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가 1월 2일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덕과 성품 The Chareater of Virtue>을 펴냈습니다. 하우어워스가 친구 새뮤얼 웰스의 아들 로런스의 대부 역할을 하며 보낸 편지들을 묶은 책입니다. 이 글은 듀크대 온라인 잡지 <믿음과리더십 Faith & Leadership이 2018년 4월, 이 책과 관련해 하우어워스를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번역은 <덕과 성품> 번역자 홍종락 번역가가 했습니다. - 편집자 주

신학자 하우어워스가 덕과 성품에 대해 쓴 서간집이 새로 나왔다. 친구 새뮤얼과 조 베일리 웰스 부부의 아들이자 그의 대자代子인 로런스 베일리 웰스에게 매년 보낸 편지들을 엮은 신간에 관해 하우어워스가 말한다.

2002년 새뮤얼 웰스와 조 베일리 웰스 부부가 첫째 아이 로런스를 낳았을 때, 그들은 누가 아들의 대부가 되어야 할지 이미 마음을 정해 놓고 있었다. 1990년대 초부터 알고 지내 온 친구 스탠리 하우어워스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영국에 살면서 성공회 사제로 섬기고 있었고, 하우어워스는 6400km 넘게 떨어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부모는 대부에게 한 가지를 요청했다. 로런스가 세례받는 날을 시작으로, 매년 아이의 인생 단계에 맞는 특정한 덕(Virtue)을 권하는 편지를 한 통씩 써 달라는 것이었다.

듀크대학교 길버트 로우 신학·법학 명예교수인 하우어워스는 요청대로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5년 동안, 자비와 진실함부터 너그러움과 믿음에 이르기까지 매년 하나의 덕을 권하는 편지를 써 보냈다. 그 편지들을 묶어 탄생한 새 책 <The Chareater of Virtue>가 이번 주 윌리엄 B. 에드먼 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2019년 1월 <덕과 성품> (IVP)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번역자 주)

새뮤얼 웰스와 조 베일리 웰스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듀크대학교 교직원으로 일했다. 새뮤얼은 듀크대 예배당 교목, 조 베일리는 듀크대 신학부 성공회연구소장이었다. 이후 그들은 영국으로 돌아갔고, 새뮤얼은 런던의 세인트마틴인더필즈교구 신부로, 조 베일리는 영국성공회 주교로 일하고 있다.

하우어워스는 이 책을 두고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덕과 성품에 대해 오래 진행해 온 신학적 사색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어워스는 말했다. "내 연구 활동 전체가 책보다 두껍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겁니다."

서문에서 새뮤얼 웰스는 이 책이 하우어워스의 신학 활동과 어떻게 공명하는지 언급한다. "한마디로, 그는 신학자로 가르쳤던 내용을 대부로서 실천하고 있다." <믿음과리더십>이 하우어워스를 만나, 책과 책에 담긴 '덕'에 관한 내용, 대부로서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내용을 편집하여 싣는다.

<덕과 성품> / 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 홍종락 옮김 / IVP 펴냄 / 216쪽 / 1만 1000원. 사진 제공 IVP

- 이 책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샘과 조 웰스 부부가 첫 아이 로런스(로리)를 가졌을 때, 아이의 대부 중 한 사람이 되어 달라고 부탁해 왔어요. 물론 영광이었지만, 나는 말했죠. "난 엉터리 대부예요.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네요." 

그러자 샘은 이렇게 말했어요. "숙제를 하나 드릴게요. 매년 로리의 세례 기념일에 편지를 써서 아이에게 한 가지 덕을 권해 주는 겁니다." 나는 15년 동안 그렇게 했고, 그 결과로 이 책이 나왔습니다.

- 책을 쓴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 아니군요.

처음에는 그저 할 일을 했어요. 하나의 덕에 관해 7~10쪽 분량의 편지를 썼는데,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웰스 부부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어쩌면 이 편지들을 책으로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우리는 결국 그렇게 했지요.

- 편지를 쓴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처음 편지 몇 통은 '좋아, 난 지금 아기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한 살배기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라고 생각하며 쓰셨을 텐데요. 매해 어떤 식으로 편지를 쓰셨나요.

