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 따르면, 한국 내 개신교인은 1000만 명에 육박한다. 전체 인구로 따지면 5명 중 1명인데, 언론에 나오는 관련 뉴스만 봐서는 교계의 미래가 암담해 보인다. 목회자 길을 갈 신학대 청년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에는 NGO 단체들을 방문하는 과목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11월 8일 NGO 현장 지도자들을 초청해 감사를 전하는 행사가 있었다.

과목 담당 교수이자 사회를 맡은 박재필 교수는 "4인 1조로 70~80개 조를 만들어 면담하고 기관과 매칭하는 수업을 3년 정도 했다. 기관과 학생의 특징을 고려해 매칭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학생들이 와 줘서 고맙다고 하는 곳도 있지만 준비가 덜된 학생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곳도 있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초대받아 온 NGO들은 종교색이 짙든 약하든 대부분 기독교 관련 단체였다. 생명선교회 간사는 "우리는 소년원 출신 청소년들과 지내는 곳으로 이번에 대학생 5명이 왔다.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청소년들을 무서워하다가 나중에는 이들이 가난과 불안한 가정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비행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가엾게 여기며 적응하게 됐다"고 전했다.

라오스·미얀마·베트남·캄보디아 등 아시아 쪽으로 봉사 선교를 하는 '하나봉사회'는 앞으로 북한에서도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일 준비 교재를 만들고 탈북 주민이 학교에 적응하도록 돕는 '남북한평화신학'도 자리했다. 충주에서 올라온 '농촌선교센터' 간사는 "농촌 목회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했다. 이외 청년 활동가들을 육성하는 성서한국과 마을 공동체 운동을 하는 밝은누리 등 80곳이 넘는 단체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전쟁이나 갈등 지역에 평화를 만드는 일을 하는 '개척자들' 송강호 간사는 "올해 학생 6명과 함께 지냈다. 개척자들은 육체노동을 많이 한다. 처음에는 뭘 하는 건지 몰라서 학생들에게도 일만 시켰는데, 나중에야 진로에 도움이 되도록 시간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평화신학에 대해 공부도 했다"고 했다. "올해도 7월 초에도, 매년 진행하는 행사로 '시리아를 위한 난민 철인 3종 경기'를 했는데, 학생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송강호 간사(마이크 든 사람)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향림

장신대 임성빈 총장이 말했다.

"한때 교회에 희망이 있나 회의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총장으로서 위험한 발언이지만(웃음),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굉장히 깊게 했었다. 그러나 희망이 있었다. (희망이 있는) 그곳이 바로 자발성, 헌신, 전문성이 있는 시민단체들이었다. 교회가 교육과 인력 자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교회와 시민 활동은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다. 같은 몸을 이루고 있다. 신학교가 시민운동 단체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목회자가 되어서는 당장 수용하기는 힘들 수 있다. 미래에 목회자가 될 사람들이 미리 준비를 해야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말씀을 받은 사람들은 각자 삶의 영역에서 다양한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여기 오신 분들이 중요하다. 우리가 주로 말로 하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다. 우리 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사역지를 찾길 바라는 소망이 있다."

수업을 이수했던 배진용 학생은 "작년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소망을찾는이'라는 단체의 사역에 동참했다. 공원에서 노숙인들과 찬양하고, 소위 말하는 쪽방촌들을 다니며 기도하고, 선풍기를 달아 드렸다. 서울역 근처 노숙인들 머리를 깎고, 같이 기도하기도 했다. 물론 목사님이 직접 다 하시고, 우린 거드는 정도였다"며 활동 내용을 전했다.

그는 한 노숙인에게 들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목사님, 저도 교회를 가 봤는데 저 같은 사람은 교회에서도 안 받아 주던데요." 술에 잔뜩 취한 상태에서 했던 말이지만 큰 아픔이자 도전으로 다가왔다. '소외된 자를 섬겨야 하는 교회에 말쑥한 차림의 사람들만 있다. 과연 옳은 것일까.'

그런 의문을 품고 있는 사이, 공원에서 쪽방촌 사람들과 예배를 진행하게 됐다. 설교 중간에 싸움이 일어나 예배가 끊기기도 하는 등 시간이 흘렀다. 정신없는 예배 시간 가운데 '소망을찾는이'의 목사님은 "나는 교회 안보다 밖에서 예배하는 게 더 좋다"고 학생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은 그가 품었던 의문에 작은 실마리가 됐다.

지난해 농촌 선교를 다녀왔던 권지나 학생은 "원래 마을 공동체 만들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농촌 목회지에서는 이미 마을 공동체가 이뤄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울 출신이라 농촌 목회가 어떤지 볼 기회가 없었고, 농촌 목회지 가면 죽는 줄 알았다.(웃음) 2박 3일간 두 팀으로 나뉘어 강원도, 충청도 등을 다니며 여러 목사님을 만났다. 양계장에 가 보고 농사짓는 것을 직접 보는 등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인종 신대원장은 장신대 모토가 학교·교회 내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를 품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장신대를 넘어 땅끝을 향해 도전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더 많은 학생이 '교회 밖'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독교인만의 기독교가 아닌 진정한 종교의 의미를 실천하는 목회자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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