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사진 왼쪽)와 김무성 의원은 12월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사랑제일교회 영상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문재인 퇴진 총궐기를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보수 대통합'을 노리고 있다. 사분오열된 보수 정당을 하나로 묶은 다음 2020년 21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에 압승을 가져다주겠다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해 11월 17일, 여러 분파로 흩어져 있던 태극기 부대를 한데 모아 '문재인 대통령 퇴진 총궐기'를 개최했다. 이날 이후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전 목사 측은 "태극기 부대들이 먼저 집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했다. 애당초 전 목사는 집회할 생각이 없었지만, 요청에 못 이겨 나섰다는 것이다.

태극기 부대뿐만 아니라 보수 우파 진영 정치인들도 전 목사와 함께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송영선 전 의원(친박연대)에 이어,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자유한국당)도 손을 잡았다. 김 의원은 12월 30일 일요일 사랑제일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김무성 의원은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엄기호 대표회장)와 사이가 가까웠다. 정치적 위기를 겪을 때는 한기총 원로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극우 세력에게 '탄핵 주동자'로 낙인찍힌 최근에도 길자연·지덕·이용규 목사 등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전광훈 목사도 있었다. 전 목사는 고충을 털어놓는 김 의원에게 신앙생활을 해 보라며 전도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사랑제일교회에 등록했고, 3주째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과의 대담에서, 전광훈 목사는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사실상 김무성 의원이 주동자로 지목된 '탄핵 책임론'을 벗겨 주는 자리였다. 전 목사는 "오늘날 좌파 정부가 들어선 것은 김무성 의원이 주도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거짓말이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앉아 있던 김 의원을 강단으로 불렀다. 김 의원은 신발을 벗고 강단에 올라가 전 목사 옆에 섰다.

전 목사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묻자, 김 의원은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국군이 저항하는 시민에게 총을 쏘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민주화 투쟁을 시작하다가 정치에 입문했다"고 했다.

20대 총선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공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바람에 패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도입한 상향식 공천 제도를 밀어붙였으면 최소 180석은 확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순실 사태'가 터졌어도 원만히 수습하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총선 이후 유승민 의원(바른미래당) 등 탈당파 의원 7명을 복당시켰으면 국회의장도 새누리당이 차지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탄핵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리하면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자초한 것이지, 김 의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는 "이건 단지 한 사람의 억울함이 아니다. 역사가 거짓에 서면 나라가 망한다. 우리가 빨리 예수 한국, 복음 통일을 해내려면 대한민국 국민을 거짓으로부터 건져 내야 한다. 탄핵이 김무성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건 거짓이다"라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와 김무성 의원이 나눈 대화 영상은 인터넷에 퍼졌다. 이 영상은 보통의 기독교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듦과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일부 극우 진영도 반발하게 했다. 이들은 "보수 우파 세력을 분열하려는 의구심이 든다", "정치 모리배", "가짜 선지자",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넘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근혜 버려야 차기 총선서 승리
나라가 '사교 집단'에 넘어가,
문재인 정부 탄핵해야"
순교 강조하며 본회퍼 빗대기도

전광훈 목사는 "종북 정권을 막기 위해서는 차기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압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전광훈 목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 목사는 '기독 정당'을 국회에 진출시키기 위해 16년간 노력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 전 목사가 이번에는 오랫동안 지지해 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대통합' 추진에 나섰다. 전 목사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1월 8일 경기도 광주 실촌수양관에서 전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전광훈 목사는 보수 대통합을 이뤄야 할 명분을 문재인 정부에서 찾았다. 현 정부가 지구촌에서 증명되지 않은 '소득 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바람에 국가가 재앙적 수준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친북 정책으로 한미 동맹도 삐걱대고 있다고 했다. 당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보수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박근혜를 버려야 차기 총선에서 200석 이상 차지할 수 있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의 입장과 관련해 일부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 지지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선 긋느냐", "살겠다고 정치 재편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전 목사는 "반발하는 태극기 부대는 이해가 짧은 거다. 세포가 단세포다. 내가 왜 보수 우파를 분열하겠는가. 지금 종북 정권을 막는 길은 대통합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탄핵 무효' 외칠 때가 아니다. 다음 총선에서 이겨야 박근혜를 석방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태극기 부대들 지난 2년간 뭐 했는가. '탄핵은 무효다, 석방하라'는 주장만 하고 있다. 박근혜를 등에 업고 선거를 치르면 100% 진다. 당장 억울하더라도 보수가 대통합을 먼저 이뤄야 한다. 유승민뿐만 아니라 안철수, 나아가 손학규까지 다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중국의 모택동과 장개석을 보라. 정치적으로 라이벌이지만, 둘이 힘을 합쳐 일본군을 물리치지 않았는가. 지금 종북 정부가 들어섰으니 일단 힘을 합쳐 쳐내야 한다. 보수 우파는 전부 하나가 돼서 대한민국을 세우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는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문재인 퇴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광훈 목사는 자신을 보수·우파로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를 종북 정권으로 규정하고, '민간인 사찰' 등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의 의식은 반공의 궤를 맴돌았다.

기자가 반공 프레임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하자, 전 목사는 "깊게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사파는 일반 좌파나 진보적 개념과 거리가 멀다며 '사교 집단'이라고 했다. 이 사교 집단이 남한을 먹었으니 교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했다. 전 목사는 "선동가에게 빠지면 나라가 망한다. 독일 신학자 본회퍼가 히틀러에 저항하다가 순교한 것처럼, 나도 순교할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막말 대잔치'였던 지난해 11월 문재인 퇴진 총궐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 목사는 "연사들이 10명 가까이 나오는데, 원고를 내가 미리 받아보는 것도 아니다. 즉흥적으로 발언을 하다 보니까…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발언들도 나왔다. 그 발언들이 내 생각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전 목사가 '젊은 스타 목사'라고 추어올린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 이야기도 짧게 언급했다. 주요 교단의 이단 결의와 관계없이, 자신이 봤을 때 변 목사는 이단성이 없다면서 계속 품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

전광훈 목사는 보수 대통합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게 곧 애국 운동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했다. 기독자유당은 어떻게 되느냐는 말에, 전 목사는 "앞으로 고영일 변호사(법무법인 추양 가을햇살)가 이끌어 나갈 것이다. 동성애, 차별금지법, 이슬람을 막기 위해서는 기독자유당을 존속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는 자신이 정부를 상대로 투쟁할 정도로 깨끗하다고 강변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대형 교회 목사들이 정부한테 잡혀 꼼짝을 못 하고 있다. 우리처럼 재정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만 나서고 있다. 누구는 흙탕물 안 튀기려고, 인터넷 댓글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데,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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