편지를 쓸 때마다 어떤 덕이 아이의 나이에 어울릴지 생각했어요. 시작은 '자비'로 했어요. 일단 아이들은 잔인하기 때문이고, 잘 생각해 보니 아이가 좀 더 커서 그 편지를 읽으면 자비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 유용하겠다 싶더라고요.

두 번째 편지에서는 '진실함'을 다루었습니다. 당시 로리가 말을 배우고 있었는데, 그때는 거짓말도 함께 배우지 않습니까. 로리를 거짓으로부터 지켜 주고 싶었어요. 이런 식으로 매번 아이의 인생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면과 관련한 덕을 생각해 보려 했습니다.

- 덕에 관해 더 말하기 전에, 교수님과 로런스의 관계에 관해 좀 더 듣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대부가 되어 편지를 쓰기 시작하셨을 때, 웰스 가족은 영국에 살고 있었고 나중에는 이곳 더럼으로 와서 몇 년을 지냈죠.

처음 편지를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내 폴라와 내가 영국에 갈 일이 생기면 그 기회를 이용해 서로를 알아 갔어요. 우리 부부는 매년 아일랜드를 방문하는데, 때로는 영국 본토를 거쳐서 가기도 했지요. 샘은 내 책들을 다룬 책을 썼고 박사 논문도 그에 관해 썼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상황이었어요.

웰스 부부는 내게 아이의 대부가 되어 달라고 청했고, 나는 이러저러한 방문을 기회 삼아 로리가 어떤 아이인지 파악해 보려 했어요. 그러다 웰스 부부가 듀크대학교 예배당과 신학부에서 직책을 맡기 위해 (미국으로) 이사를 왔고, 우리는 서로를 아주 잘 알게 되었지요. 덕분에 나는 로리를 가까이서 지켜보았습니다.

로리와 내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나는 일흔일곱의 노인이에요. 로리는 열다섯, 열여섯이고요. 우리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가 될 거라 생각하면 어리석지요. 우리는 다 함께 모여 식사한다거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우리 관계는 현재 그 정도 상태예요. 로리가 더 크고 내가 (나이가 더 들어서) 죽으면, 로리는 우리 관계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쉽지만 나로선 알 수가 없네요.

- 책은 매년 한 통씩 쓴 편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 편지는 2002년 10월, 로리가 세례받는 날짜에 맞춰서 썼고, 이후 한 해에 한 가지씩 열네 가지 덕을 다루다가 성품에 대한 편지로 끝을 맺고 있어요. 첫 번째 덕인 '자비'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세요.

나는 각각의 덕을 신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싶었어요. 나는 우리 하나님이 자비하시다고 생각해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자비이십니다.

대부분은 자비보다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쓸 거예요. 자비는 사랑을 분명히 포함하는 근본적 존재 방식이에요. 하지만 자비는 우리가 서로에게 상당히 잔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태도, 자비롭게 대접받는 일은 선물임을 인정하는 태도이기도 해요. 나는 자비의 덕으로 이 부분을 분명히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아이들이 잔인하다고 한 말은, 아이들이 잔인하게 구는 데 도가 텄다는 뜻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당장 갖고 싶어 한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정말로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당장 갖고 싶어 해요.'

저자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듀크대 신학·법학 명예교수다. 사진 출처 플리커

- 가장 중요한 덕은 무엇일까요?

그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 책에서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나에게는 인내의 덕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사실입니다. 인내가 가장 중요한 덕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려움 앞에서 기다리는 법을 알아내겠다는 그리스도인의 다짐을 끌어내는 종말론적 덕으로서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인내는 결국 폭력적인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이 평화롭게 살겠다고 다짐하게 만듭니다.

- 교수님이 책에서 다루시는 다양한 덕은 서로 어떻게 이어지고 어우러집니까.

이 책을 통해 여러 덕의 개별화에 관해 말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이름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말할 수 있었죠.

