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연구원(원장 임성빈 교수)은 "주5일 근무제와 한국교회,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10월 4일 문화포럼을 열었다. (다음은 문화선교연구원 포럼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온 것이다.)

연휴 기간의 여파로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못했다. 사실 예상한 바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자 임성빈 원장이 누차 강조한 것처럼, 이 문제에 대한 오해와 갈등을 시급하게 해소해야 할 필요를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번 주제는 사실 여러 단체나 교계에서 입장을 표명해 왔으며, 관련 세미나도 많이 있었다. 본원의 반성은 이러한 논의들이 객관적 분석이나 문제의 본질에 적절하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본원은 우선적으로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논의들이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신학적 교리나 종교적 입장의 득실만을 계산했다는 한계를 자성하면서, 이에 대한 경제사회학적인 분석을 할 필요를 느꼈다. 이 주제로 발제(주5일 근무제에 대한 경제사회학적 분석과 전망)한 배종석 교수(한양대)는 이 제도의 경제적 의의와 한국적 상황에서 제안된 배경을 밝혀주었다. 배 교수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교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교세와 관련된 문제로만 보지 말고 좀 더 거시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즉, 교회가 주일날 교회참석률을 높이기 위해서 토요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잡아놓는 식의 미시적 접근이나 성도들의 토요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보다 거시적인 하나님 나라의 회복차원에서 한국사회의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배교수는 그러한 이상적 모델로서 하우쯔바르트의 "열린" 사회,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규범원리가 동시에 실현되는 상태라고 지적하였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교계에서 논쟁이 된 사안은 이 제도가 반성경적이라는 주장이었다. 6일 동안 일하고 7일에 쉬라는 계명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본원은 이러한 논쟁이 이 문제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문제를 벗어났다고 하는 인식에서 성서신학적인 규명을 필요로 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발제를 맡은 유승원 교수(나사렛대)는 안식일 법의 취지는 금지가 아니라 쉼이었으며, 안식일과 관련된 예수님의 가르침은 항상 쉼에 관련된 것이지 6일간의 노동에 관한 것이 아니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다시 말해서, 6일 동안을 반드시 일해야만 제7일에 쉴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 교수는 안식일 규정과 '주5일 근무제'를 굳이 연관시키려면 '주6일 노동의 조건'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인간의 복지적 함의를 더 깊이 상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안식일 규정의 의의는 인간에 대한 배려라고 말하면서, 이제 교회는 목회차원의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숙고해야 하며 이는 교리적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본원이 이 포럼을 준비하면서, 실물경제에 몸담고 계신 분들의 의견을 들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현재 노사정의 협의가 진행중이지만, 사실 이 제도의 시행과 관련하여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영역은 종교계라기보다는 경제계이다. 물론 삶의 질과 관련해서 모두 문화라는 큰 범주 안에 들어오는 문제이지만 현재 한국교회에서 논의되는 관련 이슈들에는 구체적으로 이러한 실물경제의 입장반영이 배제되어 왔다.

이 문제에 대해서 신세철 회장(동숭아크, 용두동감리교회 장로)은 이 제도는 이미 대세라고 판단해야 할 것이지만,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본인이 경영자 측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는 한계를 달았지만, 참석한 패널들의 입장도 시기와 방법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숙고가 요구된다는 의견에는 동감하였다.

노사정이 소모전을 벌이거나 경쟁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이 제도의 효용가치를 따져서 준비된 제도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신 회장은 본인이 기독교기업인으로서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경영자는 청지기 정신의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을 수단이 아닌 목적과 섬김의 대상으로 삼는 리더쉽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역설하였다. 또한 앞으로 이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은 건전한 여가활용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라고 말하였다.

결국, 이번 포럼의 결론은 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로 귀결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조건회 목사(예능교회)는 우선적으로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전통적인 주일에 대한 형식적 고수보다는 현대사회의 다변화와 정보화에 맞추어 유연한 시간, 공간의 활용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교회가 교세의 위축이나 주일예배 참석률의 저조만을 걱정해서는 적절한 목회적 대응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오히려 이러한 목회 환경의 변화를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 예를 들면 '가정중심 목회', '주말 목회'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프로그램 등의 기술적 연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심어 줄 수 있으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교회의 위축은 '주5일 근무제'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특히 청년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심기 위한 노력에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비판하였다. 동시에 교회는 대 사회 봉사활동의 폭넓은 확장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주장하면서, 차제에 일요일에만 교회에 오는 교인이 아니고 일주일 모든 날이 하나님 앞에서 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할 것을 주문하였다.

2시간을 넘긴 토론은 시종 진지하게 진행되었으며, 사회를 맡은 임성빈 교수는 앞으로 이러한 논의가 더욱 진지하게 진행되어서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대비와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했고, 이 제도는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위기도 기회도 될 수 있으므로 모두 지혜를 모아 한국교회의 새로운 발전과 부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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