도 자신의 양들을 지키기 위해 이같이 노력합니다. 선한 목자이시며 구원 주이신 주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시고 온전히 선하시며 우리의 모든 필요와 아픔을 아십니다. 그분께 순종할 때 모든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신다는 사실이 참된 위로의 근거가 됨을 생각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백미는 5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어 보시면, 탁월한 비유와 비교를 통해 누구와도 비할 수 없는 참된 선한 목자이신 주님의 위대하심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실제 목자의 경험을 살렸다는 데 있습니다. 양의 습성, 환경, 필요 그리고 양들을 관리하는 목자의 디테일과 심정을, VR 영상을 보듯 생생하게 그려진 필치를 통해 맛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시편 23편을 읽는다면, 새로 알게 된 배경지식으로 훨씬 풍부하게 묵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점은 저자가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신학적 견해들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웨일스 출신 제프리 토마스 목사님께서 균형 잡힌 독서를 설명하시며, 존 오웬이 쓴 죄의 교리에 관한 대작들과 아이작 암브로스가 쓴 <예수를 바라보라>(부흥과개혁사)를 같이 읽을 것을 추천하셨습니다. 저는 이 책과 더불어 조엘 비키 학장이 저술한 <깊이 읽는 시편 23편>(생명의말씀사)를 읽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김성욱 /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삼송제일교회 중고등부 부장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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