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는 회심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예수께서 한 마을에 도착하셨을 때 세리와 혁명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당시 그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예수의 초청이 자신들의 삶에 가져올 총체적인 변화에 순복하든지, 아니면 '근심하며 떠나가든지.'(막10:22) 예수의 우정은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신념(belief), 소속(belonging), 행동(behavior)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회심의 변질>, 29쪽)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회심은 기독교 신앙의 출발점으로 많이 이야기된다. 사람에 따라 다채롭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복음주의 기독교에서는 다음과 같은 뜻을 지닌다. 특정 시점을 계기로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전폭적으로 신앙하고 따르는 것, 죄에서 돌이켜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시작하는 것,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 전향하는 것 등이다.

복음서는 예수의 사역을 소개하기에 앞서 '회개하라'는 세례 요한의 선포로 시작한다. 복음을 강조하는 이들은 회심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집중적으로 따지기도 한다. 오늘날 교회에서는 대체로 회심이란 개인의 단회적 신념 변화를 말한다. 개인적 변화 차원에 국한하는 회심 이해를 비판하고, 총체적이고 급진적 회심을 강조하는 책을 두 권 소개한다. 알렌 크라이더의 <회심의 변질>(대장간)과 짐 월리스의 <회심>(IVP)이다.

<회심>(IVP)과 <회심의 변질>(대장간).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초대교회가 이해한 회심
제국의 종교로 변화한 기독교

<회심의 변질>은 '초대교회의 회심을 돌아보다'라는 부제로 말하듯, 초기 기독교의 회심이 어떠했는지를 추적해 살피는 책이다. 저자 알렌 크라이더는 초기 기독교 세계의 다양한 삶과 평화주의 전통을 연구해 온 역사학자로, 초기 기독교 상황을 드러내는 자료들을 검토하는 작업을 통해 초대교회 당시 기독교인이 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해 언급한다.

초기 기독교 전통에서 말하는 회심은 신념·소속·행동(3B, Belief·Belonging·Behavior)의 변화였다. 당시 기독교인이 되려면 3년 넘는 기간 동안 뚜렷한 행동의 변화를 면밀히 검증받아야 했다. 삶의 총체적 변화를 요구받았다. 이때 가장 먼저 강조됐던 것은 '물질의 나눔'이었다.

"<퀴리누스에게>에서 인용한 첫 번째 성경 구절은 이사야서 58:7이다. '굶주린 자에게 너희 음식을 나눠 주고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가난한 사람을 너희 집으로 맞아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라.'(3.1-<현대인의 성경>) 이것은 가난한 자들과 궁핍한 자들에 대한 세심함(attentiveness)이 신앙 문답자들이 침례를 받는 과정에서 변화를 보여야만 하는 첫 번째 영역이라는 <사도 전승> 내용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79쪽)

초대교회의 회심 여정은 재사회화 과정이었다. 군에 복무한다면 살인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했고, 입대할 경우에는 신앙 문답 예비자가 될 수 없었다. 여러 검증 절차가 필요한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공동체 생존 문제와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다 첩자를 받아들일 경우, 그 공동체가 와해할 수도 있었다. 당시 초대교회는 박해받는 상황이었기에, 순교를 각오하고 공동체로 들어와야 했다. 그리스도인은 사형 예비자나 마찬가지였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신앙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기독교인이 되고자 하는 경우에 교육을 거쳐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공인을 비롯해 여러 과정을 거쳐 기독교가 주류 종교로 올라가면서, 초대교회 당시 철저한 회심이 축소·변질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 지점을 연대기적으로 돌아본다. 핍박받던 소수자의 종교가 어떤 식으로 황제가 믿는 종교, 사회적 명망을 보장받는 종교가 됐는지 살핀다. 기독교는 개종을 유인하고 강제하는 힘의 종교로 변화했다.

