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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준, 과거에도 치료 빙자해 내담자 성희롱
[인터뷰] 가정사 때문에 우울증 겪은 A "내 상태 악용…다른 피해자도 비슷할 것"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1.09 10:50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내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세준 대표(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는 지인들에게 성관계가 일종의 치료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내담자의 심리적 억압이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김 대표는 과거에도 똑같은 수법으로 내담자에게 접근했다. 치료를 빙자해 성폭력을 자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3년 전 김세준 대표에게 상담을 받은 A는, 당시 김 대표가 여러 차례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전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녹음 파일에는, 김 대표와 A가 통화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죄책감이나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며, 성적인 이야기를 꺼내고 A에게 성기 부위를 직접 만져 보라고 지시했다.

A는 지난해 9월 김세준 대표가 성폭행 혐의로 입건됐다는 소식을 <뉴스앤조이>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처음 든 생각은 '터질 게 터졌다'였다. 그는 김 대표가 자신에게 수시로 성 경험을 묻고 급기야는 성관계까지 부추기는 모습을 보고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1월 7일 A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집안 문제로 심한 우울증
김세준 대표에게 상담 치료로 회복
"날 살려 줄 수 있는 사람이라 믿었는데
'무료 상담' 명목으로 계속 연락"

김세준 대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016년 여름, A의 집안에 어려운 일이 닥쳤다. 이 때문에 심한 우울증을 앓은 A는 이따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사정을 알게 된 지인이 한 상담 치료 과정을 소개해 줬다. 김세준 대표가 운영하는 드라마 치료 프로그램이었다.

3박 4일간 숙박하며 진행하는 과정이었다. A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신의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참가자들과 함께 드라마 연기를 하고 나면, 자기 안에 고여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A는 "상담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김세준 대표를 더욱 신뢰했다. 정말 힘들었던 그 순간에 나를 살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는 전문가였으니까, 어떤 말을 해도 다 수용하고 따라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A의 신뢰를 김세준 대표는 오히려 이용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며칠 뒤, A는 김 대표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A가 완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수수료 없이 상담을 계속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마음을 써 주는 김 대표가 고마웠다. 그날 이후, A는 김 대표에게 매일같이 전화와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했다.

'너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
'시키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느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대화,
A "김 대표가 성적 접촉 시도"

상담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가자, A는 조금씩 김세준 대표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A는 "김 대표가 가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렇게 해 줬는데 너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 '내가 시키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느냐. 스트립쇼 같은 거라도 말이다'라고. 처음에는 멀쩡히 대화하다 왜 이런 얘기를 꺼내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9월 A와 김세준 대표의 통화 내용을 들어 보면, 김 대표는 A에게 죄책감이나 우울감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며 성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A에게 성기 부위를 직접 만져 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A가 혼란스러워하며 이를 거부하자, 김 대표는 "좋아하면 해 보는 거고, 싫으면 안 해 보는 거고, 그리고 도전해 보는 거고. 그러면서 네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할 거 아니냐"고 타일렀다.

A의 성관계 경험도 물었다. A가 지시를 따르지 않고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자, 김 대표는 "너는 관계에 억눌려 있다", "너는 누구를 좋아할 애가 못 된다. 다 실패하게 되어 있다. 주체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세준 대표는 성관계를 종용하기도 했다. 그는 A가 가까운 기간에 서울에 온다는 말을 듣자, 숙박 시설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A는 지인의 집에 머물 거라고 했다. 김 대표는 다짜고짜 그건 안 된다며 시키는 대로 하라고 강요했다.

이어 그는 "남녀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성적인 것들이 항상 걸린다. 내가 너하고 연애하는 것도 아니지만, 딱 그것을 넘겨 버리면 그다음부터 얘기가 나오게 된다. 네가 어차피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면, 너 자신을 알기 위해서 시도해 보고 재밌게 살아 보고 네 앞으로 갈 길 가고 그러면 된다"고 말했다.

이후 A는 며칠 뒤 실제로 서울에서 상담을 받기 위해 김세준 대표를 만났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울 서초구에서 김 대표 차를 타고 한적한 동네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A는 어떤 말을 해도 김 대표가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김 대표는 어디서 잘 거냐고 물었다. A는 친구 집에서 잘 거라고 했다. 그러자 김 대표가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자신을 두고 갑자기 혼자 차를 끌고 가 버렸다고 했다.

A는 "그 순간 기분이 멍했다. 내가 그동안 이 사람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김 대표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에도 김 대표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계속 왔지만, A는 모든 연락을 끊었다.

A는 김세준 대표가 상담할 때마다 성적인 이야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A는 충격과 배신감에 힘들어했다. 전문 상담가인 김세준 대표를 진심으로 의지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우울증과 상처에서 회복하고 싶었는데, 김 대표가 이런 상황을 악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성적인 이야기를 물을 때 거부감이 들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대화에 끌려갔다고 했다. A는 "이건 진짜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본심과 달리 상황에 끌려가는 내가 너무 싫었다. 만약 선을 넘었다면 정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A가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 응한 건, 현재 김 대표와 소송 중인 다른 피해자를 어떻게든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김 대표가 다른 피해자들에게 똑같은 수법으로 접근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검찰에서는 '서로 합의해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다고 들었다"며 "나는 나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일이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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