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교회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이라면 계속해서 붙잡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교회를 향한 신뢰가 추락하고, 사회를 향한 기독교의 목소리가 호소력을 잃은 현대사회에서, 교회의 정체성과 본질을 살펴보는 책을 소개한다. 리 비치의 <유배된 교회 - 가나안 교회 시대에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새물결플러스)와 스탠리 하우어워스, 윌리엄 윌리몬의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 이 땅에서 그분의 교회로 살아가는 길>(복있는사람)이다.

두 책 모두 공통적으로 현대사회에서 교회가 어떤 정체성을 붙잡아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각각 '유배'와 '나그네'가 핵심 키워드인데, 두 정체성은 연결돼 있다. 두 책은 비슷한 키워드로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복있는사람)과 <유배된 교회>(새물결플러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주변부로 밀려난 기독교
위기 아닌 정체성 찾을 기회
'유배된 교회' 성찰하고 분석

<유배된 교회>는 캐나다 맥마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을 가르치는 리 비치 교수가 썼다. 그는 기독교가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미국과 캐나다 등 서구 상황을 언급하며 현재 교회가 마주한 현실을 지적한다.

기독교는 4세기부터 서구에서 공인 종교로 사회 중심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교회가 국가의 정치·사회·문화를 주도했던 시기였다. 학자들은 이때를 '크리스텐덤'(Christendom) 시대라고 이름 붙인다. 크리스텐덤은 기독교(Christianity)와 왕국(Kingdom)을 결합한 말이다. 콘스탄티누스 황제 공인 이후 국교로서 영향력을 떨쳤던 기독교를 지칭한다.

기독교는 계몽주의 시대 이후 세속화 물결, 여러 시대사조의 등장, 문화적 격변 등 부침을 겪으면서 국가 종교의 자리를 박탈당했다. 크리스텐덤의 종말을 맞은 것이다. 21세기 기독교는 문화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서 사회를 향해 자신을 변호하고 정당화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중심부로부터 '유배당한' 나그네처럼 존재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기독교 쇠퇴기'로 분석하기도 하는 현시점이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고 말한다. 교회의 참된 정체성을 '유배'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며, 유배의 현실이 깊은 성찰과 자기 분석의 시간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독교가 주변부로 밀려나는 시대 흐름을 정리한다. 에스더서·다니엘서·요나서·베드로전서 등 성경을 살피며, '유배'가 교회에서 계속 붙들었던 핵심 모티브였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과거 교회의 유배 경험을 사려 깊게 오늘날에 적용해 살피는데, 그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당부도 잊지 않는다.

"분명히 말해 두어야 할 것은, 유배 같은 주제를 우리의 것으로 삼으려 할 경우 우리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그 용어의 심각성에 대해 존경을 보이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유배는 많은 이들에게 아주 끔찍한 경험이었다. 문화적 권력의 박탈을 미화하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개인의 그 어떤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 얼핏 낭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실제적인 폭력, 강제적인 퇴거, 그리고 공민권의 박탈을 낳는다면, 그것은 그다지 매력적인 일이 될 수 없다. (중략) 우리는 유배라는 주제를 오늘의 교회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오늘의 교회에 유배라는 주제를 적용하는 것이 적법한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그 주제가 결코 성서 시대의 하나님의 백성에게 새로운 주제가 아니라는 사실로부터 나온다." (<유배된 교회>, 33~34쪽)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하나님은 소수자의 하나님이었다. 이들은 소수자로서 자기 믿음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다 출애굽했고, 가나안에 정착했다가 바벨론 포로기를 거쳐 페르시아·그리스·로마 지배하에 있었다. 예수께서도 공생애 동안 주변부에 주목했으며, 초대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유배된 교회> / 리 비치 지음 / 김광남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 352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유배 상황은 하나님의 실존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며 '하나님은 살아 계신가' 하는, 정체성과 소명을 뒤흔드는 질문을 쏟아 냈다.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교회는 자기 위치를 지키며 주변부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했다. 유배로부터의 회복과 귀환이 빠른 시일 내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믿음과 거룩의 문제를 더 깊이 숙고하고 해석해야 했다. 새로운 신앙 이해와 실천이 요구됐다.