"4세기 말에 이르러 전형적인 억압이 상당 수준까지 발전했고, 이것이 교회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유인책들은 훨씬 광범위했다. 이러한 유인책은 아주 힘든 공적 의무들로부터 면제해 주는 등 제국 차원에서 교회 지도자들에게 혜택을 주었고, 교회에는 부를 가져다주었으며, 기독교 신앙을 가진 공무원들에게 승진을 보장했고, 황제가 믿는 종교를 고수함으로 사회적 명망을 보장받게 되었다. (중략) 416년 황제는 칙령을 내려 오직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자만이 제국의 군인과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529년 유스티아누스는 모든 유아의 세례를 포함하여 회심을 강제화하는 칙령을 내렸다." (91쪽)

저자는 기독교 왕국, 기독교 세계, 기독교 제국주의 등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크리스텐덤'이라는 용어를 중요하게 사용한다. 크리스텐덤은 17세기부터 이어져 온 서구의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기독교가 지배하고 기독교가 주류로 자리매김한 국가를 일컫는다.

저자는 크리스텐덤 시기로 오면서 변화한 회심의 의미와 이미지를 밝힌다. 또 크리스텐덤이 해체하기 시작하는 지금 시기, 물질의 풍요, 생태 환경 파괴, 관계의 위기, 극심한 빈부 격차가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회심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교회의 삶과 선교는 어떠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회심의 변질> / 알렌 크라이더 지음 / 박삼종, 신광은, 이성하, 전남식 옮김 / 대장간 펴냄 / 208쪽 / 1만 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빈곤과 폭력 만연한 현실 가운데

회심이란 무엇인가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복음주의 운동가이자, 기독교 사회정의 구현 단체 '소저너스' 설립자 짐 월리스의 대표작 <회심>은 오늘날 회심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글을 전개한다. 회심의 급진성과 총체성을 강조한다. 구원과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회심과 복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심>은 성경 구절들을 인용하면서, '회심'이 성경의 지속적 관심 주제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저자 짐 월리스는 성경적 회심은 개인의 구원뿐 아니라, 폭발적 힘을 지닌 하나님나라를 이 세상에 가져오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한다. 성경이 우리 시대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향해 촉구하는 방향 전환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회심이 위대한 부르심이라는 사실, 급진적 회심이 가능하다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회심>은 예수 그리스도가 역사를 뚫고 들어오신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역사를 뚫고 들어오신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회심도 '역사 속의 회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실체와 깊이 관련 있는 회심을 해야 한다. 지구적·국지적 빈곤, 전쟁·분쟁·테러, 환경 위기, 낙태·안락사·에이즈에 얽힌 생명 존엄 문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확산이 불러온 공동체 및 공동선 훼손 등의 쟁점에 성경이 어떤 요구를 하는지 근거를 탐사한다.

"우리는 체제에 내재되어 있는 죄를 쉽사리 간과한다. 비록 그 죄가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하고 우리 자신의 인간성을 먹어치우더라도 말이다. 노예 거래, 제도적 인종차별주의, 세계 부의 불공정한 분배, 나치의 공포, 여성 차별과 억압, 핵무기 경쟁 등의 예들은 각각 불가피하게 마음의 완고함으로 이어지는 눈먼 상태를 잘 보여 준다. 예언자들은 그러한 집단적 신화와 망상을 지적했다. 예언자들은 사람들을 불러 그들이 하나님께 불순종한다는 것을 보게 했고, 그들이 공동생활의 구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가하는 해악을 직시하게 했다." (<회심>, 69쪽)

복음이 문화·사회·정치적 측면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음을,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것임을, 부르심·배반·불의·위험·비전·근원·승리라는 키워드로 살펴 나간다. 그리스도인이 돈·소유·권력·폭력·성 문제 등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구체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점을 짚는데,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빈곤·가난 문제를 향한 구체적 실천이다. 서로 얽힌 빈곤·가난·전쟁 등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이며, 이 문제를 놓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는 가난한 자들에게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과 아무런 관계도 갖지 않는다. 구조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우리는 '그들'을 격리함으로써 자신을 격리한다. 미국에서 교외 거주지는 단지 푸른 나무와 목초지에 둘러싸여 살기 위한 곳이 아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현대의 거대한 고속도로는 우리를 빈곤의 장면과, 소음과, 냄새를 넘거나 우회하여 지나가게 한다. 이 시대의 자연스러운 경로를 따라', 부유한 자들은 점점 더 가난한 형제자매들이 지닌 사람의 얼굴을 못 본 체하고 지나간다." (91쪽)

