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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성애 교인들 인천 퀴어 축제 방해는 증오 범죄"
한국 사회 '증오 범죄' 토론회 "경찰 안일한 대처가 범죄 키워"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1.24 17:38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지난해 9월 8일 동인천광장에서 열린 제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는 폭력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반동성애'를 외치는 기독교인들은 수를 과시하며 물리적으로 참가자들을 몰아붙였다. 광장 곳곳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참가자들을 고립시키는 등 몸싸움이 지속됐다. 사랑의 종교를 믿는다는 기독교인들은 참가자들을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성희롱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반동성애 기독교인들은 퀴어 문화 축제 개최가 무산됐다고 기뻐했다. 현장에 있었던 지역 목회자 몇몇은 "동성애 음란 축제가 인천에서는 열리지 못했다"며 소셜미디어에 관련 소식을 퍼 날랐다. 여러 언론은 당시 인천의 상황을 이해관계가 다른 두 집단의 '갈등', '마찰'로 표현했다. 동성애 집회를 개최하려 했는데 일부 기독교인의 반대로 열리지 못했다는 정도로 언급한 기사가 많았다.

하지만 그날 반동성애 집단의 행위는 '증오 범죄'로 봐야 한다는 토론회가 열렸다. 인천 퀴어 축제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 증오 범죄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회는 1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인천퀴어문화축제비상대책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50여 명이 참석했다.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발생한 일이 왜 '증오 범죄'이고,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논하는 토론회가 1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정미 대표(정의당)는 특정 집단을 향한 증오 범죄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증오 범죄는 특정인을 향한 범죄가 아니라 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특정 집단 전체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각한 범죄다. 예전에는 생각의 다름 정도로 여기고 넘어갔는데, 이제는 사회 시스템 전체를 추슬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들은 모두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일이 소수자 집단을 향한 조직적이고 집단적 폭력이라는 데 동의했다. 당시 행사 진행을 이끌었던 이혜연 위원(인천퀴어문화축제비상대책위원회)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반동성애 세력의 방해 공작이 이어졌다고 했다. 이 위원은 "당시 반대 진영은 동성애 집회가 열리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야말로 혐오가 범죄의 원인이 되는 증오 범죄"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면 반동성애 진영이 맞불 집회를 열기는 하지만,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는 일은 드물다. 인천은 달랐다. 이혜연 위원은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로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꼽았다. 반대 측은 행사 개최를 막기 위해 온갖 범죄를 저질렀고, 가해자를 특정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범죄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고, 행진 때 수적으로 열세한 축제 참가자들을 보호하지도 않았다.

'증오 범죄'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은 축제 후 참가자들의 정신 건강을 염려해 참가자 폭력 피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연구팀 주승섭 연구원은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에 참가자 305명의 응답을 수집했으며, 축제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생생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우울감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참가자들은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경찰의 무능력함을 지적했다. 이들은 그날의 일이 인천 동구청, 인천지방경찰청 등 국가권력의 묵인하에 발생한 폭력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응답자 중 87.9%인 268명은 인천동구청장이, 80.7%는 인천지방경찰청장에게 폭력 사태의 책임이 돌아가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도 간간이 성소수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있었다. 하지만 인천은 범죄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집단'이었다. 이종걸 집행위원(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 이 같은 증오 범죄를 겪은 피해자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만든 그 특성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언제 또다시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더 무기력하고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정미 대표(정의당)는 "증오 범죄가 특정 집단 전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류민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집단으로 발생하는 증오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류 변호사는 "증오 범죄는 동기가 무엇인가에 따라 정의할 수 있다. 같은 범죄라도 소수자 집단을 향한 증오가 동기라면 가중처벌이 가능하도록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이 부분을 점검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추지현 교수(서울대)는 사후 처벌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경찰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증오 범죄를 행하는 이들은 공무 집행을 방해하고, 피해자들을 모욕하거나 성희롱하고, 강제로 추행까지 했음에도 이런 죄는 다뤄지지도 않았다. 현장에서 경찰의 공권력 집행이 평등했는지 명확하게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증오 범죄 혹은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을 완화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장종인 사무국장(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은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이 시행되기 전과 후를 놓고 보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접수한 장애 차별 사건 수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했다. 장차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전체 차별 건수 중 장애 차별 사건이 15.3%였던 반면, 시행 이후에는 전체 사건의 53.9%를 차지했다.

장종인 사무국장은 장차법이 제정됐다고 해서 모든 차별이 시정된 것은 아니고, 강력한 규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차별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다는 점에서 관련 법 유무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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