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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의 시대, 진실한 신앙 공동체 갈망하다
[서평] 권연경 <위선>(IVP)
  • 정종욱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8.12.13 16:36

"이 정도면 진짜 양심에 화인 맞은 거 아니에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대형 교회 세습 사건의 교단 재판 진행 상황을 매우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필자와 몇몇 기독법률가회 동료들은 팀을 이루어 대형 교회 세습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편에 서서 교단 재판에 필요한 여러 장의 서면을 작성했다. 누가 봐도 대형 교회 세습 행위는 세습 금지를 규정하는 교단 헌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일이었다. 필자와 동료들은 순수하게 '법리적으로만 보았을 때' 상대방인 대형 교회 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었다.

재판을 진행하면서 대형 교회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 서면도 읽게 되었는데, 위의 말은 그 서면을 보고 동료 변호사가 필자에게 한 말이다. 대형 교회 장로이시며,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로펌의 변호사이기도 한 그분은 서면에서 온갖 창의적인 논리를 동원해 열변을 토하며 세습 행위의 정당함을 역설하셨다. 교계와 사회적 비난에도 세습을 강행했던 그 대형 교회 부자 목사 반응 역시 상대방 변호사 태도와 거의 동일했다. 신앙에서 '정직'을 최우선으로 하는 동료 변호사는 상대방의 서면을 읽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듯했다.

<위선> / 권연경 지음 / IVP 펴냄 / 360쪽 / 1만 6000원. 사진 출처 IVP

죄의 역사는 곧 위선의 역사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한국을 대표한다고 하는 교회가 왜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권연경 교수의 <위선>(IVP)은 이에 대한 좋은 대답을 우리에게 제시해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교회가 직면하는 신앙적 파산의 근본 원인을 드러내고자 한다. 한국교회의 현재 위기는 신앙적 위선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알맹이 없는 위선적 종교성과 참된 신앙을 구별해야 된다고 역설하면서, '위선'을 성경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로 제시한다.

저자는 에덴동산 이야기를 책 첫머리에 놓는다. 에덴동산에서 일어난 타락 이야기가 죄의 역사인 동시에 위선의 역사라는 것이다. 하나님 명령에 불순종한 아담은 "네가 어디에 있느냐"라는 하나님의 존재론적 물음에서 도피해 자기 책임을 아내와 하나님께 전가했다. 그 결과 발생한 것이 바로 '위선'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물음에서 도피해서 벌거벗은 몸을 감추기 위해 나뭇잎으로 몸을 가렸다. 인간은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깨뜨렸고, 그리하여 인간의 마음은 죄로 물들기 시작했다. 거짓되고 부패한 그 마음에서 바로 위선이 싹튼다. 예레미야는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사람의 마음"(렘 17:9)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가 인간의 보편적 삶을 성찰하는 '신화적 자화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에덴 주변의 이 이야기들은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신화적' 자화상이다. 인간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끝없이 반복되는 원형적 이야기들이다. 사람과 사람의 삶에서 온갖 드라마로 응용되는 기본 각본인 셈이다. 지나간 과거로서의 '처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배아처럼 우리의 현재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처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에덴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물론 성경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하나님의 시선은 종종 우리 마음 깊은 곳의 목소리와 통한다. 그래서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깊어진다. 넓은 의미에서 위선이라 부를 수 있는 우리의 태도는 우리 삶의 도덕적 자화상이자 또한 우리의 영적 자화상이다. 그러니까 하나님과 우리 인간의 만남 이야기는 그 관계를 왜곡하는 위선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많다. 옛날 이스라엘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그 복음에 응답하는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성경이 보여 주는 위선과 부인(denial)의 장면들은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35~36쪽)

'위선'은 겉과 속이 불일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잘못한 것이 분명한데도,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위선의 죄악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마음을 지키고, 책임 있는 자세로 신앙생활할 것을 요구하는 하나님의 음성에 맞서서 인간은 자기만의 방어기제를 창조해 낸다. 동생을 살해하고도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라고 말하면서 당당했던 가인처럼, 우리도 죄를 돌아보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다.

