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빠른 속도로 교계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이정훈 교수의 강연 내용을 검증합니다. 그는 좌파 세력이 동성애를 투쟁 전술로 삼아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 교수의 주장이 과연 설득력 있는 것인지 조명합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울산대 이정훈 교수는 젠더 이데올로기 확산을 경고하면서 법철학 전공자답게 현대 철학의 흐름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는 포이어바흐·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라이히·푸코·데리다·라캉·버틀러 등 현대 철학을 하나로 묶어 '패륜의 사상'으로 규정한다. 무신론을 기반으로 한 이들의 철학이 하나님을 대적하고 한국교회를 위협하는 젠더 이데올로기를 발전·보급해 왔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현대 철학을 패륜의 사상으로 보는 이정훈 교수 해석에 대해, 전공 교수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대부분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교수 주장에 흠잡을 데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반대로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뉘앙스였다. 그중 빌헬름 라이히 주요 저서를 국내에 번역한 한 교수는 취재를 정중하게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기회에 빌헬름 라이히가 알려지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분(이정훈 교수)에 대해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기독교 안에서 자정 노력을 통해 해결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성 울혈(성적 억압으로 발생한 심리·신체 장애. 라이히는 성 울혈을 신경증의 원인이자, 비합리적인 행동의 원천이라고 했다. - 기자 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사회는 이미 훨씬 앞서 변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뒤로 잡아당기는 논란에 끼고 싶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정훈 교수가 현대 철학자들 사상을 오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바울과 현대철학>(새물결플러스) 저자 김성민 대표(철학학교 짓다)는, 이 교수가 현대 철학에 대한 입장을 미리 정하고 학자들 이론을 끼워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김동규 박사(서강대 철학과)도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은 저마다 서로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가 사실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교수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짜서 마음대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정훈 교수가 대중 강연에서 비중 있게 소개하고 있는 △루트비히 포이어바흐 △빌헬름 라이히 △68혁명을 예로, 이 교수가 현대 철학자의 주장과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편향적으로 소개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이정훈 교수는 구조주의,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현대 철학을 패륜의 사상으로 규정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포이어바흐, 사변적 종교철학 비판
신과 인간의 관계 새로운 해석
"인간의 유한성 극복 위해 신 창조"
참된 인간성 회복 위해 유물론 호소

이정훈 교수는 포이어바흐가 창세기 3장에 나오는 뱀의 목소리를 이론화한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직접 신이 되려는 시도가 포이어바흐에서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포이어바흐가 인간이 신의 왕좌를 탈환해야 소외·고통·두려움 등 모든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한다.

이 설명은 포이어바흐를 연구한 전문가들의 주요 해석과 맞지 않는다. 포이어바흐가 당대 기독교 중심의 종교철학을 비판한 유물론적 무신론자였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가 신을 대적하려고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포이어바흐가 비판했던 대상은 정확히 말하면 기독교 자체가 아니라 당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 몰두했던 사변적이고 관념적인 '종교철학'이다.

<기독교의 본질>·<종교의 본질에 대하여>(한길사) 등 포이어바흐 주요 저서를 번역하고 한국헤겔학회, 국제포이어바흐학회 회원인 철학자 강대석 박사(대구가톨릭대 철학과)는 포이어바흐를 이렇게 설명한다.

"포이어바흐는 칸트에서 헤겔에 이르는 독일 관념론을 '술 취한 철학'이라 부른다. 몽롱한 상태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환상에서 깨어나, 명정한 눈으로 현실 자체를 인식하는 미래 철학의 과제를 제시한다." [<헤겔연구 2권>(한국헤겔학회) '포이에르바하의 헤겔 비판', 117쪽]

"포이어바흐가 지향하는 미래 철학은 관념론을 거부하는 유물론 철학이다. 그것은 어떤 유물론보다도 인간을 중심에 두고, 인간으로부터 분리되고 소외된 인간의 본질을 다시 인간에게 되돌려 주려는 노력으로 가득 차 있다." [<헤겔연구 8권>(한국헤겔학회) '헤겔이냐, 포이어바흐냐?', 385쪽]

