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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 김용균법 처리 못 하는 국회 규탄
고 김용균 씨 추모 행동의 날 "청년을 위한 국회·정부 어디 있나"
  • 장명성 기자 (dpxadonai@newsnjoy.or.kr)
  • 승인 2018.12.27 11:40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김용균 씨 시민 분향소.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죽음은 어머니 김미숙 씨를 운동가로 만들었다. 그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아들의 꿈을 이루려 태안부터 대전, 서울에 이르기까지 각지를 오가고 있다.

김미숙 씨는 12월 24일 국회를 찾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만나, '위험 작업 도급 금지'와 '사고 발생 시 원청 처벌 강화' 등을 명시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김미숙 씨는 "말로 하는 건 위로가 안 된다. 사회가 바뀌어서 남아 있는 사람들 목숨 지키는 게 나에게 위로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김용균법 논의는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법안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6일 오전 열린 회의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는 듯했으나, 자유한국당이 원청 기업 처벌 수위에 대한 여론 수렴을 위해 '공개 토론'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김용균 씨 시민 분향소 옆에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본 딴 전신상이 세워져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 씨를 추모하기 위해 청년 단체 16개가 모여 결성한 '청년비정규직故김용균추모행동'은 12월 26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너는 나다'는 주제로 '제2차 추모 행동의 날' 행사를 열었다. 참석자 50여 명은 정부와 국회가 김용균법 제정에 서두르고, 사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추모제가 열린 곳은 김용균 씨 시민 분향소가 위치한 세월호 광장 인근이었다. 4년 전 유가족을 외면했던 정부에 맞서 투쟁을 벌인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우리의 싸움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안 되면 조금 불편하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스무 살 남짓 아이들이 또 처참하게 죽게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사고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핑계만 대고 있다. 용균이가 느꼈을 고통을 그들도 똑같이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더 행복하게 살자고, 잘 먹고 잘살자고 싸우는 것 아니다. 죽지만 않게 해 달라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김용균법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정의당 정혜연 청년본부장은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도급인 처벌과 책임 범위를 조금 확대하는 법안일 뿐인데 아직 심의위원회도 통과 못 했다. 연내 처리도 불투명한 상태다. 우리를 위한 국회는, 우리를 위한 국가는 어디 있는지 묻고 싶다"며 국회와 정부를 규탄했다.

소수의 편익을 위해 청년이 죽어 가는 사회를 바꾸려면 청년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혜연 본부장은 "이 정도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만나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죽지 않을 권리를 지켜 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국회·정부가 알아서 바꿔 주지 않는다. 우리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416가족대책위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또 다른 아이들이 처참하게 죽게 둘 수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청년전태일 김태근 대표는 참석자들을 대표해 호소문을 발표했다. 근본적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했다. 청년추모행동은 "유가족을 배제하고 진행한 특별 안전 감독은 의미가 없다. 김용균법과 외주화 방지를 위한 법 제정 역시 지연되고 있다. 법안 처리 지연은 더 많은 청년 노동자를 죽게 할 뿐이다"고 했다.

이들은 "용균이 어머니께 우리가 용균이가 되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사람이 죽었지만, 보름이 지나는 동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슬픔 속에서도 청년들을 안아 주신 부모님과 함께할 것이다. 청년들의 분노와 슬픔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말했다.

청년추모행동은 호소문을 통해 태안화력발전소 1~8호기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고, 유가족을 포함해 진상 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추모제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고인의 뜻을 대신 이루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청년들과 만납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1.8km 거리를 행진했다.

참석자 50여 명은 "문재인 대통령 청년들과 만납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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