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기독교 정신을 건학 이념으로 내세우는 안양대학교(김광태 이사장)가 대순진리회 한 분파 대순진리회성주회(대진성주회·안영일 회장) 측 인사들을 이사로 선임한 사실이 확인됐다. 안양대는 2014년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김동성 총회장)과 MOU를 체결해 교단 신학교로 인준 관계를 맺고 있다.

안양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우일학원은 올해 대진성주회 측 인사 4명을 이사로 선임했다. 우일학원은 8월 28일 이사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이사 2명을 대신해 K호텔 문 아무개 대표와 냉난방 공사 업체 C사 허 아무개 대표를 이사로 선임했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두 사람은 대진성주회 측 인물이었다. 문 대표는 대진문화장학재단에서 이사로 재임 중이고, 허 대표 역시 대진복지재단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대진복지재단 정 아무개 이사장은 전 대진성주회 회장이다. 2004년 설립된 C사는 대진성주회 측이 운영하는 중원대학교·양주대진요양원·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동해샘물 등에서 냉난방 시스템 시공을 맡았고, 사무실은 중원대 산학연구동에 있다.

우일학원은 12월 17일 이사회에서도 대진성주회 측 인사를 이사로 추가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12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안양대가 학교법인 임원 선임을 보고했다. 김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를 이사로 승인해 달라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김 씨와 이 씨는 중원대 교원으로, 각각 총장직무대행과 대학원장 등 중역을 맡고 있다.

안양대학교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사회 현황에는 현재 이사가 총 7명이다. 이 중 1명은 10월 27일부로 임기가 만료됐고, 1명은 사임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이사회를 떠나면 5명이 남는데 아직 명단에 반영되지 않은 신임 이사 4명을 포함하면 9명이 된다. 전체 9명 중 4명이 대진성주회 측 인사로 채워지는 것이다. 

안양대학교가 최근 대순진리회성주회 인사들을 이사로 선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2월 중순부터 '학교 매각설' 확산
학생회·교수회, 정식 해명 요청
시위, 기도회, 점거 등 계획

안양대 신학대학 학생·교수·동문회는 이사회가 건학 이념을 어기고 기독교 대학인 안양대를 사이비 종교 단체에 넘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학대 A 교수는 12월 2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일주일 전부터 교수들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대단히 우려스럽다. 학교 측에 물어보면 사실무근이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실제로 학교가 매각된 건지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신대원 B 교수는 학교가 건학 이념을 위배하는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B 교수는 12월 24일 안양대에서 기자와 만나 "신학대·신대원에 재학 중인 학생 수백 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일이다. 법인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만 하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봐도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의혹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대·신대원 교수회는 12월 20일 김광태 이사장에게 공식 질의서를 보낸 상태다. 학교법인이 실제로 대진성주회에 학교 운영권을 매각했는지, 신임 이사들이 대진성주회 소속인지 묻는 내용이다.

신학대 한 학생은 12월 23일 성명을 발표해 "우일학원 이사회가 이사들을 대순진리회성주회 인사로 교체했다는 소문이 만연하다. 적합한 매각 절차 없이 인원 구성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전횡을 휘둘렀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사이비 종교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대순진리회 계통의 종교에 적법한 절차 없이 금품 수수를 통해 재단을 팔아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사회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이사장은 미국으로 도피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적법한 이사 변경 절차였다면 이사장은 왜 타국으로 도피한 것인가. 학생들이 그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한가. 이사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즉각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신학대 학생회 임원들은 12월 2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학교법인이 계속해서 대답을 회피하고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왕현호 학생회장은 "안양대는 기독교 학교로, 많은 학생이 신학을 배우기 위해 재학 중이다. 법인이 정말 사이비 종교에 매각했다면, 이는 학생들 권리를 빼앗는 일이다"고 말했다.

왕현호 학생회장은 학생회가 학교법인에 정식으로 이사회 회의록과 재정 장부 열람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 대진성주회 측 인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됐는지, 매각 자금으로 수십억대 계약금이 오갔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확답을 내놓지 않으면 시위, 기도회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신학과 박광수 씨는 "최대한 타 학부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시위, 기도회, 점거 농성에도 학교법인이 의혹을 외면한다면 수업 거부까지 고려하고 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도 모두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동참할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안양대 학생·교수·동문회와 예장대신 소속 목회자들은 12월 2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예장대신 전 총회장 이은규 목사(안양대 전 총장)가 위원장을 맡았다. 비대위는 총회 임원회와 함께 학교법인에 정식 해명을 요청하고, 이사회 결의가 사립학교법과 학교 정관에 저촉되지 않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신학대학 학생회는 학교법인에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단체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학교법인 관계자
"이사장만 진실 알아"
소속 확인도 없이
신임 이사 선임한 이사들

안양대 학생·교수를 비롯해 동문회와 교단까지 비대위를 구성해 해명을 요구하는 상황인데도, 학교법인은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일학원 김영기 사무국장은 12월 24일 기자에게 "이사회와 관련한 사항은 직원들도 자세히 모른다. 나도 소문으로만 들었다. 진실은 이사장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태 이사장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지난주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유석성 총장은 김광태 이사장이 학교 매각과 관련한 소문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유 총장은 "김 이사장에게 물어보면 '사실이 아니다'고 말한다.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더 이상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신임 이사들이 대진성주회 소속이라고 말하자, 유 총장은 "이사장이 당시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 명단을 제시하면서, 학교에 수억 원씩 발전 기금을 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만 소개했다. 명색이 기독교 학교인데 어디 교단과 교회 소속인지 말해 주지 않아 의아하긴 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 학교 경영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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