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변하면서 교회 구성원들의 삶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 결혼한 사람, 이혼한 사람, 사별한 사람, 한 부모 가정 등 교회 공동체에는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함께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목사님이 '정상 가족' 중심 가치관과 삶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며, 결혼과 가정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사랑과 친밀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 가족은 물론 그리스도 안에서 만난 형제 자매와 교회 공동체 등 그분의 사랑과 친밀감을 경험하는 통로는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정상 가족'을 유일한 모델로 삼고, 이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다양한 부류의 싱글들은 교회에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경험하기보다는 소외감을 느끼고, 공동체 일원으로 소속감을 갖기 어렵습니다. 다음과 같은 주희 씨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들을 만합니다.

"교회 목사님들은 왜 결혼만 중요하다고 설교하나요. 교회에서는 결혼을 엄청 중요시하고, 싱글을 걸림돌로 보는 시각이 있어요. 마치 싱글들을 결혼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죠. 싱글을 위험한 여자, 가정을 위협하는 존재, 비정상적이라 보죠. 뭔가 불안전한 사람, 우리가 걱정해 줘야 되는 사람 취급하죠. 결혼하면 다 좋은 걸로 생각하는 흑백논리….

그런데 결혼해서 사는 사람들 다 행복한 것도 아니잖아요. 잘못된 결혼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그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싱글만 문제 삼잖아요. 결혼해서 사는 것만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면, 그럼 싱글로 사는 나는 뭐냐고요. 거기다 얼마 전 어떤 집사님이 싱글인 제 앞에서, 자기 딸이 결혼을 안 해서 하나님께 죄송하다고 그러는 거예요. 정말 어이가 없더라고요. 당신 딸이 결혼 안 한 것이 왜 하나님께 죄송한 이유가 되죠?"

교회 공동체의 결혼 중심적 사고와 싱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이야기입니다. 성서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여성에 대한 차별, 가부장적 사고가 함께 맞물리면서 싱글들을 향한 왜곡된 시각을 만들어 냅니다. 이에 싱글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게 되죠. 지나 씨도 말합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싱글을 배려한다고 말은 하지만,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는 창세기 성경 구절이나, 가정의 중요성 등을 언급할 때마다 소외감을 느껴요. 거기다 대부분의 경우 싱글들이 소수이니, 제 입장에서 보면 교회의 배려가 아쉽죠."

이처럼 싱글들은 교회에서 가족 중심 메시지나 싱글을 차별하는 메시지와 이야기를 접하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점점 교회 주변부로 밀려나 침묵하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교회를 떠나기도 합니다. 목회자와 교회 리더들은 '정상 가족'만 존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류의 싱글들 삶을 배려해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함께 성장하고 신앙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다양한 싱글의 삶을 존중하는 말씀을 전해야 합니다.

심경미 / 여성학을 공부한 싱글 여성이자 목사.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한 후 외국 무역 회사에서 일하다가 20대 후반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2007~2008년 영국 Trinity College in Bristol에서 신학 공부를 했고,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에 진학해 '비혼 여성'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썼다. 장신대 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 일했으며, 2010년부터 2018년 12월까지 신당중앙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겼다.

심경미 목사가 교회 내 싱글과 관련해서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교회와 싱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고자 준비 중인 원고입니다. 일부 내용을 네 차례 게재합니다. 마지막 글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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