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일자 <뉴스앤조이>에 보도된 바 있는 경기도 부천 ㅊ교회 담임목사 성추행 의혹 사건은, 이후 몇 가지 사건들이 겹치면서 앞으로 더욱 복잡한 정국으로 빠져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건 하나.
이 교회 당회원 중 한 사람인 이 아무개 장로는 담임목사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서 지나치게 담임목사를 비호하는 방향으로 당회가 움직여지는 것을 반대해오다가 12월초 당회에 사퇴서를 냈다. 이 장로는 한 달 전인 11월초에도 사표를 낸 바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당회원 직을 수행하기도 어려웠지만, 당회가 편파적인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회가 이를 만류해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아무 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자 한 달 뒤 사퇴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장로는 "지금의 우리 교회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에 있어서 다른 당회원들과 의견 차이가 너무도 커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다는 한계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사건 둘.
이 교회 성가대 지휘자 김 아무개 집사가 예배 도중 찬양만 인도한 뒤 사건 당사자인 담임목사의 설교를 들을 수 없다며 예배 도중 퇴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건은 새해로 넘어오는 송구영신 예배 때 일어났다. 예배를 앞두고 연습을 마친 지휘자가 대원들에게, 자신은 찬양만 인도하고 설교는 듣지 않고 퇴장하겠다면서 대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얘기했다.

"차라리 찬양을 폐하라"는 비난과 "예배를 돕는 성가대가 이래선 안 된다"는 만류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지휘자는 "하나님의 말씀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불쌍한 성도들에게 왜곡될 것을 차마 볼 수 없고, 예배가 유린당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다"면서 행동에 옮겼다. 몇몇 교인들도 예배 도중에 퇴장해 버렸다. 김 아무개 담임목사가 4개월 안식년을 마치고 강단에 복귀한 뒤 처음 인도한 새해 첫 예배가 일부 교인들의 퇴장 소동으로 얼룩지고 만 것이다.

한편 담임목사의 자진 사임을 주장하고 있는 'ㅊ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ㅊ사모)은 김 목사가 강단에 오르는 것을 물리적으로까지 방해할 생각이 없다며, 아예 장소를 옮겨 다른 곳에서 송구영신예배를 드렸다. ㅊ사모 중심으로 진행되는 기도모임에는 10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 이 교회 규모로 볼 때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이들은 "지난 수개월간 영적으로 몹시 메말랐다. 그렇다고 김 목사의 설교를 듣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영적 갈급함에 빠진 이들이 스스로 우물을 파서 목을 축이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혼란상에 염증을 느낀 교인들이 하나 둘 교회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 불가피하게 기도모임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사건 셋.
당회는 지난 연말 홍 아무개 집사를 출교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작년 12월 23일 예배를 마친 뒤 당회장실에 들어갔다. 수십명이 들어찬 당회장실에서 피해자는 몇 시간에 걸쳐 사건의 자초지종을 있는 그대로 털어놨다. 얘기를 듣던 교인 중 한 사람의 입에서 "뭐 그 까짓 걸 같고 그래"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에 격분한 홍 아무개 집사가 욕을 하면서 그 교인에게 성경책을 던졌다. 그런데 성경책이 엉뚱하게도 다른 이에게 날아갔다. 성경책에 맞은 이와 홍 집사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옥신각신 심한 말싸움이 벌어졌다. 홍 집사는 현장에서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나서 천 권사는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당회는 일주일 뒤 홍 집사는 출교했다. 하지만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당회 권위 때문일까, 홍 집사는 "맘대로 하라"는 식이다. 일부 교인들은 출교 조치의 부당성을 내세워 이의신청을 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까지 그래왔는데 무엇인들 당회가 자기들 맘대로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홍 집사는 ㅊ사모 기도모임에 출석하고 있다. ㅊ사모 회원 중 한 사람은 "상습적으로 교인을 성추행한 목사는 싸고돌면서, 순간적인 감정을 못 이겨 단 한 번 실수한 교인은 어찌 그리도 신속하게 징계하냐"며 당회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꼬집었다.

사건 넷.
당회를 무시하고 있는 이들은 상회기관인 지방회에 대해서도 불신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12월 4일 담임목사를 지방회에 고소했다. 이에 따라 지방회 재판위원회는 올해 1월 10일 1차 심사를 하기 위해 임 아무개 권사 등 원고를 소환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방회장이자 재판위원장인 이 아무개 목사가 임 권사에게 전화를 걸어 "4개월 징계면 됐지, 이런 걸로 재판을 하려고 하느냐"면서 한 시간 가까이 통화를 했다는 점이다. 원고측은 "공평하게 재판을 해야 할 재판위원회의 위원장이 이런 식으로 미리 얘기하는 것이 온당한 일이냐"고 따지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재판에 필요한 비용은 원고측이 부담하는 것이라며 공탁금 1백만원을 지참하라는 공문이 임 권사에게 날아온 것이다. 기자는 공탁금의 의미가 무엇인지 또 무슨 근거에 의해서 공탁금을 내라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결이 되지 못했다. 임 권사는 "민사소송도 아닌데 무슨 공탁금인지 모르겠다"면서 돈을 갖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판국이다 보니 ㅊ사모 사람들은 지방회의 재판에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고소를 했으니 출석은 하겠지만, 듣지 않아도 뻔하다"는 반응이다. 임 권사는 "청와대에 진정한 민원 내용이 OO경찰서로 넘어갔으니 곧 사회법으로 다뤄질 것이다. 더 이상 교회법에 기대하지 않는다"며 단호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처음 사건의 불씨가 생겼을 때 당회가 문제를 분명하고 단호하게 처리했다면 교인들이 이처럼 몸살을 앓고 교회가 엄청난 불신과 분열의 도가니로 빠져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반 사회보다 턱없이 낮은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성직(聖職)을 수행하려는 교회 지도자들의 윤리적 불감증이 교회마다 이런 열병을 앓게 만들고 있다.

새해 첫날부터 얼룩진 예배, 완전히 뭉개진 치리회의 권위, 찢어질대로 찢어진 교인들의 마음. 교회 지도자들은 과연 이런 상처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반성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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