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마 6:24, 표준새번역)."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딤전 6:10, 표준새번역)."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성경의 가르침은 명확하다.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꾸미고 더 많이 가질 것을 권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돈에 대한 성경 말씀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을까. 은밀하고 교묘한 형태로 자본과 소비가 사회 곳곳에 깔려 있는 세상에서 분별력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돈은 매혹적인 재화이기에 신의 모습으로 형상화해 맘몬(Mammon)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제시하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박득훈 목사의 <돈에서 해방된 교회 – 교묘한 맘몬 숭배에서 벗어나는 길>(포이에마)과 존 캐버너 교수의 <소비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IVP)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문제점을 개괄하고, 참고 문헌 및 심화 학습 자료도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다.

<소비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IVP)과 <돈에서 해방된 교회 - 교묘한 맘몬 숭배에서 벗어나는 길>(포이에마).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자본주의가 낳은
기복신앙과 개교회 성장주의
'깨끗한 부자'라는 말의 함정

<돈에서 해방된 교회> 저자 박득훈 목사는 2017년 65세 나이로 새맘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조기 은퇴한 후 성서한국 사회선교사로 파송받아 활동 중이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유학 생활 끝에 영국 더럼대학교에서 기독교사회윤리를 전공해 경제 정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회 개혁 운동에 투신해 <뉴스앤조이>,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에서 활동했으며, 자본주의에 잠식당한 교회 현실을 비판해 왔다.

이 책은 교회가 자본주의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고 지적한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기복신앙의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열렬한 소비자 대열에 서 왔다."(134쪽) 저자는 성경 속 다양한 근거를 들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조하는 하나님나라 경제 원리를 제시하고, 교회를 향해 교묘한 맘몬 숭배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한다. 자본주의에 잠식당한 교회 현주소를 비판하고, 암담한 현실을 넘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방 직후 빚어진 분단, 한국전쟁, 고착화된 분단 체제 그리고 냉전이 가져다준 트라우마는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거의 용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오류와 붕괴는 자본과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진보적 경제학에 대한 냉소주의가 어느 나라보다도 더 깊이 뿌리내리게 만들었다.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할 사명이 있는 그리스도인은 이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해 눈물겹게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지켜 주는 하나님나라의 경제 정의를 실현해 나가야 할 책무가 있는 그리스도인은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상대적으로 더 지지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은 부의 취득과 축적을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여기며 그를 위한 적극적 경제행위를 덕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맘몬 숭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맘몬 숭배는 필연적으로 경쟁 절대주의와 사회적 양극화를 잉태하게 된다." (71쪽)

책은 2부로 구성됐다. 1부 '교회를 뒤틀어 온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한국교회를 뒤틀어 왔는지 살핀다. 주류 경제학과 진보 경제학을 살피면서 자본과 자본주의의 성격 및 정신을 짚는다. 자본주의 흐름과 정신이 한국 사회에 들어오면서 발생한 한국교회의 뒤틀린 신앙 모습들을 조명한다. 한국교회 안에서 노골적으로, 혹은 세련된 형태로 나타나는 다양한 버전의 기복신앙, 개교회 성장주의라는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부 '맘몬에서 해방되는 길'에서는 교회가 자본주의 배후 세력인 돈의 신 맘몬에게서 어떻게 해방될 수 있는지 성찰한다. 돈이 축복이 되는 경우와 우상이 되는 경우를 분석하고, 맘몬을 이기기 위한 참된 구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본주의사회 경제문제가 믿음 문제와 결부돼 있음도 밝힌다. 결론부에 가서는 하나님나라 복음, 경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삶과 제도를 바꿔야 하는지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돈에서 해방된 교회> / 박득훈 지음 / 포이에마 펴냄 / 380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돈에서 해방된 교회>는 한국교회 도처에 있는 축복의 복음, 물질을 향한 과잉 믿음 현상, 세련된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기복신앙을 추구하는 청부론, 승리주의를 특히 날카롭게 비판한다. 한국교회에 자리 잡은 기복신앙의 다양한 버전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를 꼼꼼하게 읽어 낼 필요가 있다.