극심한 반대에도 목회 세습을 감행한 대형 교회 목사는 "기업을 물려주는 게 아니다. 십자가, 고난을 물려주는 거다. (중략) 마귀가 우리를 넘어뜨리려 한다. (중략) 누가 배후에 있고, 누가 연출했고, 누가 기획했는지, 누가 하수인인지 전체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우리는 가인처럼 '에덴의 동쪽'에 도시를 세워 하나님을 몰아내고, 자기만의 세계에 스스로 가두는 우를 범한다. 저자는 구약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역사가 이러한 신앙적 실패의 반복이라고 이야기한다.

말씀에 기초 않은 주관적 확신은
위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성경은 위선과의 투쟁 이야기로 가득하다. 성경을 읽으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위선과 자기기만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궤를 미신적 수단으로 활용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주술적 신앙에 빠져 있다. 하나님은 예언자들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의 위선을 강하게 질책하셨다. 예언자들이 말하는 '회개'란 미신적 신앙과 위선에서 돌이켜, 하나님 앞에서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언자들의 울부짖음은 '주의 길을 예비한' 세례 요한의 외침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 책은 위선과 자기기만이 하나님 앞에서의 가장 큰 죄악임을 일깨우고, 언약을 지키시는 신실하신 하나님께 대해 순종하는 것이 참된 신앙이라고 이야기한다. 위선과 자기기만은 그릇된 신앙에 기초한 잘못된 확신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신앙인들에게 '확신'은 양날의 검일 수 있다. 신앙인들의 삶에서 구원에 확신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잘못된 확신은 오히려 신앙인들에게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건강한 신앙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확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확신하는 복음의 올바름이다. 확신은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주관적 신념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기기만'이다. 주관적 신념을 강화하는 것보다 말씀을 통한 진지한 자기 성찰이 훨씬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은 참으로 옳다.

"하나님 보시기에 지금 이스라엘이 드리는 제물은 '헛된 제물'(참고. 사 29:13)이며, 그들의 요란한 제사 행위는 모두 야훼의 집 '마당만 밟는' 무의미한 몸짓에 불과하다. 이는 무의미한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하나님 앞에서 무의미한 행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제사는 하나님 앞에 '가증한' 제사, 곧 잘못 드려진 제사로 간주된다. 그들의 제사가 헛될 뿐 아니라 하나님 앞에 역겨운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님은 '거룩한 모임과 아울러 악을 행하는' 위선적 행태를 견디지 못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지금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기도를 도저히 들어주실 수가 없다. 기도한다고 높이 든 그들의 손에 피가 가득하기 때문이다(사 1:15). 하나님은 화려한 제사 이전에 먼저 그들의 죄를 회개하라고 요구하신다." (99쪽)

위선적 신앙에 대적한 예수 그리스도

신앙은 우리 영혼 가장 깊숙한 곳을 하나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자기 밑바닥을 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생활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내적인 것이 아닌 외적인 것에 더욱 집착을 하게 된다. 예수님과 바리새인의 논쟁은 이와 관련이 있다. 예수님은 위선에 맞서는 하나님나라를 선포하셨다. 바리새인들은 외적인 것에 근거해 자기 의를 세우고자 했지만,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거짓된 확신과 신앙적 위선을 폭로하시고 그들을 질책하신다. 바리새인들의 위선의 끝에는 다름 아닌 예수님의 죽음이 있었다.

성경이 신앙적 위선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지만, 과연 우리는 이에 대해 얼마큼 경각심을 가지고 있을까. 이 책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성경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위선'을 바라보고, 이에 대한 우리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는 점이다.

저자는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구절들을 자유자재로 인용하는데, 옆에 성경을 두고 인용하는 구절을 찾아보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특히나 신약을 전공한 학자라서 그런지, 이 책에서 '위선'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사복음서를 비교한 5장 '위선에 맞서는 하나님나라'는 필자에게 굉장히 참신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예수님을 위로자로 그리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예수님은 세상에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기 위해" 오신 분이다(마 10:34).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나라가 신앙적 위선에 대항하는 신앙 공동체라는 사실은 분명 외적인 성장만을 추구하는 한국교회에 큰 도전을 줄 것이다.