포이어바흐 이론은 '인간학'이라고도 불린다. 그는 형이상학적 논쟁에 머물러 있는 종교철학의 시선을 인간에게로 돌리려 했다. 연세대에서 포이어바흐·니체·아퀴나스·라너 등 현대 철학과 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정재현 교수(종교철학)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칸트 영향을 받은 포이어바흐는 인간이 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 빠져 있는 종교철학에 회의를 품고 있었다. 종교철학이 사변적이고 관념적인 철학에서 벗어나, 신(종교)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조명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포이어바흐는 인간이 신의 종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존재론적 외로움·소외·고통·두려움 등이 발생했다고 말했다"는 것도 충분한 설명이 아니다. 포이어바흐는 애초에 인간이 자신의 감정과 소망을 투영해 신(종교)을 만들고 스스로 신에게 종속됐다고 말했다. 마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금송아지를 만들었던 히브리 민족처럼 "인간이 두려움과 불만족 속에서 자신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해 신의 존재를 창조하고 종교 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철학논총 74집>(새한철학회), '포이에르바흐의 종교 비판과 인간 이해', 452쪽].

이서규 교수(제주대 철학과)는 '포이에르바흐의 종교 비판과 인간 이해'에서 "포이어바흐에게 종교는 인간 존재의 자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때 신의 존재는 다른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투영일 뿐이다"고 썼다.

포이어바흐가 인간과 종교(신)의 관계에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면서 밝히려 했던 것은 결국 '종교의 기만'이다. 인간이 자기감정을 투영해 만든 종교에 스스로 종속된 채,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강대석 박사는 '헤겔이냐, 포이어바흐냐?'에서 "포이어바흐는 철저하게 종교와 관념론을 비판하고 이들이 내면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힌 후에, 참된 인간성의 회복과 인류의 역사 발전을 위해 유물론의 복귀를 호소했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포이어바흐의 배경이나 의도를 생략한 채, 단지 인간이 종교에 속고 있다는 주장 일면만 부각하며 그를 위험 인물로 모는 건 왜곡이다. 강대석 박사는 이러한 해석을 경고한다. 그는 "과거의 철학을 해석할 때 내재적인 해석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철학이 발생한 시대적·사회적 배경과 함께 어떤 의도에서 그런 철학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포이어바흐가 이상으로 삼는 정치 형태는 민주공화국이었다. 그는 개인과 사회의 조화를 '너와 나의 조화로운 통일' 속에서 실현하려 하였고 그것의 밑받침으로 변증법적인 사회 발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헤겔연구 8권>(한국헤겔학회) '헤겔이냐, 포이어바흐냐?', 391쪽]

포이어바흐는 형이상학적 논쟁에 머물러 있는 종교철학의 시선을 인간에게로 돌리려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빌헬름 라이히, 성 정치 운동 제기
성적 억압의 폐해, 파시즘·전쟁 규명
동성애 조장했다고 오해받지만
외려 동성애는 비정상으로 생각

이정훈 교수는 젠더 이데올로기를 체계화한 중요 인물로 빌헬름 라이히를 꼽는다. 라이히가 개인 영역에 머물러 있던 성을 정치사회 문제로 끄집어낸 선구자라는 이유다. 이 교수는 <교회 해체와 이데올로기>(킹덤북스)에서 "빌헬름 라이히의 성 정치 이론은 동성혼 합법화와 동성애 정치 투쟁을 추진하는 좌파 정당과 좌파 세력에 의해 계승되고 발전하고 있다"며, 그를 한국교회를 위협하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근거로 소개한다.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라이히의 성 정치, 성 혁명 이론은, 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억압에서 인간을 해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는 신경증의 원인이 성적 만족감 결여에서 온다고 봤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성적 충동을 해방해야 한다는 초기 프로이트식 처방에 동의했다. 라이히는 개인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동시에, 대중적인 예방 차원으로 성 정치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빌헬름 라이히의 주요 저서 <성 혁명>·<성 정치>(중원문화)·<오르가즘의 기능>(그린비) 등을 번역한 윤수종 교수(전남대 사회학과)는 <진보평론 40호>에 수록한 '오르가즘과 성 혁명'에서 "라이히가 주장하는 성 혁명은 개인의 변형과 사회의 변형을 동시에 요구한다. 즉 라이히는 사회혁명과 성 혁명의 상호 의존성을 강조한다. 억압적인 도덕의 폐지가 동반되지 않으면 정치혁명 자체는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고 썼다.