"불의한 부의 축적은 특정한 사람에 의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착취와 억압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특정 부자가 개인적으로 착한 성품의 소유자이고 실정법을 잘 준수하며 부를 축적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억압과 착취가 일어날 수 있다. (중략) 아무리 개인 도덕에서는 양심적일지라도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억압하는 악한 제도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과 진단이 심성이 착한 부자, 그리고 특히 깨끗한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겐 매우 부당하고 억울하게 들릴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성경의 분석과 진단을 열린 마음으로 정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212~213쪽)

인간의 몸과 정신까지 상품화
소비가 복음이 된 사회 속 신앙이란

<소비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은 19세기 말~20세기에 출간한 복음주의 기독교 고전을 엄선해 내놓는 'IVP 모던 클래식스' 15번째 책이다. '복음적 로마가톨릭교인'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존 캐버너 교수(John F. Kavanaugh, 1941~2012)가 썼다. 신학을 공부하고 워싱턴대학교에서 사회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인트루이스대학교에서 36년간 철학과 윤리학을 가르쳤다. 예수회 사제로도 활동했다.

이 책은 '소비'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우상숭배를 고발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참된 신앙의 모습이 무엇인지도 제시하고 있다. 생산·구매·소비 행위가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 소비사회의 현실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미국이 보여 주는 광적인 마케팅, 소비 몰입 현상을 구체적 지표와 통계를 통해 드러낸다. 미국 사회는 한국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질과 상품에 사로잡힌 소비사회는 인간의 몸과 영혼조차도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 저자는 사람을 대체 가능한 존재이자 사고파는 상품으로 계시하는 '상품 형식'의 삶에 저항하고, 사람을 대체 불가능하며 독특하고 자유로운 존재로 계시하는 '인격 형식'의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가 하나의 복음이 돼 버린 사회에서 붙잡아야 할 진짜 복음이 무엇인지를 성경에 근거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도 2부로 구성됐다. 1부 '상품 형식'에서는 인간을 사물이자 상품 이미지로 인식할 때 어떤 참담한 결과가 발생하는지 보여 준다. 소비사회의 문화․정치․경제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 물신을 향한 체계적인 우상숭배 모습을 비판한다. 2부 '인격 형식'에서는 예수께서 삶을 통해 보여 준 상품 형식에 반대되는 가치를 소개한다. 성례전·기도·헌신·공동체 등에서 찾을 수 있는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밝히고 소비사회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안내한다.

저자는 사회정의를 앞장서서 실천하는 급진적 그리스도인에게는 전통에 뿌리내린 깊은 신앙이 필요하고, 신앙을 강조하는 정통 신자들에게는 정치·사회에 대한 혁명적인 복음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참된 신앙은 개인의 삶 그리고 사회관계에서 구체화하는 정의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소비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 / 존 F. 캐버너 지음 / 박세혁 옮김 / 김회권 해설 / IVP 펴냄 / 380쪽 / 1만 9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원서는 1981년 출간돼 10년이 지난 1991년 한 차례, 25주년을 맞은 2006년 또 한 차례 개정 작업을 거쳤다. 개정할 때마다 시대 상황에 맞게 상당 부분 다시 쓰고 보강하면서 내용을 더 구체화했다. 1981년판 서문, 1991년판 서문, 25주년 기념판 서문을 통해 시대상의 변화와 핵심 내용을 살필 수 있다. 30페이지 넘는 분량으로 추천 도서 목록을 제시하고 있으며, 한국어판에는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김회권 교수의 해설이 수록됐다.

"세계 기아의 문제를 종교가 아닌 단순한 정치 문제로 보도록, 인간의 기본적인 평등과 먹고 마실 권리를 동정심이 지나친 자유주의자들과 멍청한 교수들이 꾸며 낸 음모라고 생각하도록, 난민 원조를 인간의 책임이나 의무를 넘어서는 과도한 시혜라고 여기도록, 옷이나 다른 지구의 부를 분배하는 것을 유행 지난 유토피아주의라고 몰아붙이도록 우리를 속이는 역사와 양심과 이성의 간극은 얼마나 기이한가!

(중략) 그리스도인들이 실용주의나 빈틈없는 현실주의라는 이름으로, 최악의 경우에는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신성모독으로 '이들 중 가장 작은 사람'에게 등을 돌린다면, 그들은 바로 자신들이 믿는다고 고백하는 그리스도로부터 등을 돌리는 것이고, 가장 위대한 계명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영원토록 우리의 빈약한 논리와 두려움에, 세상의 문화에 의해 규정된 보잘것없는 희망과 자의식에, 성공의 가능성과 풍요와 상품에 집착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정죄한다." (198~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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