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 조현 지음 / 휴 펴냄 / 432쪽 / 2만 원

<한겨레> 조현 기자가 한국 공동체 18곳, 세계 공동체 5곳을 직접 다니며 남긴 기록을 담은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마을 공동체 탐사기>(휴) 북 콘서트가 12월 8일 서울 수유동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열렸다. 북 콘서트는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현 기자는 "책을 출판하고 직접 공동체에 사는 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며 행사를 공동 주관한 마을 공동체 '밝은누리'에 감사를 전했다.

충남 홍성에서 오미 농장을 운영하는 '젊은협업농장' 정민철 대표는 "원래 공동체 하려 한 것은 아니다. 농사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계속 찾아왔고 시간이 흐를수록 연령대가 낮아졌다. 들어온 지 1~2년 후에는 지역사회로 나가 농장 독립을 하라고 독려하게 됐다. 우리는 사실 장례식에 가장 열심히 참여한다. 한 92세 어르신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농사를 지었는데 상여를 매 달라고 유언을 남겨서 직접 상여를 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공동체에서 주로 논의하는 3가지는 어떻게 농업의 가치를 재생산할 것인가, 어떻게 마을을 건강하게 할 것인가, 학습 체계 구상이다. 마을 전체를 캠퍼스화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저녁 40명 정도가 모여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 교육 없이 마을이나 농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구 안골마을 '은혜공동체' 건물에는 십수 가정이 함께 살고 있다. 방은 독립돼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이 공유 공간이다. 박민수 대표는 "처음에는 같이 여러 명이 산다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모든 구성원이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쫓겨나지만 않고 살아가면 인생 성공했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은혜공동체는 한 달에 한 번씩 인문학 강연을 진행한다. 콜트콜텍 농성장, 쌍용자동차 혹은 코오롱 해고 노동자 투쟁장을 찾아 응원하기도 하고, 다른 해외 공동체를 함께 탐방하기도 한다.

사진 속 화면은 콜트콜텍 농성장에 방문한 은혜공동체 사람들 모습이다. 80여 명이 참여했고, 은혜공동체 사람들로 콜트콜텍 농성장이 가득 찼다. 왼쪽부터 조현, 최철호, 박민수, 정민철, 채상병. 사진 제공 이향림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에 있는 마을 공동체 '밝은누리' 최철호 대표는 "행정구역으로서의 마을 단위를 지양한다. 마을 식당 중심으로 밤에 아이들을 데리고 마실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곳을 마을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1991년도에 21~23세 청년들이 공동체 삶을 시작했다. 처음 청년들에게 있던 문제의식이 결혼 이후 많이 달라졌다. 가정과 환경 생태 모두를 위해 마을 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000년부터 인수마을공동체를 이뤘다. '도시에서 살다 보니 도시 문명 자체에서 공동체가 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농촌과 함께하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2009년 홍천에서 귀농·귀촌을 하게 됐다. 홍천에는 폐교 위기에 직면한 분교가 있었는데, 지금은 초·중·고 통합 대안 학교에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최 대표는 이어서 "결혼식도 자본에 종식된 형태라며 결혼·임신·출산까지도 세상에 지배를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안으로 결혼식을 마을 잔치 문화로 새롭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결혼식 기획부터 준비를 돌아가면서 한다. 부모가 개입해 방향을 틀지 않는 선에서 문화 공연처럼 재밌게 하려고 한다. 경직된 결혼식이 아닌 신랑·신부가 주인이 되고, 같이 사는 이웃들이 주인이 되는 마당 잔치를 여는 것이다"며 사진을 보여 줬다.

밝은누리는 지난해 가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윤동주생가, 남한에서 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땅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 등을 방문해 평화를 기원하는 '동북아 평화 순례'도 진행하고 있다.

밝은누리는 결혼식을 마을 잔치처럼 진행한다. 사진 제공 이향림

각 공동체 소개가 끝난 후 조현 기자는 책을 쓴 계기를 전했다. 2000년을 앞두고 지구가 지속 가능할 것인지 문제의식이 생겼다. '대안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여러 자료를 찾다가 유럽에서 인간답게 살아 보자는 취지로 공동체 마음을 만든 사람들이 있어서 신문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후 개인적으로 몸이 아파 신문사 1년을 휴직하고, 친구인 산청민들레 공동체 이동근 대표 조언에 따라 요양차 태국 아속공동체로 가게 됐다.

