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낯선 청년 둘이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리스도교 동아리에서 만나 신앙과 사랑을 키워 온 이들이었습니다. 그중 한 명의 아버지는 교회 임직자로 오랜 시간 활동하셨다고 했습니다. 모태와도 같던 교회를 떠나온 그들은 마음에 큰 짐을 품고 있는 듯했습니다. 차를 마시며 교회를 떠났던 이유를 듣고, 잠시나마 그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청년들은 지적 양심과 신앙 사이에서 양자택일하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의심과 질문,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찾아 헤맸습니다. 교회가 완벽한 답안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스스로를 감추는 가면 없이, 진실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청년들은 결국 교회라는 공간을 박차고 나왔고, 방황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두 청년만의 이야기는 아니지요. 많은 이가 사랑했던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요새 부쩍 교회를 떠나온 이들과 자주 만납니다. 이들은 묻습니다. "왜 교회로 모여야 합니까? 성경을 읽고 그 뜻을 헤아리는 곳이 교회라면 그 일은 혼자서 깊은 묵상을 통해서도 가능한 것 아닙니까? 왜 분주하게 사람들과 복닥거리고, 다툴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매주 끊임없이 만나야 합니까? 이렇게 모이는 일이 신앙생활에 무슨 도움이 됩니까?" 저는 교회를 떠난 이들의 질문을 오랫동안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언어로, 희망이 담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근 출간된 레이첼 헬드 에반스(Rachel Held Evans)의 <교회를 찾아서 – 사랑했던 교회를 떠나 다시 교회로>(비아)를 통해 작은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려는 이야기는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다. 복음주의 배경에서 자라난 것, 하느님과 관련해 믿고 있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된 것, 교회를 사랑했고, 교회를 떠났고, 교회를 그리워했던 것, 교회를 찾아 헤매던 와중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다시 교회를 발견한 이야기 말이다. (중략)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가끔 안전한 확신보다 불안함과 연약함 가장자리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의심과 불안, 그리고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싶은 충동에도 불구하고, 침실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빛을 머금은 띠를, 흐릿하지만 희망을 품고 있는 빛이 지평선과 마주하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일요일 아침에 깃든 희망을 믿는다." (20~25쪽)

보수적 신앙 색채가 강한 미국 남부 바이블 벨트 복음주의 교회에서 자란 지은이는 어느 날 문득 신앙에 회의를 느끼고, 교회의 편협한 모습을 마주하면서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순례를 떠납니다. 여정 중에 나그네와 같은 지은이를 환대하는 교회 공동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 주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교회를 떠난 (동시에 교회를 찾아 나선) 이 여정은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자기 자신의 교만, 협소한 앎을 돌이켜 보며 지은이는 지금껏 알던 교회의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더 넓고 풍요로운 그리스도교 전통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살아남아 있음을, 그리고 교회는 하나의 개별 단위가 아니라 여럿이 따로 또 같이, 불완전하고 때로는 추악해 보인다 할지라도 여전히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세상에 전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물론 그녀가 교회를 떠나며 애통해했던 교회의 비루한 모습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세상 가장자리로 밀려난 사람들을 품지 못하는 교회, 완고하고 고집스런 태도로 세상 사람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교회, 공격적이고 우악스러워 사람들의 걱정을 사는 교회 또한 발견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신앙이란 외따로 떨어져 시작할 수 있지만, 혼자서는 온전해질 수 없는 여정임을, 교회라는 공동체와 교회에서 함께 드리는 성사가 늘 함께 얽히며 나아가는 여정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찾아서 - 사랑했던 교회를 떠나 다시 교회로> / 레이첼 헬드 에반스 지음 / 박천규 옮김 / 비아 펴냄 / 384쪽 / 1만 7000원

그녀는 신앙에 없어서는 안 될 공동체의 삶을 일곱 가지 이미지로 그려 냅니다. 일곱 이야기는 그리스도교 교회의 오랜 전통인 일곱 성사와 고스란히 겹칩니다. 세례, 고백, 성품, 성찬, 견진, 도유, 결혼 이야기는 각각의 예식에서 사용되는 재료의 질감으로 표현됩니다.