그리고 이 덕들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에게 용기가 생긴다면 그 용기는 절제를 필요로 합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 연관 지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아주 이해하기 쉽습니다. 덕의 윤리나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 등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상당한 지적 판단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개념적 관심사를 갖고 이 책을 집어 든 사람들도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대부모가 되려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누구나 읽어 보고 싶을 만한 덕에 관한 입문서인 것 같아요. 성품 형성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그렇죠. 성품 형성을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은 '이것을 하라'는 식으로 성품 형성을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먹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만들어 내는 삶의 특성 자체가 덕의 습관을 갖게 하는 자원이라고 말하지요. 몸은 여러 면에서 우리를 덕의 삶으로 끌어들입니다.

- 이 책의 마지막 편지를 2017년 1월 31일에 쓰셨고, 여기에서 '성품'을 다룹니다. 이 편지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나는 '성품과 신학적 윤리학의 문제'(Character and the Problem of Theological Ethics)라는 박사 논문을 쓰는 것으로 학자로서의 삶을 시작했고, 이후 50년 동안 덕과 성품에 관한 글을 썼어요. 그렇지만 이 책 마지막 장에 여전히 성품이 무엇인지 안다는 확신이 없다고 적었지요. 

샘은 내게 '성품은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우리가 하는 행동'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일리 있는 말이지요. 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성품에는 결과에 개의치 않고 참된 삶을 살아 내겠다는 불굴의 정신이 담겨 있어요. 나는 성품에 관해 이런 식으로 쓰려고 시도했습니다.

<덕과 성품>은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자신의 대자 로런스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책이다. 사진 제공 IVP

- 2002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의 편지들은 시간의 경과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라크 전쟁, 경제 불황, 오바마 대통령 당선 등 편지를 쓸 당시의 사안들이 자주 언급되거든요. 그 편지들이 다루는 덕은 그 시기와 지금 이 순간에 대해 무슨 말을 해 줄까요.

로리에게 우리가 역사 속 어디쯤 있는지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역사 속 우리 위치를 말할 수 있으면, 특정한 덕이 그 시기에 왜 필요한지 말할 수 있거든요. 로리가 시대에 필요한 시의적절한 인물이 되도록 돕고 싶었어요. 

그것은 아주 의도적 선택이었죠. 짧은 단락 하나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우리는 바로 여기에 있어. 나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헤쳐 나가기 위해 이것을 시도하고 있지." 삶의 우연적 특성과 우리가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 교수님 개인적으로는 어떠십니까. 첫 번째 편지를 쓰셨을 때 예순둘이셨고, 지금은 일흔일곱이십니다. 이 생각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죽음이지요.

- 첫 번째 편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이제 60대란다. 죽음에 관해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지." (실제로 출간된 책에 이 문장은 편집되어 실려 있지 않다 -필자 주)

그렇습니다. 죽음이 내게도 더 이상 '이론적 가능성'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죽음을 생각하면 내 삶에서 지속성 있는 것을 떠올리게 되고, 웰스 가족과 우리 부부가 누린 훌륭한 우정이 떠올라요. 너무나 멋진 우정입니다. 웰스 가족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 이 책에 교수님의 저작을 다시 다루거나 요약하는 면이 있다면 어느 정도나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교수님의 초기 저작은 덕과 덕의 재발견에 대한 내용이었지요.

전에 다룬 것을 다시 다룬다는 느낌도 있고, 늘 해 오던 일을 계속한다는 느낌도 있어요. 내 연구 활동 전체가 이 책보다는 두껍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겁니다.

- 로리의 세례에 맞춰 쓴 첫 번째 편지에서 "너의 대부로서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하나야. 너에게 절대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마"라고 쓰셨어요. 두 번째 편지에서는 진실함에 대해 쓰셨지요. 성품을 다룬 마지막 편지에선 "우리는 공적 생활과 정치에서 진실이 더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접어든 것 같아"라고 하셨고,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한 가지 단순한 권고를 하셨어요.

"거짓말하지 말아라." 이 말은 언제나 자신과의 아주 중요한 약속이었어요. 우리가 거짓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그런 일이 가끔 벌어지기는 하지만, 보통은 거짓이 우리에게 '말'하죠. 거짓이 우리에게 '말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기술을 삶에서 개발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도전입니다. 덕은 그 일부지요.

- 첫 번째 편지에서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나는 네가 어려움 없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 말을 설명해 주신다면.

그리스도인이 진실을 말한다면, 그 삶에는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건 기정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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