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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학생 인권조례 공청회, 반대 측 방해로 아수라장
2시간 넘게 소란…반대 패널은 보수 개신교계 주장 그대로 제시
  • 장명성 기자 (dpxadonai@newsnjoy.or.kr)
  • 승인 2018.11.21 12:12

11월 20일 경남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경남 학생 인권조례 의견 수렴 공청회 현장.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경상남도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조례 제정 반대 측의 항의와 방해로 난항을 겪었다. 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청회가 시작된 지 20분 만에 고성을 지르고 구호를 외치며 진행을 방해했다. 곳곳에서 물리적인 충돌도 일어났다.

경상남도교육청(박종훈 교육감)이 11월 20일 경상남도교육연수원 홍익관에서 연 공청회에는 34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학생·학부모·교원·지역민 등 신청 대상에 따라 지정된 좌석에 모여 앉았다.

공청회 자리에 나타나 조례 제정을 반대한 이들은 경상남도교육청에 공청회 참가 신청을 하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허가받은 사람들이었다. 자신을 '학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대부분 '지역민' 좌석에 앉아 있었다.

공청회를 앞두고,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적극적으로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유포됐다. 길원평 교수(부산대)가 쓴 이 글에는 "통과된 후에 피눈물을 흘려도 소용없으므로, 자격이 되는 사람은 꼭 방청객으로 신청하길 바란다. 집회, 공청회 참석, 의견 제출 등의 반대 활동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행사 진행위원들이 행사를 방해하는 반대 측 인원을 둘러싸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성적 지향 이유로 차별 안 된다"고 하자
"헌법은 '양성평등' 말한다"며 항의
약 20명 무대 아래 모여
행사 끝날 때까지 "공청회 무효" 항의

공청회는 인권조례안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이를 상세히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경남 지역에서 인권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필우 교사가 차별 금지 사유를 다루는 학생 인권조례 제17조를 설명하며 "성적 지향이나 임신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고 법령이 정하고 있다"고 말하자마자, 반대 측은 "그게 어느 법률에 있느냐", "헌법은 '양성평등'을 말한다"며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아 고성을 지르던 10여 명은 "방해하지 말고 설명 좀 들으라"는 다른 참가자들 말에 더 흥분했다. 이들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쪽으로 나가 강사와 주최 측에게 "질문을 받아 달라"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행사 순서대로 발제 이후 질의응답을 하겠다"는 사회자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대 아래 모인 반대 측의 소란이 20분 넘게 이어지자, 자리에 앉아 있던 참석자들은 주최 측을 향해 공청회를 방해하는 이들을 내보내라고 요청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학생 중 일부는 반대 측 인원들을 향해 "우리는 조례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조례 제정 반대자들이 무대 아래서 "공청회 무효"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반대 측 한 여성은 항의 구호를 외치다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주최 측이 계획대로 주제 발표를 진행하기 위해 사회자와 발제자들을 무대로 부르자, 질문을 받아 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하던 이들은 이번에는 "패널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발제자 7명 중 조례 제정에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유였다. 교육청 측은 "학생·학부모·교사·시민단체 등 각 단체에서 고르게 선정했다"고 말했지만, 이들은 "찬반 4대 4로 하라"며 진행을 방해했다.

행사 진행위원들이 반대 측 인원을 둘러싸 막자, 이들은 진행위원과 발제자를 향해 물병과 자료집을 던지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반대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다가 쓰러져 병원에 후송된 사람도 있었다.

난리 통에도 주최 측은 행사를 순서대로 진행했다. 첫 발제자 이수미 학생은 "충돌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제 잠자리에 들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도 미워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이 자리에 왔다. 여러분도 이 자리를 끝까지 지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리에 앉은 참석자들은 환호하며 손뼉 쳤다.