실제 라이히가 성 정치 운동을 하면서 요구했던 정책 중에는 '낙태 금지법 폐지 및 임신·육아 중인 여성 지원', '충분한 성교육으로 성병 근절', '성인의 유혹으로부터 아동과 청소년 보호', '기혼과 미혼의 법적 구분 폐지', '이혼의 자유 보장', '매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 등이 있다. 라이히는 청년들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어 성적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들에게 적절한 주거를 공급하고 피임 기구를 지급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도 내놓았다.

라이히가 가장 많이 받는 오해 중 하나가 그가 동성애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그가 성 해방을 주장하긴 했지만 모든 성적 표현을 허용한 건 아니다. 라이히는 오히려 동성애를 정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동성애를 사회적 범죄로 볼 수 없다며 이들을 처벌하는 법을 반대하긴 했지만, 대중이 모든 성적 억압에서 자유롭게 되면 궁극적으로 사라질 증상이라고 이해했다.

라이히는 대중이 파시즘에 열광하는 이유를 성적 억압에서 찾았다. 위키피디아 공용 이미지

라이히가 성적 억압에서 인간을 해방해야 한다고 성 정치 이론을 펼친 건, 그가 단지 성도착이나 방종, 일탈을 부추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라이히의 성 정치, 성 혁명 이론을 단순히 불온하고 위험한 사상이라고 비판하기 전, 그가 왜 성 문제를 다루려고 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는 성적 억압이 낳는 폐해에 주목했다. 오세철 교수(연세대 조직행동)는 <현상과인식 24호>에 게재한 '빌헬름 라이히의 사회사상과 정신의학의 비판 이론'에서 "라이히는 세계 1·2차 세계대전, 나치즘 등에서 인간이 경험한 대량 학살과 억압의 참상을 체험하며, 이상적 이론과 실천의 괴리가 나타나는 근원적 원인을 규명하려 했다"고 썼다.

라이히는 성적 억압이 어떻게 대중을 파시즘이라는 극단적 사상으로 내모는지 분석해 <파시즘의 대중심리>(그린비)라는 책을 내놓았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의 생·병리적 성격 구조는 역사의 권위주의적 과정의 화석이며 대중 억압의 생·물리적 재생산 구조이다. (중략) 어린이와 청소년의 자연적 성의 억압은 인간 구조를 주물하여 대중을 기계주의적, 권위주의적 문명의 기꺼운 재생산자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오세철 교수는 성 정치 이론의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의 억압은 정치적 반동으로 이끌고 대중을 피동적이고 반정치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인간의 성격 구조에 제2차적인 힘, 곧 권위주의적인 질서를 지지하게 하는 가상적 이해관계를 만들어 낸다. 히틀러는 바로 이러한 대중의 혁명에 대한 공포 때문에 성공했다고 라이히는 말한다." [<현상과인식 24호>(한국인문사회과학회) '빌헬름 라이히의 사회사상과 정신의학의 비판 이론', 139쪽]

"그의 사상과 이론이 분명히 말해 주는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욕구 구조에 대한 깊은 인식, 그것의 억압으로 나타난 대중 심리 구조의 반동적 구조, 다시 이와 엇물리는 사회경제 정치 구조와 이념의 역동적 체계를 확연하게 제시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상주의적 이념을 가진 사회 변동이 성숙한 인간 구조의 전제 없이는 반동적 파시즘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념의 대립보다 더욱 무서운 악이 우리 자신의 깊은 구조 속에 있음을 일깨워 주는 교훈이라 하겠다." (같은 글, 148~149쪽)

68혁명, 동성애의 낙원?
경직된 사회체제에 대항
"마오주의, 68의 원인 아닌 결과물"

이정훈 교수는 1968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68혁명(5월 혁명)이 하나님을 대적하는 문화혁명이었다고 주장한다. 종교개혁 전통에 빛나는 나라들을 쓰러뜨리고, 음란을 정당화하는 걸 일원화하고 체계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68혁명을 계기로 소수자들의 이데올로기 투쟁이 시작하고, 페미니즘과 젠더 이데올로기가 급성장했으며, 유럽이 동성애의 낙원이 됐다고 주장한다.