<유배된 교회>는 오늘날 교회가 '유배된 교회'로서 어떻게 교회다움을 보여 줘야 하는지를 풀어낸다.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들과 가나안 교인 등 교회를 등진 신앙인이 적지 않고, 서구를 따라 점점 사회와의 괴리가 커지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귀 기울여 볼 만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구약성서가 전하는 바 우리의 조상들이 기울였던 노력은 우리 자신의 성찰을 위한 원형을 제공한다. 우리가 앞 장들에서 살펴보았듯이, 그들의 대응법은 기독교적 유배자들인 오늘의 우리들을 계속해서 이끌어 갈 수 있다. 대응 신학에서 발견되는 희망의 특별한 측면들,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갱신된 정체성, 그리고 선교하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소명에 대한 재각성 등은 그것들이 과거에 이스라엘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오늘날 교회의 삶에도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340쪽)

교회는 희망이 될 수 있는가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하나님나라 식민지' 정체성 붙들어야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은 기독교윤리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설교자 윌리엄 윌리몬이 함께 쓴 책이다.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가 '해설의 글'에서 지적하다시피, 하우어워스는 <타임>지에서 2001년 '미국 최고의 신학자'로, 윌리엄 윌리몬은 베일러대학교에서 1996년 '영어권의 최고 설교자 12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책 부제는 '이 땅에서 그분의 교회로 살아가는 길'이다. 두 저자는 머리말에서 "교회는 식민지이며, 타 문화의 한가운데 있는 문화의 섬"이며 "우리는 우리가 속한 문화가 어떤 것이든지 그곳에서 나그네 된 거류민의 신분"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계몽주의·제국주의·자본주의·개인주의·실용주의 등이 점철된 현실 가운데 교회 공동체가 희망이라고 말하면서 기독교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유배된 교회>와 마찬가지로, 교회와 세상을 하나로 묶었던 콘스탄티누스적 세계관이 쇠퇴한 오늘날 서구의 현실을 '기회'라고 말한다.

이 책의 인식은 빌립보서 3장 20절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라는 말씀에 근거하고 있다. 저자들은 교회와 문화의 관계를 돌아보며 교회가 '하나님나라 식민지',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정체성으로 이 땅에서 교회다움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독교는 새로운 이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기독교는 나그네 된 백성, 곧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을 알기에 차별화된 백성이 되어 살라는 초청이다. 바르게 산다는 것은, 바르게 생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도전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도전은 지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다. 즉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에 일어난 큰 변화에 동조해 사는 새 백성을 세우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43쪽)

"복음에 참여하라는 요청은 나그네 된 백성이 되고, 대항 문화 사건에 참여하고, 교회라는 이름의 새 폴리스에 가입하라는 신나는 초청이다. 복음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문제는, 믿음의 옛 체계를 어떻게 하면 현대의 믿음 체계들과 조화시킬 수 있느냐를 다루는 지적 딜레마가 아니다. 예수가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보여 주는 이야기에 의해 세워진 낯선 공동체에 어떻게 충성할 것인가 하는 정치적 딜레마다." (51쪽)

저자들이 말하는 교회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만 안주하지 않고 나그네로서 정치·사회·문화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유지한다. 불신앙의 사회에서 모험을 감행하는 공동체다. 현실 너머 '하나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종말론적이고 혁명적인 공동체로 이 땅을 살아 내는 것이 교회의 독특한 정체성이다. 이 책은 정체성을 잃어버린 교회를 뼈아프게 성찰한다. 교회가 세상 가운데서 하나님나라를 뜨겁게 소망하며 정체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도전한다.

"우리의 성경 이야기는 교회에게 방어적 태도가 아니라 공격적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이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자원과 고뇌, 은사, 탄식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며, 하나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것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고착된 질서 속으로 개입하시는 행위 중 최고의 것이 예수 그리스도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은 '자기 자리 안에 머물기를' 거부하신다. 식민지의 핵심적 메시지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식민지는 전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도구가 될 때에만 의미가 있게 된다. 식민지는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다스리고 심판하시는 데 사용하는 핵심 수단이다." (80쪽)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 스탠리 하우어워스, 윌리엄 윌리몬 지음 /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276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은 2008년 처음 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1989년 나온 원서가 25주년 기념 증보판을 내면서, 한국에서도 2018년 9월 개정 증보판이 출간됐다. 개정 증보판에는 서문과 후기가 추가됐다. 서문은 윌리엄 윌리몬이, 후기는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썼다. 25년간 이 책을 향해 어떤 비판과 평가가 오갔는지, 그런 비판과 평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정리돼 있다. 이 책을 다뤘던 다른 책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함께 읽어도 좋겠다.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이 지금까지 그리스도인들을 도와서 우리가 '거류민'인 동시에 '나그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면, 앞으로도 이 책이 계속 출간되기를 월리엄과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대한다. (중략)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님의 교회를 버리지 않으실 것을 믿으며, 그래서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이 희망의 책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심판 아래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심판은 그 자체가 희망의 징표다.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에 대해 한마디 더 한다면, 간단히 말해 '우리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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