"회복과 샬롬이라는 하나님의 꿈을 공유하지 않는 거룩함과 의로움이란 실상 사람들 사이에서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몸짓일 공산이 크다. 거룩이라는 경건한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 자리와 내 의도를 관철하려는 이기적 욕망의 기제다. 우리는 이것을 위선(hypocrisy)이라 부른다. 예수님이 바리새인들에게 주신 대표적인 이름이 바로 '위선자들'(hypocrites)이었다. 개역개정은 '겉을 꾸민다'는 뜻에서 '외식外飾하는 자'라고 번역했다. 복음서에 담긴 몇몇 충돌의 이야기들은 회복과 샬롬의 길을 열어 가는 예수님의 눈에 비친 바리새인들의 위선적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174쪽)

<위선> 저자 권연경 교수. 뉴스앤조이 구권효

위선적 신앙에 대적한 바울,
"율법의 행위"는 바로 불순종과 위선

저자는 바리새인들은 자신의 공로로 구원을 이루려고 했던 '행위 구원론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예수님이 문제 삼은 것은 바리새인들의 행위 구원론이 아니라, 그들의 '위선'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바울의 칭의론을 해석한다. '율법의 행위들'이라는 구절에 관한 옛 관점과 새 관점의 주장을 모두 비판하며, 바울이 로마서와 갈라디아서에서 문제 삼은 '율법의 행위들'은 '불순종'이고 '위선'이라고 이야기한다. 언약에 신실한 하나님에 대해 신실하지 못하게 행동하는 것, 두마음을 품은 채 겉으로만 하나님을 섬기는 척하는 것이 바울이 진정으로 대적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바울의 칭의론에 대한 이 독특한 주장은 옛 관점과 새 관점 모두에게서 비판받을 소지가 있지만,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굉장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칭의론이 개신교의 핵심 교리이기 때문에 바울신학에 대한 옛 관점과 새 관점의 논쟁은 물론 필요하지만, 실천적인 측면에서 과연 이것이 어떠한 유익이 있을지 깊은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율법의 행위들'이 옛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공로주의나 새 관점에서 말하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불순종'과 '위선'이라는 저자의 참신한 주장은 기존의 두 관점에 비해, 위선적 신앙을 극복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죄의 삯(필연적 결과)은 죽음이지만,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물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어지는 영생입니다(롬 6:23).' 우리가 대충 살아도 영생을 주신다는 의미에서 은혜가 아니다. 죄를 짓는 삶을 살면 그 필연적 결과는 언제나 죽음이다. 영생이 은혜인 이유는 이전에는 꿈꿀 수 없었던 것을 하나님의 능력으로 가능하게 하시기 때문이다. 행한 대로 심판하시는 원칙을 굽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갈 6:7), 우리를 변화시켜 약속하신 결과에 이르게 하시는 것이다. 따라서 구원에 이르는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변화의 능력이다. 마음에 할례를 행하여 속사람을 유대인이 되게 하는 변화, 곧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창조주 하나님의 능력이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바로 그 하나님의 창조적 능력이 드러난다고 선포한다." (324~325쪽)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이 책은 분명 한국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 큰 도전을 준다. 위선은 하나님 앞에서 가장 큰 죄악이고, 예수가 선포하는 하나님나라는 신앙적 위선에 대적하는 신앙 공동체이다. 바울도 그리스도인들을 "그리스도 예수 안의 신실한 자들"이라고 말하지 않던가(엡 1:1). 이제 우리는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 우리의 내면과 영혼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피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나님 앞에 복된 사람은 '야훼의 율법을 따라 살아가면서 그 삶에 흠이 없는 사람'이고(시 119:1), 하나님의 임재에 어울리는 사람이란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 그 마음에 진실을 말하는 사람'(시 15:2)이다.

대형 교회의 세습 사건은 아직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바리새인들의 모함에 비참한 죽음을 당하셨던 예수님처럼, 위선자들이 그리스도 예수 안의 신실한 자들을 핍박하는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갈라디아서 말씀대로, "그때에 육체를 따라 난 자가 성령을 따라 난 자를 박해한 것 같이 지금도 그렇다(갈 4:29)." 하지만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를 통해 육체를 따라 난 자들의 위선을 폭로하시고, 성령으로 났지만 핍박받는 자들을 온전히 위로하신다. 오랜 시간 힘든 싸움을 하고 계시는 노회 목사님들께 성령의 위로가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예수님은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책이 널리 읽혀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정결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도한다. 또한 한국교회가 지금의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위선에 대적하는 진실한 하나님나라 공동체로 굳건히 세워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정종욱 / 변호사, 기독법률가회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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