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더운 여름날, 싱글 세미나 후에 한 여성이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30대 중반인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한 여자 친구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싱글로 사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힘들게 느껴졌답니다.

그녀는 "저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저를 엄습하면서, 내가 이때까지 열심히 공부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며, 실패한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거기다 교회에서는 이러한 속마음을 전혀 드러낼 수가 없어 힘이 들고, 자신의 모습이 점점 더 작아지면서 신앙까지 흔들린다고 고백했습니다.

한 대형 교회 청년 담당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교회에 싱글이 점점 많아지고 자신들의 삶에 대해 고민이 많고 힘들어하는데, 교회에서는 싱글의 고민에 대해 대책도 없고 조언을 해 주기도 참 어렵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 목사님은 교회에서 거의 매주 청년부 소속이 몇 살까지냐고 문의하는 전화를 받는답니다. 서른이 넘은 싱글들은 결혼 문제로 사람들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익명으로 조용히 교회 다니기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교제하고 싶은 욕구도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싱글들이 대형 교회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중소형 교회에서는 교인들이 가족 단위로 교회에 다니고 사람 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서로 속속들이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서 싱글들은 '결혼 스트레스'에 더 쉽게 노출됩니다.

"결혼 안 하고 뭐해?"

"남자가 있어야 하죠."

"열심히 기도해 봐. 부모님 걱정시키지 말고 빨리 결혼해. 그게 효도야."

교인들은 싱글로 사는 사람을 생각해 준다고 말할지 모르나, 매주 교회 나가서 이런 말을 듣고 답해야 하는 싱글에게는 고문이 따로 없습니다. 제가 잘 아는 어느 30대 중반 싱글 여성은 결국 얼마 전에 "저 교회 못 다니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하며 교회를 떠났습니다. 당당한 친구였으나, 싱글로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결혼에 대한 주변의 과도한 관심과 사람들의 무례한 언행에 지친 것이죠.

싱글들은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야 할 교회 공동체에서 오히려 편견과 소외감에 시달립니다. 한 싱글 여성은 항변합니다. "직장과 인생사도 피곤한데, 결혼 유무로 차별하고 무례히 굴며 소외시키는 교회에 내가 왜 꼭 다녀야 하죠?" 싱글들이 교회 공동체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소외감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싱글들은 점점 교회를 멀리할 것입니다.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1인 가구가 520만 3000가구로 전체(1911만 1000가구)의 27.2%를 차지해 2인 가구(499만 4000가구·26.1%), 3인 가구(410만 1000가구·21.5%), 4인 가구(358만 9000가구·18.8%)를 제치고 가장 흔한 가구가 됐습니다. 또 서울시 '통계로 본 서울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주 혼인 연령(25~39세)의 싱글 여성 비율은 1990년 19.7%에서 2010년 48.3%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결국 서울에 사는 25~39세 여성 두 명 중에 한 명은 싱글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교회 공동체에도 싱글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급속히 싱글이 증가하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여 몇몇 교회에는 청장년 싱글을 위한 모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30~40대 싱글을 '결혼 대기자'로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하여 30~40대 싱글 모임에서 결혼에 대한 안내와 기도 모임들을 합니다. 물론 싱글들에게 결혼에 대한 안내나 조언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30~40대 싱글에게 현재 자신의 삶인 싱글 라이프를 긍정하고, 싱글로 사는 시간을 의미 있고 풍성하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과 안내도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소극적입니다. 교회와 결혼, 가정을 하나님이 만드신 제도라 보는 시각이 강해서 결혼은 독려하지만, 싱글 라이프는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결혼 중심, 가족 중심 관점으로 운영되는 교회 공동체에서 싱글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자신의 삶이나 속내를 드러낼 수 없으며, 소속감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싱글에 대한 저의 고민과 관심은 이와 같은 교회 상황과 분위기에 대한 불편함, 그리고 싱글인 나의 삶의 자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대 후반, 인생의 고달픔과 한계를 경험하면서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30대에 들어서면서 교회 청년부 가는 것도, 교회 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아울러 교회 안팎에서 나의 싱글 상태에 대한 막말과 무례함에 화가 났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도 답답했습니다.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설파하는 교회 공동체에서 왜 싱글들을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는가. 당당하고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고 싶었으나, 싱글에 대한 고민과 입장이 정리되지 않으면 계속 사람들의 압박에 스트레스 받고 밀려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싱글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원에서 싱글에 관한 논문을 썼습니다.

싱글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싱글로 사는 사람들은 이전부터 항상 있었고, 싱글 라이프는 모든 사람의 삶의 주기에 다 존재하며, 단지 싱글로 사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짧은 것의 차이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사회 변화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싱글들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며, 싱글로 사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하거나 이상하지 않다는 것, 나 혼자만 싱글이 아니라는 것 등 싱글 라이프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싱글 스트레스'에서 자유하게 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싱글들이 현재 싱글의 삶을 즐기고 감사하며 교회 공동체에서 힘을 얻고 당당하게 활동하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싱글과 싱글 라이프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싱글을 대하는 교회 공동체에도 변화도 필요합니다.

심경미 / 여성학을 공부한 싱글 여성이자 목사.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한 후 외국 무역 회사에서 일하다가 20대 후반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2007~2008년 영국 Trinity College in Bristol에서 신학 공부를 했고,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에 진학해 '비혼 여성'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썼다. 장신대 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 일했으며, 2010년부터 2018년 12월까지 신당중앙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겼다.

심경미 목사가 교회 내 싱글과 관련해서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교회와 싱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고자 준비 중인 원고입니다. 일부 내용을 네 차례 게재합니다. 첫 번째 글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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