이와 같은 관심은 짐 월리스 본인의 회심 체험과 연결돼 있기도 하다. 보수 기독교인으로 성장한 짐 월리스는 흑인을 향한 인종차별에 무관심한 복음주의 기독교를 직접 목도했으며, 마태복음 25장에서 '가난한 자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해 극적 회심을 경험한다.

"예수는 다른 대부분의 주제, 즉 천국과 지옥, 성적 도덕, 율법, 폭력 같은 것들보다 부와 빈곤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다. 공관복음서에서 열 절에 한 번씩은 부자와 가난한 자들에 대한 것이다. 누가복음에서 그 비율은 매 일곱 절마다 한 번씩이다. 야고보서에서는 야고보는 다섯 절에 한 번씩 그 주제를 다룬다. 이처럼 성경 저자들이 볼 때 돈, 소유, 가난한 자들이라는 주제는 가벼운 관심거리나 지나가면서 언급하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성경은 문자 그대로 그러한 주제로 가득 차 있다." (100쪽)

<회심> 원서는 1981년 출간됐다가 2005년 개정됐다. 번역 출간한 책은 개정판으로, 2005년 변화한 현실을 반영해 상당 부분 다시 쓴 것이다. 해설을 쓴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이 책이 1981년 당시 냉전이 낳은 '빈곤과 폭력' 문제에 침묵하는 교회의 현실을 본 짐 월리스가 전 세계 부유한 기독교인을 염두에 두고 쓴 '기독교적 제자도에 대한 성명서'라고 밝히고 있다.

짐 월리스는 교회가 '빈곤과 폭력' 문제에 침묵해서는 안 되는 근본 근거를 성경에서 찾는다. <회심>에서도 이를 강조하지만, 미국의 정치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짐 월리스의 다른 책 <하나님의 정치>(청림출판) 한 대목에서 하나의 실험을 통해 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우리 모임의 한 학생이 낡은 성경책과 가위 하나를 들고서 가난한 사람들에 관한 성경 말씀을 모조리 오려 내는 대장정에 돌입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중략)

내 친구의 지독한 편집 작업이 끝나자 낡은 성경책은 들기도 힘들 만큼 너덜너덜해졌다. 그야말로 걸레나 다름없었다. 편집 작업의 최종 결과물은 구멍으로 가득한 성경책이었다.

나는 말씀을 전하는 곳마다 이 상처투성이 성경책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이 성경책을 높이 쳐들고 미국의 청중에게 말했다. '형제자매 여러분, 구멍이 가득한 이 책이 우리 미국의 성경책입니다.'" (<하나님의 정치>, 277~279쪽)

<회심> / 짐 월리스 지음 / 정모세 옮김 / IVP 펴냄 / 288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회심의 변질>, <회심> 모두 출간 당시 어느 정도 반향이 있었다. 두 저자는 서구 사회 현실을 염두에 두고 썼다. 추천의 글과 해설 등을 보면, 오늘날 한국교회 상황에서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 적절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두 책은 오늘날 교회에서 관습적으로 행하기 쉬운 예배·찬양·세례의 의미를 재정의하기도 한다. <회심>은 예배·찬양이 신앙 실천의 근원이라는 점을 설파한다. <회심의 변질>은 초대교회 당시 세례를 받기까지 거쳤던 치열한 과정을 조명하는 작업을 통해 세례라는 의식이 지닌 본질적 의미를 드러낸다.

짐 월리스는 <회심>에서 교회의 삶이 더 이상 사회의 구체적 정황에 어떤 질문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복음은 상황 속에서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가 던지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고 있을까.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