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지금 경남 보수 개신교계는 학생 인권조례 제정 반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개신교 단체를 중심으로 80여 개 단체가 모여 창립한 '나쁜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경남도민연합'은 경남동성애동성혼반대연합 대표 원대연 목사(마산교회)를 대표로 추대했다. 이들은 시위와 기자회견은 물론, 공청회도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각종 방법을 동원해 반대 운동을 한다. 창원의 한 교회는 인권조례를 추진하는 박종훈 교육감을 등록 교인에서 제명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용기 내어 "학생 인권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한 교회들도 있다. 창원 지역 하나교회·한교회·정금교회는 10월 30일 "학생들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 인정하라"는 내용의 '학생 인권조례 찬성 입장문'을 발표했다. 방탄소년단(BTS)의 'Fake Love' 가사를 인용하면서, 자기 성찰과 자아실현의 기회 없이 강제된 규범 속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인권조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 학생 인권조례 제정과 관련한 2차 공청회가 열린 12월 19일, <뉴스앤조이>는 창원YMCA에서 하나교회 공명탁 목사, 정금교회 김용환 목사와 고승하 권사를 만났다.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학생들이 빠져 있는 인권조례 논의는 시작부터 모순이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권조례를 찬성하는 기독교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경남 학생 인권조례 제정을 찬성하는 개신교인들을 만났다. 사진 왼쪽부터 공명탁 목사, 고승하 권사, 김용환 목사. 뉴스앤조이 장명성

- 학생 인권조례를 향한 보수 개신교계 반대가 극심하다.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보는가.

공명탁 / 나는 원래 인권조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교회와 기독교 단체가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은 인권조례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 몇 단어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작은 부분을 가지고 꼬투리 잡아서 큰 조례 전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건 교회가 올인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교회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회개해야 한다.

고승하 / 지금 이 조례는 경남교육청이 뜬금없이 들고나와 주장하는 게 아니다. 70년 전 UN에서 발표한 세계인권선언을 기반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보면 인권 차원에서 교회가 UN 기준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종교 지도자들이 교인들을 잘못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부에 적을 만들어 지도자들의 성적 비행이나 범죄 같은 잘못을 숨기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예수가 빠진 교회 집단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김용환 / 반대 단체들이 사람을 끌어모으는 방법이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인권조례가 통과되면 기독교가 무너질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10월 인권조례 찬성 기자회견 했을 때, 기독교 언론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왔다. 그들도 '인권조례는 기독교적으로 옳지 않다'고 가정하고 질문하더라. "수간도 허락하는 것인가", "인권조례 제정하면 SKY 합격률이 떨어진다는 것 아는가"라는 질문도 있었다. 말이 안 통하고 싸움이 될 것 같아서 이야기하기 힘들었다.

감리회 소속 김용환 목사는 개인의 자율성과 문화적 다양성 존중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개신교 단체들은 단연 '동성애 조장'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다. 더불어 임신·출산을 조장한다는 식으로 '윤리가 파괴된다'고 말하고 있다.

