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첫해 주일 최 목사는 설교에서 "목사도 곧 인간이기 때문에 목사만 바라보다
가는 믿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우린 그런거 안해요"

자양교회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최대준 목사(60)에게 건 전화에 대한 답이다. 최 목사 본인 대신 전화를 받은 사모는 오직 이 말만 반복했다. 교회를 통한 인터뷰 요청도 역시 회신을 받지 못했다.

자양교회 중진 장로들과 인터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오직 정연택 수석 장로와 몇 차례 전화와 만남을 가졌으나 정 장로 역시 공식적인 인터뷰는 한사코 사양했다.    

최 목사의 의견을 듣지 못한 채 기사가 나간 이후인 1월 6일, 사전 연락 없이 불쑥 자양교회를 찾아간 후에야 비로소 예배 후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최대준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최 목사의 아들이 졸업장을 갖고 귀국해, 풀러신학교 졸업일자와 관련된 의혹을 풀어보겠다는 것이 최 목사를 만난 가장 중요한 이유다.

최 목사는 "목사에게서 가장 큰 약점은 아들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다"라는 말을 꺼냈다. 이 얘기는 최 목사가 아들 유학자금을 문제삼은 이들을 '자신을 교회에서 내 몰고 교회를 장악하는 세력'으로 여긴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사실 정 장로도 5인의 교인들의 수년에 걸쳐 당회를 상대로 벌이는 끈질긴 투쟁(?)은 곧 "자신들 맘대로 교회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교권 다툼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겨우 5명으로 어떻게 교회를 장악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주장에 대해 어이없어 하고 있다.

최 목사는 또 "졸업장을 보여준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졸업일자에 대한 의혹이 풀리면 또 다른 문제를 들고나올 것이 뻔하다"고 밝혔다. 결국 최 목사의 아들 최성은씨의 풀러신학교 졸업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단지 자양교회 영적 지도자인 최 목사의 인품과 신심에 기대, 그를 향한 의혹은 단지 의혹에 그칠 뿐이라고 믿어야 했다.

문제의 졸업장은 당회에서도 공개되지 않았으며, 최근 제직회 에서도 정 장로가 "나는 목사님을 믿는다"며 "의혹을 가진 교인들은 와서 직접 확인하라"는 말로 덮어 버렸다.  

그러나 2002년 첫해 주일 최 목사는 설교에서 "목사도 곧 인간이기 때문에 목사만 바라보다가는 믿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혹시 이 설교 내용과 같은 잣대를 최 목사가 자신에게 적용한다면 현 자양교회 사태는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양교회 사태는 이제 5명의 교인들이 어떤 의혹을 제기하건 말건 이들에 대해 더욱 강력한 징계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양교회 당회는 이들에 대한 조사위원회와 기소위원회 및 재판국 등을 이미 구성해 놓고 있다. 이들이 교인들에게 두차례 살포한 '최대준 목사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문제제기 등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김인성씨 등은 당회의 이 같은 움직임과 노회나 총회의 판결과 관계없이 자신들이 옳다는 주장을 결코 굽히지 않을 태세다. 따라서 이제 자양교회 사태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법정에까지 확산될 수순을 밟고 있다.

▲김인성씨 ⓒ뉴스앤조이 이승균
김인성씨는 "교회의 판결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고 말하고 "교회법이 이지경이라면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항변은 그냥 무시해 버리기에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들이 존재한다.

우선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서울노회와 총회 재판국은 △김인성 △유장석 △최완형 △김충호 △허은 등 5명의 자양교회 교인들에게 '기독교인으로서 심히 부도덕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없다'면서도 '김인성 유장석 정직 3년', '최완형 김충호 허은 수찬정지 3년'을 구형했다.

김인성씨 등은 이 판결은 언뜻 보아도 모순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자문결과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실제 자양교회 당회가 이들을 고소한 가장 주된 이유는 '김인성씨 등이 기독교인으로서 심히 부도덕'하기 때문이다.

당회 고소장에서 밝힌 이들의 부도덕한 사유는 △당회와 당회장을 허위로 범죄자로 고소 △허위사실을 유포해 당회원과 당회장의 명예 훼손 △공동의회 결의 전면 부정 △아무 증거도 없이 당회록 절취했다고 단정 △봉사직 임명 보류에 불만 품고 다시 고소하는 등 당회의 고유권한에 도전  △항존직 선거에서 공천후보 탈락을 이유로 선거무효 소송 제기 등이다. 즉 상습적인 고소와 파렴치한 행위를 남발해 교회의 신성한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노회와 총회 재판국은 이런 당회의 고소사유에 대해 '부도덕한 행위를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곧 재판국이 당회의 여러 가지 고소사유 중에 제대로 된 1가지 사실만 발견했어도 이런 얘기를 명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로 당회 고소사유 중에 사실과 다르거나 '아전인수'격의 과장된 주장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당시 판결을 내렸던 서울노회 재판국장 김태복 목사는 "총회 헌법은 심히 부도덕한 사유에 대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된 조항을 찾기 힘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형량을 구형한 것은 "당회를 상대로 고소를 계속하는 것이 교회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의 설명은 서울노회 판결이 교회법에 명시된 범죄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기 보다 당회의 주장에 기울어진 판결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즉 김인성씨가 "죄가 성립이 안되는데도 책벌을 내린 재판국 판결은 법의 지배보다는 사람의 지배에 의한 부당한 판결이다"는 주장은 억지처럼 보이지 않는다.

또 김인성씨 등은 자양교회 사태의 출발점이 되었던 1999년 항존직 선거 불법성 문제는 언제가는 깨끗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회 재판국이 이 소송에 대해 명확한 판결을 내리는 대신 절차 문제로 기각했기 때문에 불법성 여부에 대한 교회 내 논란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노회가 재판국 대신 기소위원회를 조직해 이 사건을 처리한 것은 또 다른 불법을 조장했다는 측면에서 재판의 공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즉 2심인 노회에서 또 다시 기소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중대한 재판절차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자양교회 모 장로도 솔직하게 '서울노회 기소위원회 설치는 잘못된 것이다'고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5인의 교인들은 교회법과 교회 재판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문제를 제기한 △항존직 선거법 위반 △회원 점명 문제 △당회록 절취 △교회 직분 박탈 △담임목사 자녀 학자금 투명성 문제 등에 대해 교회 재판국과 당회 그리고 최대준 목사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하나 법과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인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는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고 고백한다.

1월 6일 주일예배 후 만난 최대준 목사는 무척이나 은혜스럽고 자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목회자의 풍모를 갖고 있었다. 정연택 수석장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3000명이 출석하는 자양교회 사태는 이제 '인품'과 '믿음'으로 풀 수 있는 단계는 훌쩍 넘어섰다.

당회는 당초 이들에게 무기한 수찬정지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기독교인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와 의무를 영원토록 상실한 채 방치해버리겠다는 가혹한 징계다.

법을 '법이요'라고 외치고, 학자금에 대한 영수증과 졸업장 공개 등을 포함한 교회 운영과 재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5인의 외침은 자양교회의 높은 교권의 울타리와 '은혜'라는 방패 속에서 '교회 장악음모'라는 멍에를 벗지 못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서울노회와 총회 재판국은 △김인성 △유장석 △최완형
△김충호 △허은 등 5명의 자양교회 교인들에게 '기독교인으로서 심히 부도덕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없다'면서도 '김인성 유장석 정직 3년', '최완형 김충호 허은 수찬정지 3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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