1968년 5월 시작해 두 달 동안 진행된 68혁명은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는 말은 68혁명의 주요 구호 중 하나다. 68혁명은 낭테르대학 학생들이 주도한 베트남 반전시위에서 촉발했지만, 이후에는 노동자·시민까지 동참하면서 유럽 전반의 대중운동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가정·대학·기업 등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권위주의에 대항했다.

68혁명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당시 프랑스 사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68혁명에 참여한 대중이 싸웠던 것은 경직된 프랑스 사회였다. <시사저널>이 1998년 5월 28일 68혁명 30주년을 맞아 보도한 '프랑스 68혁명 30돌 맞아 재평가 활발' 기사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는 드골 대통령의 오랜 독재로 권위주의가 판을 치고 있었다. 경직된 사회였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교수가 들어오면 모두 일어섰다가 교수가 앉아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조직 내 선후배 규율도 엄격했다. 윗사람 주장에 아랫사람이 반박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가정은 가부장 중심적이었고 여성의 권리가 억압받고 있었다.

68혁명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주로 '마오주의'를 언급한다. 이정훈 교수는 매 강의에서 마오쩌둥 사진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유럽 청년들을 보여 주며, 마오쩌둥의 문화혁명과 68혁명을 같은 선상에 놓는다. 홍위병을 내세워 7000만 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진 마오쩌둥 사상이 68혁명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종현 교수(세종대 현대사)는 <프랑스사연구 39호>(한국프랑스사학회)에 게재한 '68운동과 마오주의'에서, 마오주의자가 다른 세력과 혼용되거나 68혁명의 주인공으로 잘못 알려졌다고 설명한다. 68혁명에는 마오주의자뿐 아니라 트로츠키주의자·공산주의자·아나키스트·이상주의자·절대자유주의자(libertaire) 등 다양한 정치 이념으로 무장한 청년 세대가 참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마오주의자는 5월의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도 준비하고 있지도 못했다. 그들은 대학을 점거한 학생들을 지지하기보다는 맞섰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마오주의 학생운동 조직 '청년공산주의자동맹'의 2인자 베니 레비(Benny Lévy)를 인용하며, 프랑스에서 마오주의 운동이 68년 5월 이후에 나타났다고 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마오주의는 68혁명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물이다.

68혁명이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해석은 학자마다 분분하다. 이정훈 교수 주장처럼 68혁명이 모든 걸 망쳤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현재 프랑스에 있다. 이 교수가 강연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프랑스 우파 언론인 에릭 제무르는, 2014년 내놓은 <프랑스의 자살 Le Suicide Francais>에서 프랑스가 68혁명을 시작으로 자살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민자와 다른 종교를 포용하고, 자유·환경·페미니즘 등 비물질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68의 가치가 프랑스를 몰락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에릭 제무르는 이탈리아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00만 명이 넘는 무슬림을 추방하지 않으면 프랑스가 내전을 겪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자신이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바 있다.

반대 해석도 존재한다. 68혁명의 여파로 오히려 신자유주의가 더욱 심화했다는 지적이다. 유럽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올해 68혁명 50주년을 맞아, 3월 1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공장 노동은 아웃 소싱으로 대체되거나, 포스트 포드주의적인 수평적이고 의사소통이 강화된 팀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보편적 공교육은 유연화된 사교육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 가족의 자리에는 다양한 형태의 유동적인 성적 배열이 들어서고 있다. 결국 좌파는 승리 속에서 패배했다. 적과 싸워 이겼지만, 그 적은 더욱 직접적인 형태의 자본주의 지배가 되었다"고 썼다.