다른 발제자들도 반대 측 인원들을 향해 한마디씩 건넸다. 양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은화 교사는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 공청회 취지에 맞게 성숙한 자세로 경청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나.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절제할 줄 아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대표로 발제한 이민주 씨는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에게 학부모로서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홍수연 학생은 "학교 안의 혐오·편견, 학생을 향한 인권침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또 다른 발제자 홍수연 학생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발표를 하기에 앞서 많이 무섭고 떨린다. 물병이나 다른 것들이 날아와 맞을 수도 있고, 아까 제 이름을 읽고 간 사람들도 있어서 더 무섭다"고 말했다. 청중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홍수연 학생은 학교에 있을 때 '죽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1년 내내 야간 자율 학습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소위 '모범생'의 삶을 살았지만, 알 수 없는 무력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살아 있다'고 느끼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생 인권조례가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부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무기력하게 했다. 무기력 때문에 교사들의 성희롱과 혐오 발언도 애써 외면하고는 했다. 학생들을 생각하지 않게, 죽어 있도록 하는 곳이 어떻게 학교인가. 인권보다 더 교육적인 것은 없다. 학교 안의 혐오·편견, 학생을 향한 인권침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반대 인원 약 20명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항의를 계속했다. 발제자들이 조례 제정에 찬성한다는 취지로 발언할 때마다 "공청회 무효", "(공청회를) 공정하게"라는 구호를 외치며 방해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발제자를 향해 "거짓말하지 말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일부 인원의 계속되는 반대로 행사 진행이 어려워지자 계획했던 질의응답 일정을 생략하고 행사를 서둘러 마쳤다.

반대 측 패널로 참석한 최수일 목사는 "헌법이 '양성평등'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행사 방해한 조례 제정 반대 측,
같은 입장 패널에게는 "옳소", "맞다" 호응
경남 지역서 반동성애 운동 앞장서는 목사
패널로 참여해 "좌 편향한 조례, 폐지해야"

패널 중에는 '인권조례를 제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보수 개신교계의 반대 논리와 거의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행사를 방해한 반대 측 인원들은 "학생 인권조례는 동성애를 조장한다", "총체적으로 좌 편향된 조례다"라는 발제자들 주장에 경청하면서 "옳소", "맞습니다"라고 말하며 거들었다.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 허철 부장은 인권조례 제13조 '성 인권 교육'을 문제 삼았다.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성 인권 교육을 통해 동성·이성 간 성관계가 권리라고 가르치게 된다"고 주장한다. 허 부장은 "우리나라 윤리 도덕에 맞지 않고,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것(동성애)을 교육하게 된다. 그런 교육을 받는다고 학생들이 동성애자로 바뀌겠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학교에서 12년을 보낸다면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미래교육연대 사무총장 최수일 목사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차별 금지 사유로 규정한 학생 인권조례 제16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그는 "헌법 제36조는 '양성평등'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따라 남성과 여성 외에 다른 성은 없다. 이게 대한민국 헌법이다"고 말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는 헌법 제36조는,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이 "헌법은 두 가지 성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는 조항이다.

최 목사는 경남 학생인권조례안이 특정 정치세력의 좌 편향한 인권 의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조례를) 전면 폐지하고, '인권적'으로 다시 진행하라. 사회 합의를 이룰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 놨으니, 조례안을 만든 사람들이 모두 물러나고 인권조례제정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교사와 학생의 참인권을 살려 낼 수 있는 새 조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 현장 앞 강변에서 조례 제정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 뉴스앤조이 장명성

보수 개신교계 중심으로 모인 80여 개 단체,
'조례제정반대경남도민연합' 결성
공청회 전 반대 집회서 허위·왜곡 정보 유포

지난 10월 경남 학생인권조례안이 발표된 이후, 보수 개신교계는 조직적 반발에 나서고 있다. 11월 14일에는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80여 개 시민단체, 타 종교 단체가 모여 '나쁜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경남도민연합'(나학연)을 결성하는 창립총회를 열었다. 경남동성애동성혼반대연합의 대표이자 마산교회 담임목사인 원대연 목사가 대표로 선출됐다.

공청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 공청회 장소 앞에 있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찬반 집회가 열렸다. 나학연이 연 반대 집회에서는 어김없이 허위·왜곡 정보들이 흘러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한 시민은 "인권조례가 통과되면 동성애자 학생이 친구에게 동성애를 하자고 유혹하고, 동성애로 물의를 일으키더라도 징계나 제재를 할 수 없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동성애 유혹을 받아서 고통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례 제정에 찬성하는 청소년 인권 단체 '아수나로'와 학부모·노동운동 단체도 공청회 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강 건너편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나학연을 향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 학부모는 "많은 종교인이 (인권조례를) 반대하고 있다. 나는 종교가 그렇게 편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가톨릭교인이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절대 편협한 분이 아니다. 성적 지향이 다른 이들도 끌어안고 가는 신이라고 생각한다. 왜 교리만 가지고 계속 반대 목소리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은 이번 공청회를 포함한 여러 경로로 수렴한 의견의 반영 여부를 검토한 후, 인권조례제정추진단 주도하에 최종 수정 과정을 거친다. 교육청은 12월쯤 도의회에 학생 인권조례를 상정하고, 내년 4월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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