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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학교 교재 인권 감수성 조사 내용 '왜곡 유포'
앞뒤 맥락 잘라 편집…"이단", "공산주의자" 주최 기관 교회협 비난
  • 장명성 기자 (dpxadonai@newsnjoy.or.kr)
  • 승인 2018.11.19 18:26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인권센터(박승렬 소장)가 10월 11일 진행했던 '한국교회 인권 교육 실태 조사 발표회'에서 나온 주장을 왜곡해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보수 개신교인들 사이에서 유포되고 있다.

교회협 인권센터는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파이디온선교회(파이디온) △한국어린이전도협회(전도협회) 교회학교 교재를 '인권 감수성' 측면에서 연구·조사했다. 10월 11일 열린 발표회는 각 교재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10월 22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이 발표회의 목적이 '교회협 인권센터가 보수 교단 교회학교 교재에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나온다. 게시물은 발표회를 보도한 CTS·CBS·CGNTV 등 기독교 방송사의 뉴스 장면을 갈무리해 올리며 내용을 덧붙인 글이다. 네 장의 슬라이드로 돼 있으며, 각 장에 하나씩 왜곡된 내용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유포되고 있는 게시물. 발표회나 발언에 대한 맥락 설명은 없다. 사진 출처 페이스북

게시물 첫 슬라이드에는 "'문준경 전도사가 북한 공산군에게 순교당했다'는 내용이 북한군을 나쁜 사람으로 오해하게 만드니 수정하라고 한다. 이런 게 인권 실태 조사인가"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당시 발표회 현장에서 이런 발언은 없었다. 문준경 전도사가 언급되기는 했으나, 주제가 다른 부분이었다. 연구위원회는 문준경 전도사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어려서부터 예쁘기로 소문나 있었다", "스스로를 남편 있는 생과부라 부르며 체념하고 살았다"고 묘사한 전도협회 교재 내용을 지적했다. 이 같은 묘사가 '여성은 예뻐야한다'는 편견이나 '여성은 남편에게 의존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조사 보고서에는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 묘사에 대한 개선 방향이 제안돼 있다. "북한 인민군에 의해 순교한 것이 사실일지라도, 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음"이 "문준경 전도사가 북한 공산군에게 순교당했다는 내용이 북한군을 나쁜 사람으로 오해하게 만드니 수정하라고 한다"로 변질된 것이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한국교회 인권 교육 실태 조사 연구 보고서, p28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 이야기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문준경 전도사는 성도들의 생명을 지키려다 인민군에 의해 순교했어요." (전도협회, 고학년 어린이용, 3; 교사용, 32)

가. 문제점
- 아동들에게 순교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고 강조하는 것은 자칫 종교적 배타성과 폭력성을 심어 주고 인간의 생명권에 대한 경시를 조장할 위험이 있음.
- 순교에 관한 맥락의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북한 인민군에 의해 순교했다고 설명함으로써, 아동들에게 불필요한 대북 적개심과 반공 의식을 심어 줄 위험이 있음.

나. 개선 방향
- 순교에 관한 주제는 아직 신앙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들에게 이해되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시대와 상황의 맥락에 따른 보다 신중하고 우회적인 설명이 선행될 필요가 있음.
- 북한 인민군에 의해 순교한 것이 사실일지라도, 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음.
-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보다는 척박한 환경 가운데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자 노력했던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예화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전달할 필요가 있음.

소셜미디어에 퍼진 게시물은 이런 식으로 앞뒤 맥락을 잘라 왜곡한 내용이었다. 게시물 두 번째 슬라이드에는 "착한 아이, 순종적인 아이를 길러 내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고 나온다.

발표회 현장에서 연구위원회가 문제 삼은 것은 어른의 말을 잘 듣고 순종하는 모습을 '참됨', '경건', '옳음', '정결'로 비유한 삽화다. (사)인권정책연구소 김은희 연구원은 삽화 속 어린이 묘사가 '어른의 말을 잘 들어야 사랑받고 칭찬받는다'는 논리를 잠재적으로 습득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착한 아이, 순종적인 아이로 길러 내는 현대 교육의 문제점을 담고 있다"는 발언도 이 삽화를 두고 한 말이다.

세 번째 슬라이드에는 "부모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을 인권이라고 한다"고 써 있다. 이와 함께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십계명 제5계명을 덧붙였다.

이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해 '부모' 대신 '보호자'라는 용어를 쓰자는 제안이었다. 연구위원회는 감리회 교재에 나오는 '부모님께 이름 뜻 물어 오기'를,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등 가족 형태를 고려해 '보호자'로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게시물 네 번째 슬라이드에는 "다윗은 성폭행 가해자, 밧세바는 피해자. 그래서 삽화가 잘못되었다고 합니다"고 나온다. 다윗에게 고개 숙이고 있는 밧세바 삽화가 성폭행 피해자를 왜곡 인식하게 만든다는 지적인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다. '아동에게 성서 인물에 대한 왜곡된 사고나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게 그려야 한다'는 개선 방향 제안도 무시됐다.

교회협 인권센터가 10월 11일 연 '2018 한국교회 인권 교육 실태 조사 발표회' 현장. 뉴스앤조이 장명성

게시자는 '보수 교단 교회학교 교재에 시비를 건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대상에는 국내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 기장도 포함돼 있었다. 연구위원회는 기장 교회학교 교재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경쟁을 유도한다", "사회 현실을 반영하거나 아동·청소년들의 삶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연구위원회는 "조사 기간이 한정된 것을 감안하여 이미 출간된 교단·단체의 여름 성경학교 교재들을 대상으로 선정해 조사·연구했다"며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이 게시물은 269회 공유됐고, 재공유된 횟수도 150회가 넘었다. 게시된 10월 22일부터 최근까지 꾸준하게 공유되고 있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이 게시물만 보고 "교회협은 확실히 이단이다", "기독교에 침투한 공산주의자 앞잡이다", "사탄의 세력이 교회를 해체하려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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