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이규학 이사장 체제에서 학내 사태를 겪으면서 오랫동안 분란에 시달린 감리교신학대학교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2017년 10월 김진두 목사가 총장에 취임하면서 정상화 기조에 접어드는가 싶었는데, 그가 취임 1년 2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돌연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김진두 목사는 12월 18일, 21일부로 총장직을 그만두겠다며 갑작스럽게 사표를 제출했다. 표면상으로는 건강 문제와 업무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들었다. 김진두 목사는 집무실에 비치한 본인의 책까지 다 빼는 등 짐 정리까지 마쳤다. 그는 감신대 총동문회장, 감신대 이사로 있을 때부터 수년간 자의 반 타의 반 총장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영등포중앙교회 담임목사직까지 사임하면서 총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에 그의 사직은 갑작스러웠다.

김진두 목사가 사의를 표명하자 황문찬 이사장은 김 목사를 불러 "사전 논의도 없이 사임서를 내면 어떡하느냐"며 사임을 만류했다. 황 이사장은 김진두 목사에게 사임 대신 병가를 신청하라고 했고, 김 목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12월 19일 병가가 승인됐다.

감리교신학대학교가 김진두 목사의 총장직 사퇴와 번복 해프닝으로 혼란에 빠졌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문제는 19일 벌어졌다. 김진두 목사는 병가가 승인되기 직전, 이성림 기획처장을 교무처장으로 발령하고, 교무처장이던 오성주 교수는 학생경건처장으로 보냈다. 학생경건처장이던 장성배 교수는 면 처리한다는 인사 발령을 냈다.

감신대 교수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교수는 "총장이 공석일 경우 관례상 교무처장이 총장직무대행을 하게 되어 있다"면서, 김진두 목사의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이 차기 총장직무대행 선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봤다. 절차상 하자가 있는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의 배경에는 이성림 기획처장을 '총장직무대행'에 앉히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김진두 목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12월 20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어졌다. 회의가 진행되던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김진두 목사는 황문찬 이사장에게 "사표 수리를 속히 해 달라"고 4번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목사가 황 이사장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 내용은 "진정으로 호소한다. 속히 사표를 수리해 달라. 미안하다"였다.

당시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이사는 "김진두 목사의 계속된 의사 표시로, 우리는 그의 사임 의지가 확고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이에 따라 김진두 목사의 총장 사임을 의결하고, 총장직무대행으로 교무처장이었던 오성주 교수를 선출했다.

이사회 후 황문찬 이사장은 "오성주 교무처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고 김진두 목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김 목사는 "감사하다. 수고 많이 했다"고 답했다.

"사직 처리 감사하다"더니 말 바꿔
한 인터넷 매체와 '병상 인터뷰'
"사직서는 '항의성' 차원"

김진두 목사의 갈지자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12월 24일, 이사장에게 학교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26일에는 총장실에 방문해 병가 중 밀린 서류들에 결재한 후 학교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두 목사는 12월 31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식을 주로 다루는 <KMC뉴스>와 '병상 인터뷰'를 했다. 이 매체는 황문찬 이사장이 김진두 목사를 몰아내려 한다며, 이 때문에 교단과 학교 안팎에서 "강한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가 혼란에 빠졌다"는 표현을 수시로 사용해 황 이사장과 오성주 직무대행를 비판해 온 곳이다. 또 감신대 이사이자 협성대 교수인 이후천 이사를 "경쟁사 직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매체와의 인터뷰를 보면, 김진두 목사는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앉아 있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사직서는 교수 채용 재공고 때문에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사회에서 역사신학·조직신학·종교철학 등 5개 분야 교수를 새로 뽑기로 했는데, 1명밖에 충원하지 못했고, 교수 채용을 위한 재공고를 내 달라는 '항의성' 차원에서 사직서를 냈다는 것이다.

병가 승인 직전 이성림 교수를 교무처장에 앉히고 오성주 교수를 학생경건처장으로 보낸 것은 "교수 채용 재공고 때문에 힘들어하기에 (오 교수의) 짐을 덜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학교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본인은 총장으로서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것이며, 연락이 안 될 때는 전결권을 받은 이성림 교수에게 연락해 행정을 처리하라"고 했다.

감신대 교수들은 사임서는 접수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는 판례를 근거로, 김진두 목사는 총장에서 사직 처리되었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2015년 김진두 목사(사진 가운데·당시 이사회 서기)가 이규학 이사장 사표를 접수한 모습. 사진 제공 감신대 방송국

감신 교수 절대다수
"총장 돌아오지 말라"
이사회, 법적 분쟁 고려해 8일 매듭

학내 여론은 김진두 목사와 이성림 기획처장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오성주 총장직무대행은 1월 1일 "나는 김진두 총장의 사퇴와 관련해 일련의 사실관계와 옳고 그름을 법적 이해를 통해 판단하고 있다. 학교법인 이사회와 이사장을 통해 총장직무대행을 수행하게 되었으니 협력해 달라"는 내용으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교수들도 1월 2일 임시 교수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후, 총장 사임과 오성주 총장직무대행 취임이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은 4일 '참석자 일동'으로 공개한 '총장 사퇴 과정 일지' 문건에서, 김 목사는 사임한 것이 맞다고 했다. 설령 종전 제출한 사직서가 병가로 대체되어 무효가 되었다고 치더라도, 12월 20일 이사회 당일 김 목사가 4번이나 사임시켜 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만큼, 사임 의사 표시가 확실하니 되돌릴 수 없다고 봤다.

감신대 교수들은 <사학 기관 업무 편람>과 판례, 법률 자문에 따라 사직서는 접수 직후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진두 목사가 사임 의사를 명백히 철회한 적도 없으며, 사직서는 굳이 문서 형태로 제출하지 않더라도, 구두 표시만으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고 인정한 판례도 있다고 했다.

임시 교수회의에는 정원 23명 중 안식년 및 해외 출타 중인 교수 3명을 제외한 20명 가운데 15명이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교수들은 회의에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성림 기획처장 그리고 그와 뜻을 같이하는 2명 등 3명을 제외하면 17명 중 2명 빼고 전원 참석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회의에 참석한 15명 중에는 김진두 목사를 지지하는 교수들도 있다. 그런데도 이날 임시 회의에 이렇게 많이 참석한 것은 그만큼 지금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신대 교직원들도 4일 기자와 만나 "학교법인에서 오성주 교수가 직무대행이라고 공문이 내려온 이상, 직원들은 이에 근거해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진두 목사가 여전히 총장이라고 인정하는 임상국 교수는 1월 3일 감신대 교수협의회 이름으로 "김진두 목사가 총장임을 확인하며, 다른 총장을 선임해 달라는 특정 교수들의 요구는 감신대를 극도의 혼란으로 몰아넣는 해교 행위"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임상국 교수는 4일 기자와 만나 "별도로 할 말은 없으나, 김진두 목사는 병가 상태이고, 그가 낸 인사 발령도 유효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일 교수회의에 참석한 15명 교수 중 한 명은 "교수협의회는 사실상 임상국 교수 혼자 소속돼 있는 단체다. 15명 중 교수협에 들어간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감신대 이사회는 이 과정에서 향후 발생할 법적 분쟁 등을 고려해 1월 8일 이사회를 열고 이 안건을 명확히 매듭지을 예정이다. 황문찬 이사장은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의 학교 상황은 안타깝다기보다 부끄럽다. 그러나 현재 어떤 생각을 말하기는 어렵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8일 이사회 때 윤곽이 나올 것이니 양해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뉴스앤조이>는 최근 사태에 대한 김진두 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성림 기획처장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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