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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는 주의 은혜의 해와 보복의 날 임하길"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2월 예배 △전담 수사팀 설치 △제2기 특조위 △생명안전공원 설립 기도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2.06 21:12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2014년 4월, 팽목항에서 혜선 엄마 임선미 씨를 처음 봤다.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혜선 엄마는 슬픔과 분노, 원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에는 갑자기 상황실로 달려가 책상을 뒤엎으며 해경 관계자에게 감정을 쏟아내기도 했다.

5년 만에 본 혜선 엄마는 그때와 달리 차분해 보였다. 2월 3일, 설 명절을 앞두고 열린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에서, 혜선 엄마는 세월호 추모 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사)에 실린 정우영 시인의 '가만히 있지 말아라'를 읽었다. 담담하게 시를 읽는 그의 모습에서는, 다시는 이러한 참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감정이 북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도, 잠깐 숨을 고른 후 끝까지 시를 읽었다.

(전략)
그러나 아무리 궁리해도 나는 
사랑한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보다 더 선한 말 찾을 수 없다 
어떤 말이 더 필요하랴
이 통절함 담을 말 어찌 있으랴 
새벽까지 뒤척이다 마당에 나와
팽목항 향해 나직나직 읊조린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중략)
이제는 기다리지 말아라
가만히 있지도 말아라 
너는 완전 자유다, 아이들아 
그러니 가만히 따르지 말고 
다시 태어나라, 아이들아. 
다시 돌아와 온전히 네 나라를 살아라
너희가 꿈꾸던 그 나라를 살아라

 

혜선 엄마는 세월호 추모시 '가만히 있지 말아라'를 담담한 목소리로 낭독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연휴 기간인 데다 비까지 와 참석자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였다. 세월호 가족 아라 엄마, 예은 엄마, 창현 엄마, 시찬 엄마·아빠, 순영 엄마를 비롯해 고기교회·새맘교회·새길교회·마당교회·나루교회·희망교회 등에서 온 교인 80여 명이 416가족협의회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이날은 단원고 2학년 2반 희생자 친구들을 기억하는 날이었다. 교인들은 희생자 25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아이들의 생전 모습을 떠올렸다. 엄마·아빠들은 자녀들의 이름을 들으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이름에 담긴 뜻처럼 주님이 기뻐하시는 딸이 되려고 자기 관리도 잘하고 성실했던 박.주.희", "아이를 돌보는 게 좋아서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은 윤.민.지", "가족들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막내, 다른 사람을 돕고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남.지.현"….

연휴 기간이라 참석자가 적을 거라는 예상은 기우였다. 80여 명이 예배에 나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들과 그리스도인들은 매달 모여 진상 규명과 생명안전공원 설립을 위해 기도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본문은 이사야 61장 1절~4절이었다. "주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언하고, 모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셨다(새번역 사 61:2)." 참석자들은 말씀 묵상을 나누며 하나님께서 세월호 참사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하는 날을 허락할 것이라고 소망했다. 상한 마음이 위로받고 무너졌던 공의가 바로 서는 날이 꼭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리멤버0416'을 만들고 거리에서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을 했던 강영희 집사(낮은마음교회)는 "하나님께서 어떤 모습으로 은혜의 해와 보복의 날을 이루실지 궁금하다. 세월호 가족과 많은 기독교인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리에서 피켓을 들었다. 거리를 채운 고성과 시위는 모두 기도였다. 오늘 말씀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기도를 꼭 이루어 줄 것이라고 다시 소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5년 가까이 매주 일요일마다 성균관대역에서 교인들과 피켓팅을 해 온 남기업 집사(수원성교회)는 "진실이 밝혀지는 날은 가족들에게는 은혜의 날이고 누군가에게는 보복의 날이 될 것이다. 진실은 우리가 가만히 있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월호를 알리고 진상을 요구하며 부단히 노력할 때 비로소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은이 할머니 이세자 장로는 성경에 나와 있는 구절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의 영이 임하고, 황폐해진 곳을 쌓으며, 무너져 있던 곳을 세운다는 말씀이 위로된다. 그대로 이뤄질 것을 믿는다.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 무너졌던 이 나라와 사회가 새롭게 세워지길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께서 세월호 참사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하는 날을 허락하길 소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묵상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희생자 304명과 이들을 따라간 가족과 활동가를 위해 △세월호 전담 수사팀 설치를 위해 △제2기 특조위 활동을 위해 △생명안전공원의 조속한 설립을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함께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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