세례 때 베풀어지는 물은 하느님의 셀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은총을 표현하는 강으로 이어지고, 하느님 앞에 죄를 낱낱이 내어놓는 고백은 인간의 삶이 결국 재와 먼지로 돌아갈 것임을 자각하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어떤 이를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축복하는 성품은 머리 위에 얹는 손으로, 다른 이의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그 손으로 이어지며, 겸손히 무릎을 꿇고 서로의 발을 씻는 심상으로 맺어집니다. 하느님의 양식을 나누는 성찬은 곡식을 짓는 농부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배제당한 이들마저 품어 안는 식탁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굳건한 신앙을 확인하는 견진은 그 과정이 곧은 과정이 아님을, 그 안에 담긴 수많은 떨림과 의심이 담겨 있음을 확인하는 데로 나아갑니다. 병자를 치유하는 도유(기름을 바름)는 기름이 풍기는 향기와 부드러운 촉감을 중심으로 그 뜻을 확장합니다. 두 사람이 한 몸으로 맺어지는 결혼은 하느님의 나라를 준비하는 신부들의 이야기, 결국 이루어질 그리스도인의 희망으로 끝맺습니다.

지은이는 "왜 교회로 모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리스도의 한 몸이 되어 서로 죄를 고백하고 축복하며, 함께 먹고 마시고, 서로를 굳건히 세우며, 상처를 치유하고 끝내 하나의 희망을 그리는 공동체가 우리 신앙의 근간이기 때문임을 드러냅니다.

앞서 말했던 두 청년이 다시 우리 교회를 찾아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게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청년들의 정직한 질문에 답할 기회를 얻는다면, 레이첼 헬드 에반스가 이야기했던 교회의 모습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 기대어 '함께' 교회를 이루어 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죄인에 머무를 수밖에 없음을, 하느님의 형상이 지닌 고귀함과 존엄함, 선함을 드러낼 수 없는 존재임을 압니다. 마찬가지로 교회 역시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에 불과합니다.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드러내는 추악함과 비루함, 악함은 교회 안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도우심 없이는 또 하나의 작은 사회, 큰 사회의 축소판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지은이는 교회를 찾아 헤매는 순례 중에 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지은이는 자신이 속했던 '복음주의 개신교'가 전체 그리스도교의 일부임을, 다채로운 색채를 드러내는 전체 교회의 작은 조각임을 깨달았습니다. 책의 얼개를 짤 때 사용한 일곱 성사는 오랜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전통적 제도 교회의 심장과 같습니다. 지은이는 교회의 예식들, 성사 속에서 사용된 소재들을 일상으로 가져갑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눈앞에 드러내는 성사들은 이제 일상의 순간들에서, 우리들의 평범한 삶 속에서 고유한 빛깔과 향내를 풍깁니다(지은이의 세심한 문체는 이를 부각하기에 충분합니다).

때때로 지은이는 하느님의 활동이, 그리고 신앙이 교회에 매이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오독을 경계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분명 교회를 '넘어' 계시며, 우리의 신앙이 삶 전체와 연관되어 있다면 우리의 신앙은 교회라는 특정한 공간, 예배라는 특정한 시간에 매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를 몸과 마음에 되새기는 시간을 '지금, 여기'에서 활성화하는 곳 또한 교회입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신앙을 단순한 개인적 차원에서의 반성, 인격의 수양, 선한 실천으로 협소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차원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을 이 땅에서 맛보고, 이에 비추어 우리를 돌이키고, 실현할 수 있습니다. 현실 교회가 위선과 부패, 자만을 드러내어 우리를 실망하게 하더라도(이는 결국 우리의 위선, 우리의 부패, 우리의 자만을 드러내는 것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곳은 바로 여기, 공동체로 모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기쁜 소식을 선포하며, 성사에 참여하는 교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레이첼 헬드 에반스가 전하는 여정에 함께하며 교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현실 교회가 드러내는 무수한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참된 교회는 무엇인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세상을 향해 드러내야 할 모습은 어떤 것인지 바랍니다. 교회를 다니며 교회의 의미를 찾는 신자들, 사랑했던 교회를 떠나 교회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이들, 그리고 교회의 변화와 성숙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위로와 도전을 건네길 바랍니다.

김장환 /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았다. 현재 대한성공회 분당교회에서 사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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