아속공동체의 삶은 신선했다. '이렇게 살면 조금 달라질 수 있겠네'라는 느낌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후 기자로서 직업병이 발동해 외국 공동체 마을 탐방을 기획해 인도·일본·미국 등지로 공동체 마을을 다녔다. 한국 정서에는 다소 안 맞을 수 있고 이상적이기도 하고,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을 듯해 한국으로 눈을 돌렸더니 몇몇 공동체가 눈에 들어왔다. 전달할 필요는 느꼈고, 한국 위주로 기획 방향을 틀었다.

조현 기자는 공동체 대표들에게 여럿이 함께 살아야 하는 특성상 사람들끼리 부딪치기도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정민철 대표는 부딪히기보다 청년들과 농촌 마을 사람들 사이 충돌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실 농촌에는 기본적인 공동체성이 이미 있다. 도시 청년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도 8년 정도 걸렸다. 이해를 못 한 상태에서 보면 아주 불합리하게 보인다. 나는 청년들에게 '정답을 찾으려고만 하지 않으면 돼'라고 말한다. 쳐다보기만 하는 방식을 쓴다. 누가 옳다 그르다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답을 안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웃음)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스타일이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가능하면 지나가 버리는 방식을 쓴다"고 했다.

부산 '온배움터' 채상병 대표는 한 일화를 들려줬다. "도시에서 한 청년이 같이 농사를 지으려고 왔는데, 함께하기보다 킥복싱 등 계속 배우러 나가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시골에 와서도 무언가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더라"며 뭔가를 갖춰서 관계를 맺으려 했다고 전했다. 청년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채 대표는 "그 청년이 자기도 모르는 열등감·불안에 갇혀 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긍정하는 힘으로 나아가야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체 생활의 장점은 무엇일까. 조현 기자 질문에 박민수 대표는 출산과 육아 부분을 꼽았다. "처음에는 부부들이 같이 팀을 꾸려 순번제로 아이들 케어를 했었다. 부부가 20명이 10팀이 돼, 아이 10명을 어른 두 명이 '돌봄'이라고 이름 붙여서 했다. 나중에는 싱글들도 참여해 돌봤다. 열흘에 한 번 한 달에 두 번 아이들과 놀아 주고, 나머지는 개인 시간으로 쓰니 부모들이 많은 시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유아기가 지난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까. 박 대표는 "초등학생과 청소년은 자기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부모들 손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공동체에 같이 살지 않는 아이들도 자주 놀러오는데, 집에 돌아갈 때는 정말 슬퍼한다"고 전했다.

조현 기자는 박 대표 이야기를 듣고는 "은혜공동체를 가 보니 한 건물에 다 같이 살며 항상 이모·삼촌이 50명 정도가 되니까 아이들이 부모를 안 찾더라. 그 시간에 엄마 아빠들은 2층 바에서 술을 드시더라(웃음)"고 덧붙였다.

밝은누리 최철호 대표도 "아이들 인성이 좋아진다. 교육 프로그램으로 되지 않고, 사랑하는 어른들 잔소리가 어우러져서 인성이 큰다. 다른 집 아이들이 놀러 오면 부모가 같이 놀 필요가 없어진다. 자연스럽게 육아 부담이 줄어든다. 안전만 체크하면 된다. 또 부부 품앗이를 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일상적으로도 품앗이하게 된다. 지금 북 콘서트 중에도 품앗이는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채상병 대표도 "공동체 안에서 주위 사람들이 '같이 키워 줄게'라는 말이 큰 위안이 된다. 작년부터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는 뜻의 '마인드 벨' 수업을 진행했는데, 수강했던 부모들이 많이 울었다. 우리들은 그동안 아이를 키우는 동안 다른 부모들과 비교하며 자기 안의 소리를 많이 잃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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