한 사건을 평가하는 시각은 다양하다. 더군다나 68혁명처럼 현대사에서 커다란 분기점을 마련한 사건은, 국가·지역·인종·종교·성별·문화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 "68혁명이 프랑스의 자살"이라는 이정훈 교수의 설명은 프랑스 우익 언론인 주장에 근거한, 수많은 해석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정훈 교수, 2007년 회심 이후에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 소수자 법적 권익 옹호
지난해 갑자기 입장 돌변
"개인의 자유·권리 보호, 확대해야"

이정훈 교수는 68혁명 영향을 받은 한국 내 좌파 세력이 젠더 이데올로기로 무장해 '가짜 인권'을 내세우며, 법과 제도를 하나님에게 대적하는 성격으로 개정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교수 역시 2007년 말 회심 이후에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나 동성애자 등 소수자의 법적 권익을 옹호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 교수는 2010년 <법철학연구 13권>(한국법철학회)에 투고한 '한국 법체계에서 자유주의의 의의: 종교의자유를 중심으로'에서, 대법원이 2004년 7월 양심 및 종교의자유를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들에게 대체 복무제 없이 형벌을 부과하는 법무부의 규정에 대해 종교 차별이 아니라고 판시한 사례를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사실상 대체 복무제인 병역 특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면서도 유독 양심 및 종교의자유를 이유로 현역 입영을 거부하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사법부의 태도를 '반자유주의적 코드'로 설명하는 입장이 있다. 원래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양심수는 있을 수 없고, 범죄를 민족 공동체에 대한 파렴치한 행위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망각하고, ‘집총’을 거부한 이단 종교의 신봉자들에 대한 혐오감이 그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게 하는 것이다. (중략)

양심 및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들에게만 대체 복무를 인정하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명백한 종교에 의한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수로 상징되는 기득권 종교와 소수의 '이단' 종교라는 구분이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법철학연구 13권>, 124쪽)

이정훈 교수는 동성 커플들이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대안으로, 독일의 '생활동반자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원광법학 32권>(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에 게재한 '동성혼과 생활동반자법에 관한 연구'에서, 법원이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혼인신고를 거부한 사례를 다루면서 동성 커플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훈 교수는 이 논문에서 현행법상 동성 간 결합을 법적 혼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제한을 두면서, 그 대안으로 독일의 생활동반자법을 소개한다. 이 법을 둘러싸고 독일에 진행된 논쟁이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했다. 그는 "한국도 독일의 상황을 참조하여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의 가치를 법적으로 특별하게 보호하는 현행법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생활동반자법'의 입법을 통해 합리적으로 동등하게 보장해야 하는 동성 동반자의 권리, 즉 일상 가사 대리권, 생활 공동 부담 요구권, 재산 분할 청구권, 의료 관계에서의 수술에 대한 동의권 등이 보장될 수있도록 법제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논문은 이정훈 교수가 올해 1월에 내놓은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에 일부 실렸는데, 동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부분은 누락됐다. 현재 한국 법체계에서 동성혼을 법적 혼인의 개념에 포함할 수 없다는 내용과 독일·일본에서 벌어진 동성혼 관련 논쟁 사례만 책에 담겼다.

이정훈 교수가 올해 1월 출간한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에는 그의 논문도 함께 수록돼 있다. 동성 동반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은 누락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정훈 교수의 옛 글을 보면 그가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합리적이고 신중한 법학자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2007년 말 회심 이후에도, 그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나 동성 동반자의 자유와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강연에서 자신이 교회를 공격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주장한 '대광고 사건'에 대해서도, 2010년 쓴 논문에서는 기독교 사학에서 예배를 거부한 강의석 씨를 지지하고 있다.

그런 이 교수가 2017년 4월 교계에 등장해, 자신이 했던 주장과 반대되는 발언을 내뱉고 있다. 자신이 보장해야 한다고 했던 인권을 '가짜 인권'이라고 말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 제정 운동을 한국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공격으로 내몰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보수 개신교가 지금까지 취해 온 모습으로, 이정훈 교수도 2010년 논문에서 이를 정확히 지적했다.

"위 사례(일명 대광고 사건 - 기자 주)를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한 집단 내에서 이미 우월한 지위를 점한 세력의 강요 등 권리침해 행위로부터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 권리 보장의 중요성이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략)

역사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의 정치 질서를 깊이 있게 경험하지 못한 한국의 법 현실은 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적 사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자유주의를 사법부가 입헌 민주적 정의관에 따라 확대해야 하는 지점에 서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법철학연구 13권>, 135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