김용환 / 나는 심리학을 오래 공부했고, 대학에서 심리학 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동성애가 질병으로 분류된 적이 있지만, 심리학계·정신의학계에서도 동성애를 더는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 일부 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신앙에서 어긋나는 병리적 문제로 몰아가는데, 심리학이나 사회과학에서는 이미 다 정리된 문제다. 성 정체성이 개성과 타고난 부분이라면, 그들을 어떻게 품을 것인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임신·출산'이나 '동성애'를 물고늘어지는 것은 무리수다. '인권조례를 제정하면 성적 방종이 일어난다'거나 '성적 문란을 조장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과하게 넘겨짚은 것이다. 물론 성적인 부분은 민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성에 끌리지 않는 사람들을 숨어 살게 만들어야 하나. 사회 전반에 동성애에 대한 포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교회에만 유독 부족하다. 교회에 성소수자가 올 수 없는 구조다. 희생하고 부활한 예수를 따르는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을 위반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고승하 / 성소수자는 분명히 사회적 약자다. 교회는 약자를 품어야 하는 곳 아닌가. 마치 성경에 나오는 한센병 환자처럼 성소수자를 멀리하고 있는데, 한센병 환자까지 품어 내라는 것이 성경의 핵심이다. 교회가 약자를 대하는 이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바울은 여성을 남성보다 아래에 놓고 말하는데, 우리가 지금 그 말씀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가. 필요하면 지키고 필요하지 않으면 안 지키면서, 성적인 부분에만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온갖 교회 사람들이 성적 비리에 연루돼 있고, 핵심 지도자들이 저지르는 범죄들은 돌이키지 않은 채, 성소수자들을 비참한 사회적 약자로 몰아가는 일은 교회가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보수 개신교계는 학생 인권조례를 제정하면 '성적 방종이 일어난다'거나 '성적 문란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 인권조례는 '동성애'만 다루는 게 아니다. 지금 인권조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명탁 / 보통 교육의 주체를 학생·학부모·교사로 구분한다. 그런데 인권조례 논쟁에 학부모·학교의 목소리는 있지만, 학생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지금 논의하는 인권조례도 어른들이 나서서 할 게 아니고, 아이들이 고민하면서 만들어 가야 하는 거다. 아이들 찬반은 안중에도 없고 어른들만 싸우고 있다. 인권조례의 목적과 출발 자체에 모순을 안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학생들의 '교육권'은 무시됐다. 쉽게 말해 '공부만 하라'는 거였다. 두발, 성 정체성, 교복 등의 논쟁거리를 아이들 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른들끼리만 '된다',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 '학력 떨어진다', '서울대 못 가고 엉망이 된다'는 말이 나온다. 인권조례는 교육의 권리를 아이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인데, 그 권리를 자기들이 움켜쥐고 놓지 않으니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김용환 / 바울 사도는 갈라디아서에 이렇게 썼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다(갈 3:28)." 모두가 그 정체성에 상관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말이다.

한국 사회가 급격히 다원화하고 있다. 건강한 의식을 가지고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다. 지금까지는 이성애 중심의 가부장 구조가 유지됐고, 결혼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여기기도 했다. 지금은 결혼 안 하는 사람을 누가 비난하나. 그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나 사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획일적 제도화'가 아니라, 개인의 자율성과 문화적 다양성 존중이다. 이러한 존중이 가능해질 때 한국 사회와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고승하 권사는 동요 작곡가다. 그는 "아이들이 쓴 가사에 노래를 붙이고 부르면서 아이들의 여러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 인권조례를 바라보는 개신교인들 시각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

김용환 / 요즘 교회 내부 문제가 사회적으로도 이슈화하고 있다. 얼마 전 일간지에 나온 관리집사 노동 착취 이야기나 목회자의 그루밍 성폭력 문제는, 더 이상 교회 내부 문제만은 아니다. 그런데 교회들이 자신의 문제에는 동맹해서 입을 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학생 인권조례 반대에 2만 명씩 끌어모은다. 그 동력은 대단하지만 성찰적이지 않다고 본다.

공명탁 / 요즘 창원 길거리에 보면 성탄 트리나 성탄 장식이 많다. 교회는 그런 데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집중하면서, 인권조례는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모순된 모습 같아서 보고 있기 힘들다. 물론 대형 교회들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고, 쌓여 가는 사회적인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제스처일 수도 있지만. 한국교회에 진짜 필요한 것은 '자성'이다. 본질적인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고승하 / 나는 동요를 만드는 사람이다. 아이들이 쓴 가사에 노래를 붙이고 부르면서 아이들의 여러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들 중에는 말썽꾸러기나 장난꾸러기도 있고, 체질적으로 성적 지향이 다른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일부 교회의 극단적인 주장에 무작정 동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수도 그 시대 소수자였다. 예수의 행동에 시비 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나. 우리가 만일 예수를 사랑한다면, 약자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과 주장이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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